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단상 : 대중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 (하드포크19를 접하며..) How to live in Mass Society

연어의 단상 : 대중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 (하드포크19를 접하며..) How to live in Mass Society

연어입니다. 사실 아침의 깜짝쇼는 깜짝쇼가 아니었음이 하드포크19에 대한 설명들이 이어지면서 증명되고 있습니다. 수학적으로 생각해도 체감으로 느껴봐도 고래가 아닌 유저들에겐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저도 이렇게 당근(?)이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질 때 열심히 뛰는 말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아니, 연어인가요? ㅎㅎ

이번 산타클로스님의 선물을 접하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변화된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까? 바뀐 세상에서 어떤 행동이 현명한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분들이 친절한 설명과 전략적인 제안을 해주고 계십니다. 그러고 보면 이 스팀잇 코리아에는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 많네요. 뭐.. 길에서 차 접촉 사고라도 나면 서로 안지겠다고 삿대질하는 한국 사람들이지만, 그런 일만 없다면야 이렇게 떡하나라도 나눠 먹으려는 좋은 사람들 아니겠어요? ㅋ

어쨌든 저는 이번 하드포크19 혁명(?)을 대하며 여러분께 대중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 중 한 가지를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그냥 제가 경험을 통해 인생의 작은 지혜로 여기고자 했던 내용일 뿐이지만, 어쩌면 지금 상황에 딱 적합한 것이 아닐까 해서 조심스레 말씀드려 봅니다.

The Queen of the Rink, Yuna Kim 영원한 빙상의 여왕, 김연아 Captured by Google.com

새로운 여왕의 탄생을 알린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기억하시나요? 정말 가슴 조마조마한 순간이었지만, 결국 김연아 선수는 해내고 말았습니다. 그 때 한국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주었던가요? 한 나라를 대표하는 한 명의 선수였지만 전 세계인이 동경할 수밖에 없는 은반의 역사상 최고의 요정이, 아니 여왕이 탄생했던 순간이기 때문이었죠.

그리고 나서도 김연아 선수는 2014년을 향해 뛰었습니다. 높은 인기에 대한 부담감, 늘 달고 다니는 부상, 최고의 선수를 향한 시기와 오해 등등.. 어쩌면 갓 스무살 남짓한 나이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 뿐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김연아 선수는 특유의 뚝심과 배짱으로 이겨나갔습니다. 소치 올림픽을 향한 새로운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죠. 물론 김연아 선수는 이미 스케이팅 그 자체를 사랑하고 즐길 줄 알 만큼 성숙해 있기도 했습니다. 특유의 포용력과 여유로움은 아마 나이에 비해 많은 경륜을 통해 나온 것이 아닐까 합니다.

Yuna Kim, 2014 2014년 소치 올림픽 때의 김연아 Captured by Google.com

조금 더 어엿해진 김연아 선수.. 그녀는 다시 2014년 소치 올림픽 무대에 섰습니다. 저는 이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왜냐하면.. 2010년 때와 달리 저는 2014년 파이날에서의 김연아 경기는 시청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였냐구요? 제 대답에 실망하실까봐 답변드리가 참 머슥하네요. ㅎㅎ 바로..

“조금이라도 더 자려고 그랬습니다”

네. 사실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파이날 경기는 새벽 2시쯤 부터 시작이었고, 김연아 선수의 순서는 대략 새벽 4시 경으로 예상되었을 거에요. 당시에 저는 별을 보고 출근해서 별을 보고 퇴근하는 생활에 쩌들어 있었습니다. 뭐, 지금도 별반 다를바 없긴 하네요. 워낙 차 막히는걸 싫어하는 성격이라.. 러시아워에 걸리느니 일찍 나가고 만다는 집념으로 보통 새벽 4반에서 5시에는 일어나 출근길에 올랐기 때문이죠. 뭐, 변명인가요? ㅎㅎ

김연아 선수는 이미 앞선 경기에서 월등한 실력으로 앞서 있었고, 왠지모를 감동은 이미 2010년에 만끽한 것 같고.. 직접 보나 나중에 뉴스를 들으나 이미 경기 결과에 제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평소 일어나던 시간대에 일어나기로 결심을 했고, 그건 바로 김연아 선수의 경기 시청을 건너 뛰겠다는 선언이었지요. 저는 그렇게 몇 시간, 아니 몇 십분 더 잠을 청할 수 있었고.. 일어나서 부시시한 눈으로 확인한 결과는 은메달이었지요.. 지금 생각해도 참 어이없는 결과였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김연아 선수의 아쉬운 은메달은..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어요. 아마 대한민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면 저는 그냥 ‘효율적으로 산’ 하루를 보냈다고 생각하고 말았을 겁니다. 헌데, 온 국민이 울분해 했던 은메달이 제 마음에는 경종을 울려주었지요. 왜 그랬을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속으로 무척이나 아쉽고 억울했을지도 모르지만, 승자에게 영광을 돌리고 응원해준 국민에게 감사하며 자기 자신을 대견해 하는 모습을 김연아 선수를 보면서 저는 뭔가 큰 반성을 하기 시작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김연아 선수와 같은 시대에 태어나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더군요. 백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천재적인 재능이 어느 한국인에게 있었고, 정말 우연히 그 재능을 발견하게 되고, 그 재능을 살리기 위한 가족의 헌신과 본인의 피눈물 나는 노력.. 국민의 성원.. 그 성원에 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지원.. 그럼에도 높아만 가는 국민들의 기대, 그리고 애틋한 염원..

