연어의 단상 : 글쓰기에 대하여..(1)

연어의 단상 : 글쓰기에 대하여..(1)

연어입니다. 새로 가입해주신 분들께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쓰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이공계 전공자입니다. 그러나 전공과는 별반 상관 없는 일들만 벌이며 살아왔습니다. 헌데 신기하게도 어떤 일을 맡든 항상 글을 쓰는 일을 도맡게 되더군요. 글 쓰는 것을 전담하다시피 한 적도 있습니다. 결론은? 아무래도 글재주는 인정 받고 살아왔나보다.. 입니다. 쩝.

그러다 보니 저에겐 글쓰기와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leesunmoo 님과의 개인적인 인연 역시 인터넷에 올렸던 글 한 편 때문이었습니다. 15년이 더 지난 그 인연이 여태껏 이어져오고 있지요. 잠깐 곁가지로 말씀드리자면 @leesunmoo 님께서 제게 건넨 첫 말씀은 바로 이러했습니다.

“연어님이 올려두신 글에 대하여 향후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면, 제가 최선을 다하여 증인이 되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 @leesunmoo 님다운 코멘트이지만, 생면부지의 사람이 처음 건네온 댓글치고는 참으로 독특하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댓글 하나가 인연의 시작이 된 셈이지요) @leesunmoo님은 제 글에 대한 가치를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인정해준 분이셨고, 혹시나 제가 글쓰기로 유명해 진다면 그 누구보다 그 가치를 먼저 알아본 사람이 되길 바라셨습니다. 뭐.. 제가 이런저런 다른 일들에 더 관심을 쏟다보니 그런 영광은 멀어졌지만 말이죠. ㅋㅋ

어쨌거나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보자면, 저는 때로는 제 스스로, 또는 @leesunmoo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자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제 글을, 때로는 타인의 글을 쓰곤 하였고 정말 온갖 종류의 글이란 글은 죄다 써보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을 뒤적이거나 서점을 돌아다니다보면 그 흔적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사실 @leesunmoo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작가로서 책을 낼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엔 제가 무산시키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그 일에 대해서는 @leesunmoo님께 송구할 따름입니다만, 당시 너무 어렸던 저에게 책을 출판한다는 것에 대하여 묘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글이란 크게 보면 두 종류가 아닐까 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쓰던가, 아니면 나의 상상력을 발휘하던가.. 당시의 저는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나의 경험이나 지식이 바탕이 된 이야기 말입니다. 하지만 @leesunmoo님께서는 저의 창작력을 높이 평가하며 독려하셨던 것 같습니다.

글을 또 다른 기준으로 나눠보면 이렇습니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쓴 글, 그리고 써야만 해서 쓰는 글.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저는 처음에 제가 쓰고 싶은 글만 썼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쓰고 싶을 때 썼습니다. 아마 @wony 님같은 프로 창작가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창작을 위해서는 멍~하게, 또는 넋나간 듯 뭔가에 골몰해 있는 과정이 필요하곤 합니다. 뭐라고 표현하긴 어렵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같은 이런 흐리멍텅한 상태일 때 뇌 속의 시냅스들이 뭔가를 엮어내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해야만 하니까, 언제까지 약속한거니까.. 이런 상황이 되면 창작품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한 번은 @leesunmoo님 덕분에 신나게 미친듯이 글을 ‘써줘야’ 하는 일을 맡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쓰기 싫어도 써야하고, 피곤해도 써야하고, 뭔지 몰라도 써야하고, 내가 아닌 남이 된 듯 써야하고, 남을 웃겨야 하고, 울려야 하고, 감동을 줘야하고, 냉소로 응대해야 하고.. 정말 이런 상황이 되니 저는 처음으로 ‘써야할 때 쓰는’ 경험을 제대로 한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글쓰기에 대한 공력이 조금은 올라간 것 같더군요. ㅋ

대부분의 경우 주변 분들은 제가 써주는 글에 대해 크게 만족해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게 글재주는 분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구로 치자면.. 300정도? 그리고 한 참 글빨(?) 오를 때는 500정도는 거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번은 이런 호기심을 들더군요. 과연 글쓰는 실력은 타고나는걸까? 아니면 훈련과 노력으로 가능한걸까?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하십니까? 이 질문을 살짝 비틀어 주면 이렇게도 되겠습니다.

“노래 실력은 타고 나는 겁니까? 연습과 노력으로 될 수 있는겁니까?”

이에 대한 대답은 명확히 두 부류입니다.

  1. 박진영 : 연습과 노력으로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애들에게 하드트레이닝을 퍼붓습니다. 실력이 못 따라온다면 그건 게으름 때문입니다.
  2. 이승철 : 답은 딱 하나입니다. 타고나야 합니다.

자, 만약에 가요계의 카리스마 이승철씨의 의견이 맞다면 참으로 맥빠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겠네요. 어쨌든 저는 이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 글 좀 쓸 수 있겠다 싶은 젊은 친구들을 선발해 한 동안 글쓰기에 대한 훈련을 시키거나 직접 쓸 수 있는 여러 여건을 제공해 보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무엇이었을까요? 저의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1. 글을 맛깔스럽게 쓰는 것은 타고나야 한다. 글을 맛나게 쓰는건 분명 타고난 능력이다.
  2. 글을 잘쓰는 것은 연습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그 맛을 발산하는건 한계가 있다.

