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듯 더웠던 1994년의 여름!

미친듯 더웠던 1994년의 여름!

연어입니다. 오사카 밋업 후 포스팅에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평소보다 더 바쁘기도 했고, 무더위에 지치니 포스팅 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한 술 더 떠 ‘111년 만의 최고 폭염’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경험상 기억할 수 있던 최고 무더위인 1994년의 기록을 깰거라고 하네요. 이런.. 그냥 ‘최고 무더위 기록’ 이라고 하면 별 실감이 안 날텐데, 1994년의 여름은 기겁할 정도도 악몽이었기 때문에 피부에 팍팍 와닿는 것 같습니다. 기억하시는 분들은 기억하시겠죠? 1994년의 여름 말입니다.

한 해 전, 1993년의 여름은 이상 저온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제가 재수를 할 때였는데, 그 때 신인 배우 장동건씨가 유행시킨 긴팔 패션이 여름까지도 유지되었으니까요. 땡땡이 무늬 긴 티셔츠, 발목까지 흐느러뜨린 게스나 저버 청바지.. 막 보급되기 시작한 삐삐.. 여기에 장동건씨가 유행시킨건 앞쪽(벨트 전면쪽)은 웃옷을 바지 안으로 넣고, 뒷쪽은 빼서 엉덩이 쪽으로 늘어뜨리는… 상상이 가시나요? 여하튼 그런 패션을 한 여름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늘한 여름이 93년이었습니다.

헌데 94년이 되자 기후의 판도가 바뀌고 맙니다. X세대 시절이 그렇듯.. 맨날 할 일 없는 대학생으로서 가뜩이나 지루한 여름 방학에 무더위가 겹치니 정말 하루 하루 버티기 힘든 날이었지요. 아직도 기억나는 날들이 있는데.. 한 번은 아르바이트로 하던 과외 수업을 하러 가다가 ‘일사병’이 이러다 걸리는건가 어질어질했던 적도 있었고, 살던 동네가 한강 근처라 열대야에 한강변에 가서 자면 좀 낫겠다 싶어 가보니, 이미 여기저기 텐트와 돛자리로 다 점령되어 있고, 어둑한 강가 콘트리트 바닥에도 동네 아주머니들이 다 누워있어 자칫 여기저기 사람 밟을 뻔한 일도 있었습니다. 어딜가나 잠을 포기한 서울 시민들이 포진해 있으니 그저 할 수 있는건 인내심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만 하더라도 에어컨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때였죠. 버스나 전철에 에어컨도 없었고.. 물론 친구들 중에서도 집에 에어컨이 있는 친구가 있었지만 얘기를 들어보면 비싼 전기요금 때문에 거의 ‘장식장’처럼 놓고만 사는 집이 많았습니다. 한 친구가 얘기해 주는데.. 절약 정신이 강하고 엄하신 친구 아버님께서 아무리 더워도 가족들이 에어컨 좀 틀고 살자는 성화에도 아랑곳 안하시는 분이신데.. 새벽에 몰래 거실에 나와 에어컨을 틀다 제 친구에게 걸려 화들짝 놀라시더라는.. 어찌하여튼 그만큼 더운 여름이었던 것만은 확실합니다.

저는 군생활을 대구에서 했는데, 대구 쪽에서 온 동기들도 94년의 황당했던 여름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었지요. 아.. 그리고 보니.. 군대에서 새로 들어오는 후임들을 보면 확실히 추운 계절에 훈련을 받았던 친구들은 군기가 빠릿빠릿 들어있는데, 대체로 더운 시즌에 훈련을 마쳤던 친구들을 보면 영 미덥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물어보면 낮에 너무 더우니 툭하면 깃발이 올라가고 (더위 경보지요), 그 깃발이 올라가면 훈련 올스톱.. 염분이 있는 알약인가를 먹이고 다 낮잠을 재운다고 합니다. 추운 계절에 훈련을 받았던 저로서는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였고, 이거 명색이 군 훈련소인데 강인한 군인을 양성하기 위한 훈련 과정치고는 좀 너무한거 아닌가 생각이 들었는데.. 그래도 모두 어느 집안의 귀한 자식들이고, 또 폭염에 쓰러지기라도 하면 자칫 생명이 위태로울 수도 있기 때문에 , 이는 곧 국방력 손실로 이어진다는 측면에서 보면 나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낮에는 낮잠 늘어지게(?) 자고 어둑어둑해지면 훈련 재개.. 그래도 그 친구들의 고충을 들어보면 저녁 훈련중 온 몸에 모기가 쏘는지라 죽을 맛이라도 하더군요. 저도 땀에 찌던 몸으로 떡지떡지 내무실로 들어갈 상상을 하니.. 흠.. 그냥 추운 겨울에 죽어라 훈련받는게 더 취향(?)에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몸에 열이 많은 편이라 여름이 더 곤혹스럽거든요.

방금 바깥일 볼게 있어 좀 나갔다 왔습니다만.. 확실히 덥긴 덥습니다. 하지만 제 기억으론 오늘의 더위는 94년의 더위보단 덜 한것 같네요. 살짝 바람도 부는 것 같은데.. 94년에서 24년이나 지난 2018년의 오늘의 여름.. 그래도 어딜가나 에어컨 바람도 많이 쐴 수 있고 하니 잘 버텨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폭염에 건강 관리 주의하시구요. 그럼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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