이 모든 상황과 변수들이 엮이고 엮여서 우리는 당대에 김연아 선수를 만날 수 있었으니, 아마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의 우리를 ‘행운의 세대’로 볼 수 있을 만큼 대단히 희박한 확률에 당첨된 것 아닐까요? 하지만 저는? 네, 그냥 쿨쿨 잤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노력에 비하면 새발의피도 되지 않을 만큼의 노력(?)만 하면 되는데, 그럼 신나게 응원해 줄 수 있었을텐데.. 전 별것 아닌 이유(그 때는 나름 중요한 이유였겠죠. 수면은 중요해..라고 하면서) 때문에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던 겁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보면 너무나 아쉬운 것들로 넘쳐나지 않나요? 박찬호 선수 같은 예를 들 수 있지요.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한국 최고의 선수가 국내 팬들에게 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제 발로 걸어서 한국에 왔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야구장을 가지 않았어요. 딱히 한화 팬이 아니라서 그렇기도 했지만 ‘박찬호’는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였으니 그건 변명도 안되는거죠. 어쩌면 저는 역사 속의 인물이 뛰는 경기를 그냥 또 흘려보내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번 마카오 여행때 저는 양양 @yangyang 님과 함께 마이클 잭스 copy show를 보고 왔습니다. 마이클 잭슨과 비슷한 분이 마이클 잭슨이 되고, 많은 실력파 댄서와 뮤지션들이 함께 어우러져 마이클 잭슨의 일생과 작품을 재해석한 공연이었죠.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인 무대였지만, 어쩔 수 없는 사실은 진짜 마이클 잭슨이 그 자리에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네, 마이클 잭슨은 한국에 공연도 왔었는데… 그리고 그 공연장 근처에 살고 있었지만 저에겐 그냥 남의 나라 얘기였어요. 문득 마이클 잭슨이 그리워 지는군요. 지금 타이머신을 타고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마이클 잭슨의 공연을 꼭 보고 말겁니다.

TV로 시청하든, 직접 표를 끊고 찾아가 보든..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이미 이 대중화 된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주 저렴한 비용으로 말이에요. 그런 역사적인 무대가 있기 까지 많은 사람들이 노력과 도전이 있는데, 그 결과물에 참여하고 만끽하는데는 몇 천원, 몇 만원.. 비싸봐야 몇 십만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달고 말았습니다. 때로는 공짜로도 가능하고요.

그 때 제 인생관이 조금은 더 열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 아이가 없지만 만약 아이가 있다면 이렇게 얘기해줬을 것 같아요.

“BTS(비트쉐어 아님) 공연한다는데 넌 안가니?”

“왜요? 저 공부할건데요?”

“아니, 지금이 아니면 BTS 공연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데 안 간다고?”

“아빠, 남들은 공부 안하고 그런데나 다니냐고 뭐라 하는데, 아빤 왜 그래요?”

“너도 살아보면 알겠지 뭐.. 근데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가서 맘껏 친구들과 즐기고 오지 않을래?”

대중 사회의 특징 중 하나는 분산(분배)된 상품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 그리고 마찬가지로 분산된 상품을 통해 저렴한 값으로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보험 같은 상품도 원리는 그러합니다. 사고 처리 비용에 대한 리스크를 통으로 모아서 분산하고, 그 분산된 만큼 저렴한 상품을 구매할 수 있죠. 멋진 콘서트나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 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작품은 우린 상대적으로 매우 싼 값으로 쉽게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저의 제안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생활에서 나름대로 아끼고 저축하고 투자하고.. 미래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늘 긴축 재정을 염두에 두고 살지요. 하지만 인생에서 정말 다시 못 올 기회들이 대중화 사회 덕분에 저렴한 비용과 손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다가온다면 그 기회를 놓치지 말자구요. 좋은 영화가 나왔으면 기분 좋게 보고 즐기면 됩니다. 그렇게 지불한 비용은 또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쓰이겠지요. 선순환 되지 않겠어요?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저렴한 비용과 넉넉한 위장으로 만끽해 줍시다. 직접 온갖 산해진미 재료들을 다 모으겠다면 조선시대 왕이 아니고서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니, 조선시대 왕이라고 해도 요즘 흔하게 갈 수 있는 뷔페집 요리는 못 만들지도 몰라요. ㅎㅎ

자, 스팀잇이 하드포크19가 조금은 다른 세상을 열어주었습니다. 이 새로운 물결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맘껏 즐깁시다. 좋은 글 많이 쓰고, 많이 읽고, 좋은 글 있으면 보팅 잘 해주고, 아니다 싶으면 팽~해주고.. 조금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실 이전에는 고래 보팅 한 번 받으려고 너무 머리 굴려야 했어요. ㅋㅋ 그렇지 않나요?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연어의 단상 : 대중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 (하드포크19를 접하며..) How to live in Mass Society

Your browser is out-of-date!

Update your browser to view this website correctly. Update my browser now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