물론 잘 쓴 글에는 ‘맛깔스럽게’ 쓴 글이 포함됩니다. 이 스팀잇에도 글을 정말 정말 맛나게 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찰지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게 말이죠. 이 분들은 단어 선택도 완벽하거니와 어떤 선을 넘나드는 재주 역시 남다릅니다. 은어, 속어도 적절히 넣다 뺏다 하면서 혼을 쏙 빼놓습니다. 어감을 표출하는 것도 완벽해서 정말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 하게 만들지요. 이런 절정의 경지를 감히 따라할 수나 있겠습니까? 정말 하늘이 주신 재능인거겠죠?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 또한 많습니다. 물론 ‘어떻게’ 잘 쓰는가는 천차만별입니다. 글을 묵직하게 쓰는 사람, 산뜻하게 쓰는 사람, 발랄하게(귀요미?) 쓰는 사람, 재미있게 쓰는 사람, 유익하게 쓰는 사람, 뭔가를 깨우치게 해주는 사람 등등.. 그 종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린 이런 것을 모두 ‘잘’ 쓴 글, 글 ‘잘’ 쓰는 사람으로 평가해 줍니다.

서두에 뉴비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였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자, 뉴비 여러분들. 여러 분은 어떤 컨텐츠를 스팀잇에서 나눠보고자 하십니까? 그 중에 글로써 컨텐츠를 꾸려 나가겠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혹시, 와… 들어와보니 장난들 아니네.. 하며 지레 겁을 먹은건 아니신지요? 연어가 감히 한 말씀 드린다면 ‘절대 그럴 필요 없싸와요~’ 랍니다.

본인이 글 쓰는 맛을 안다면 본인의 색깔을 유감없이 나타내 보십시오. 왜냐고요? 당신은 타고난 사람이라니까요! 부모님이 안겨주신 그 축복을 신명나게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이 스팀잇이란 무대는 그대들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죠. 다만, 글을 지속적으로 쓰기 위해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해 나갈 것인지, 그 부분을 잘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초가 자신을 너무 강하게만 태운다면 어찌되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재주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전략적으로 본인 글의 성격을 명확히 정립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정한 수준의 표현력과 주제를 꾸준히 이어갈 준비를 하시길 권해드리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본인이 소화해 낸 지식과 지혜입니다. 이건 직접적인 컨텐츠가 되는 것이니 그 범위를 명확히 정해 초점을 맞춰줘야 하구요. 아는 만큼 표출하되, 전문가만큼이 안 된다면 경험삘(feel)로 표현하시고, 전문가나 준 전문가 급이 된다면 걱정마시고 타인을 조금씩 이끌어 가십시오. 안내자 역할이랄까요? 많이 앞설 필요도 없습니다. 한 발자욱, 반걸음만 앞서 있으면 되거든요.

저는 법조계 쪽에 계신분들이 은근히 글을 잘 쓰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판사 출신 분들의 글쓰기는 매우 모범적입니다. 솔직히 이 분들의 글은 재미가 없습니다. 글의 맛이란게 없는 편이지요. 하지만 분명 ‘잘 쓴’ 글들이 나옵니다. 지식이 깊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고르고, 글에 체계를 잡고 시작합니다. 기-승-전-결, 시작과 끝맺음이 분명하지요. 문장의 연결이 매우 적절하고 전체적인 구성 또한 논리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맛있는 글은 아니지만 글이 단단하고 무게감이 장난 아닙니다. 법학을 전공하신건 아니지만 @leesunmoo님의 글이 그런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leesunmoo 님 글의 내공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몇 가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 글의 서두에 확실한 문제 의식을 제기한다
  • 본문을 뒷받침하는 지식의 폭이 넓고 깊다 (그러나 아는 만큼만 제시)
  • 본인의 의견을 명확히 밝힌다
  • 의견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와 논거를 두 세가지로 깔끔하게 제시한다
  • 전체적으로 단어와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다
  • 자신의 의견이 틀릴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타인이 참여할 여유폭을 비워둔다.
  • 전체적으로 매너를 지킨다

아마 이렇지 않을까요? 사실 @leesunmoo 님의 글은 살짝만 압축하면 요약본이자 목차가 될 정도로 구성이 간결하면서도 짜임새가 있습니다. 그걸 포장하는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기 때문에 글에 무게감도 실리죠.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무엇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하는지, 본인의 의견은 어떠한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를 깔끔하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 글은 기자들이 받아먹기(?) 가장 좋은 글이기도 합니다. (워낙 타인이 써준 글을 그대로 받아먹는 기자분들을 많이 봐서.. ㅋ 죄송합니다( ;) )

산뜻한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면 진솔한 모드를 선택하십시오. 처음에 시작하는 입장이라면 그것이 리스크가 적습니다. 진솔하게 적다보면 정직한 글이 됩니다. 정직한 글은 무게감이 있고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 내용이 자연스럽게 flow(흐름)을 이루기만 한다면 짧은 글로도 강력한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아마 독자의 보팅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글쓰기 대한 소견을 연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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