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반장선거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 볼까요? 솔직히 저는 제가 연설을 하는 동안 반에 흐르던 기류를 느낄수 있었습니다. 제 학창 시절 통틀어 가장 당당하고 굳은 의지로 나선 선거였고, 분명하면서도 크게 공감할 수 있는 명분도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별 것 아닐 수도 있는 공약들이었지만 모두 각각의 의미는 담겨 있었습니다. 학급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를 높여주고자 했고, 함께 힘을 모아 어려움을 줄여나갈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연설을 듣던 친구들의 표정은 빤히 이런 얘기를 해주는 듯 했지요.
‘이제 우리도 이런 반장과 함께 할 수 있겠구나!’
저의 일장 연설이 끝나는 순간 결과는 이미 정해진거나 마찬가지더군요. 단언컨데 한동안 제가 나온 고등학교에선 좀처럼 깨지지 않았을 것같은 득표율이 아니었을까 짐작합니다. 이 선거는 이후 저의 학창시절에도 내내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 한동안 학교 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지요.
여담입니다만, 반에서 힘(?)을 가장 잘 쓸뻔 했던 녀석도 그 연설에 저의 팬이 되었던지 많은 부분에서 분위기를 잘 잡아주기도 했습니다. 생각치 못한 응원군이 되어 주었지요. 종종 제가 듣도록 이런 농담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반장 잘 뽑았어~” “난 뭐 바깥이나 평정하고 댕겨야지. 얘들아 우리 잘 지내 보자~”
그리고 제가 약속했던 사항들은 모두 무난히 지킬 수 있었습니다. 결국 저에겐 중1 때와는 다른 성공적인 경험이 생긴 것이었지요.
시간이 흘러 열심히 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던 중, @leesunmoo님의 적극적인 소개로 젊은 정치인 한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처음 인사를 나누는 자리였고, 평소 저를 실제 이상으로 좋게 봐주셨던 선무님 덕분에 생긴 매우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당시 그 정치인분은 나름 큰 선거에 참여하여 고군분투 중이었고, 제가 그분에 대해 아는 것도 별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자리였음에도 저는 그분이 이런 저런 어려움을 헤쳐가며 본인의 업무와 결전에 임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지요. 그래서 저는 간단한 저에 대한 소개를 마친 후 이야기를 이어나갔습니다.
“초면에 뜬금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학창 시절에 겪었던 최악의 반장 선거와 최고의 반장 선거를 한 번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그리고는 앞의 글에서 언급했던 두 선거를 짧막하게 이야기하였습니다. 그분은 자못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듯 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셨습니다.
“의원님. 처음 뵙는 자리라 딱히 아는건 없지만 제가 보기엔 큰 선거에 발을 디딛고 난 후 많이 지치신 것 같습니다. 아마 몸이 지쳤다기 보다는 이런저런 난관에 부딪히면서 마음이 답답해지는 일이 연속되었기 때문일겁니다.
아시겠지만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정치인이란 이유만으로 온갖 욕과 조롱은 다 듣고 살아야 합니다. 물론 그런 평가를 받을만한 일들도 많이 저지른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정치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영역이자 업무인 것이고 이런 일을 해내는 사람들과 집단들이라면 이에 대한 자긍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들려오는 온갖 비난들을 듣다보면 그 누구라도 힘이 빠지지 않을 수 없을겁니다.
정치인이 선거에, 그것도 큰 선거에 나가는 것이 어떤 의미입니까? 초등학생이 반장 선거나 학생 회장 선거에 나갔다고 생각해보면 됩니다. 학부모나 선생님 입장이라면 이런 아이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게 맞겠습니까? 아니면 쬐끄만게 벌써부터 권력맛을 알아가지고 까분다고 핀잔을 주는게 맞게습니까?
정당한 명분이 있고 이를 해내고픈 의욕과 방안이 서있다면 당연히 그 결전에 뛰어들어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공감을 얻으며 힘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당당히 표를 구하고 지지를 호소해야 하지요. 그런 초심이 아직 남아 있으시다면 마음을 다시 추스려 달려 보십시요. 적어도 저같이 정당한 과정을 통해 권력을 쟁취하려는 정치인을 응원하고 그 가치를 인정하려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아직 마음을 얻지 못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그 방안을 찾는 쪽으로 여력을 쓰다보면 소소한 어려움들은 이겨낼 수 있을것입니다.”
kr 여러분. 제가 전해드리고픈 요지는 정치가 아닌 우리 스팀잇 커뮤니티 내의 분의기를 조금 더 격려하는 쪽으로 바꿔보자는 것입니다. 모든 순간 순간마다 우리는 스스로를, 또 타인을 평가하는 과정을 거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반성과 칭찬, 질책 등등 그 종류도 많고 매우 복합적이기도 합니다.
아시다시피 최근 스팀잇 분위기는 왠지 흉흉하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고, 이해가 크게 맞물리든 아니든 소소한 감정에 휘말리곤 합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스팀 가격이라도 오르면 덜하겠는데, 선방을 하고는 있지만 유저들은 그저 지쳐만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럴때 일수록 서로에 대한 격려의 빈도를 높여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억지스러운거야저도 반기지 않습니다만, 지금은 좀 더 서로를 격려하고 나중에 가서 정중히 시비를 가리거나 오해를 풀 여지를 충분히 가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작은 격려는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사실 중산층 100명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었던 셈입니다. 말이 중산층이지 지금은 스팀파워 일만 전후도 그저 서민층이나 다를바 없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확신하건데, 조만간 스팀과 스팀잇이 제 가치를 찾고 시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면 우리 중 많은 분들이 중산층 이상의 짜릿함을 만끽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 그때까지만이라도 조금씩만 감정을 추스리고 자신에게는 여유를, 타인에게는 격려를 해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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