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잠깐 저녁잠을 자서 그런지 정작 밤잠을 설치고 있습니다. 잠들기를 반쯤 체념한 채 피씨를 다시 켜봅니다.
스팀잇에 가입하기 전, 저는 이미 한국과 중국에서 적지 않은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을 모았다가 중국 정부로 부터 모두 블록(Block)을 당해버린 쓰라린 경험이 있었습니다. 만만치 않은 자금을 들여서 모은 것이었음에도 강탈당하듯 저의 수중에서 사라지고 나니 암호화폐 투자에 내포된 가장 근본적인 리스크에 대해 다시금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건 바로 키값이든 패스워드든 암호화폐를 내 수중 안에 지켜낼 수 있는 열쇠를 잊어버리거나 강탈당하면 더 이상 내 소유임을 증명받지도, 누려보지도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탈중화라는 매력이 이럴 때 만큼은 그 이상 허무할 수가 없죠. 지난 폭등 때 빌딩 한 채 값은 족히 되었을 그 고전적인(?) 코인들을 떠나보내며 다시금 주식이나 깨작깨작 해야할 판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했었고요. 그러다 삼고초려 저리 가라고 할만했던 선무님의 간곡한 권유에 못이겨 스팀잇을 둘러보고는 무엇에 홀린듯 주식도 좀 처분하고 있는 현금도 보태고 해서 세 개의 계정을 만들었었습니다. 한 계정은 지금 이 계정이고, 나머지 두 계정은 적지 않은 돈으로 스팀파워까지 충전해서 외국인 친구들에게 주었지요. 그러고 보니 저는 스팀잇의 첫 발을 꽤나 인터내셔널하게 한 축에 속한 것 같습니다.
어째 옛날 옛적 얘기하는 것 같지만, 뭐. .그 시절엔 그랬습니다. KR 커뮤니티는 그저 변방의 부족같이 아기자기했고, 지금에 비하면 인프라 그런 것도 매우 척박했지요. 지금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는 소규모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많은 프로젝트와 비즈니스가 시도되고 있지만, 그 때는 대부분 글과 사진, 그림 등의 순수 포스팅에 가까운 면이 있었습니다. 뭐가 더 좋고 나쁘고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흘러왔다는 것이니까요.
스팀잇은 스팀이란 블록체인 기반에 서 있으므로 스팀의 가격 변화를 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스팀의 가격 변화에 따라 스팀잇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여러분도 생생해 경험해 왔을테니 자세한 얘기까지야 필요 없겠죠. 스팀잇 유저들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스팀 가격에도 영향이 있을테지만, 저는 스팀의 가격에 따라 스팀잇이 어떻게 반응해 나가는지에 초점을 맞추는게 더 의미있다고 생각하는 1인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스팀잇이 계속 굴러오는 동안 스팀의 가격은 오르락 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탔지요. 그리고 아시다시피 지금은 한국돈으로 500원 선을 오가는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상황이 이전에 스팀 코인의 가격이 500원 선이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던가요? 아닙니다. 단연코 다릅니다. 저는 곧 스팀잇에 역사적인 캄브리아기가 도래하지 않을까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캄브리아기가 무엇입니까? 네, ‘캄브리아기 대폭발’이라고 명명될 만큼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생명체들이 급격히 출현한 시기입니다. 지구는 이 캄브리아기라고 불리우는 생명체 대폭발의 시기를 거친 후 현재까지 존재하는 대부분 종류의 생물들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기간이죠.
스팀잇에 캄브리아기가 온다는 것.. 딱히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분명한 것은 복합적인 요인이라는 것, 적지 않은 기간 응집되어 온 힘이 일순간 큰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 에둘러 얘기한다면 그 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지금의 500원은 과거의 500원과 다르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스팀잇 유저였다면 스팀이 500원에서 5000원으로 갈 때 스팀 액면 가격에 연동된 10배 남짓한 수익에 만족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더 높은 경제적 이득은 가능합니다. 경험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스팀잇의 생태계는 스팀 가격이 10배로 오르는 동안 더 많은 부가가치가 가능하게 해줍니다. 포스팅과 큐레이팅이 넘나들며 현금흐름과 포스팅 값어치를 더 크게 끌어올리니까요. 저는 경험적으로 스팀 가격이 높지 않을 때 여기저기 뿌려두었던 씨앗들이 스팀 가격이 상승해 가면서 급격히 커지며 다이나믹한 현금 물줄기로 들어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맛(?)을 잊지 못해서이기도 하고, 원래 호기심이 많기도 해서 스팀잇에 출현하는 많은 시도에 가급적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현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상이 물, 흙, 불, 공기의 4가지 원소로 이루어졌다 얘기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요소로서 에테르(Ether)를 말했죠. 그 유명한 ‘제5원소’입니다. 아마도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세상이 4가지 원소만으로 채워져 있다고 생각하기엔 무언가 부족해 보였나 봅니다. 그래서 증명할 방법은 없었지만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개념이 존재하리라 믿고 5번째 원소를 예언하다시피 했죠. 제가 현자는 아니지만 왠지 그런 개념을 차용해야지 스팀잇의 미래를 채워줄 무언가를 설명할 수 있는 것 같네요.
가격만 보면 곡소리가 나도 시원치 않을 스팀잇에 지금 알게 모르게 많은 분들이 엄청난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그게 눈에 보이는 저로서는 요즘 매일매일 흥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동시대 존재하는 여타 다른 코인과 댑들로 부터 느끼지 못하는 특별한 부분입니다. 정말 스팀잇, 스팀 블록체인은 ‘내 마음속 선발투수’인가요?
여러분, 스팀의 가격을 보고 한숨짓지 맙시다. 그보다는 어떻게 하면 스팀이 비상할 때 스팀잇에서 풍성한 곡식을 거두어들일 수 있는지 생각해 봐야죠. 그런데 어떡합니까? 이제 다시 스팀이 비상하게 된다면 이전보다 ‘몇 갑절, 몇 십 갑절’은 크게 쏟아질 스팀잇으로 변모해가고 있는데 말이죠? 우리는 그것을 받아낼 준비가 되어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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