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오늘 드디어 SteemCoinpan의 공식적인 payout이 시작되었습니다. 마치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디뎠을 때처럼 조금은 숨막히는 긴장감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았던 것 같습니다. 약 8시간이 지나는 지금까지 시장은 비교적 평온하고 가격도 상당히 안정적입니다. 다행히 우려했던 혼란스러운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지만, 조금 더 SCT 토큰을 매입해 두고 싶었던 저로서는 왠지 아쉬움이 좀 남기도 하네요.
스팀코인판은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차분하고 정돈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분들이 성심을 다해 포스팅을 하고, 그 이상의 많은 분들이 그러한 포스팅들을 접하며 읽고,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고 있습니다. 서로 간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끌어 주는 과정 속에서 스팀 블록체인과 SCOT 시스템은 열심히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두 시스템이 하는 것은 결국 커뮤니티에서 발생되는 부가가치를 평가하고, 계산하며, 다시 분배하는 것입니다. 공정한 평가, 정확한 계산, 뒤끝없는(?) 분배야 말로 여러분이 이 커뮤니티 안에서 즐거움을 나누고 있든, 열심히 논쟁하며 싸우고 있든 쉬지 않고 펌프질 하는 심장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3년이 넘는 지금까지 스팀잇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우리 스판 커뮤니티도 스팀잇의 튼튼한 심장과 건강한 폐로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쉬며 호흡해 나갈 것입니다.
저는 20명의 우리 큐레이터들을 일종의 항해사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편하게 정박해 있어도 되지만 기꺼이 선박을 끌고 나가 항해를 시작합니다. 자신만의 계획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방 곳곳을 찾아나서는 우리 항해사들은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멀리 돌아가면서 우리 이웃들이 정성스럽게 올려 놓은 포스팅들 앞에 마주서게 됩니다. 그 누구보다 빨리, 그 누구보다 정확한 눈으로 글의 가치를 파악한 후 자신이 위임받은 권한을 활용해 평가를 내리게 됩니다.
사람은 결코 기계가 아닙니다. 우리 20명의 큐레이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사람만이 풍길 수 있는 내음을 읽어낼 수 있고, 사람에게 다시 전달되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저는 우리 커뮤니티가 지속적으로 건강한 모습을 유지해 나갈 수만 있다면 가장 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웃이 바로 큐레이터들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꺼이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희생해야 하겠지만, 그 이상의 지식과 지혜, 작가와의 교류를 얻어낼 수 있으며, 누구보다도 작품에 빨리 도착하여 보팅(upvote)이라는 선물까지 안겨주고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작품을 먼저 보고, 먼저 느끼며, 먼저 깨닫고 난 후 조금은 든든한 감사의 선물을 드리고 오는 것은 오로지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작은 행복감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더욱 고마운 것은 그런 작품을 또 널리 알려주려 애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어릴 때 일찍 돌아가신 외할아버지는 상당히 큰 규모의 사업을 하는 사업가였다고 합니다. 한 번은 외할아버지께서 어떤 사업을 하셨는지 어머니께 여쭤본 적이 있었는데, 어머니 말씀으로는 가장 중요했던 것은 모 항구 도시에 5군데의 어장(漁場)을 갖고 계셨다는 것입니다. 도시에서만 자라온 저는 ‘그게 뭐 대수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지금으로 치자면 공장 5개를 경영하는 셈이니 그 또한 만만치 않은 규모였던 것입니다.
가끔 어머니께서 꼬마 아이였을 때 외할아버지께서 운영하시던 어장에 구경갔던 일을 말씀해 주시곤 합니다. 멀리 몇 일간 배들이 항구를 향해 돌아올 때면 저 멀리서 부터 선원 한 명이 선수(船首)에서 커다란 깃발을 흔들며 외쳤다고 합니다.
“만선(滿船)이요! 만선(滿船)이요!”
어린 꼬마였던 어머니에게도 그 장면이 얼마나 인상 깊었던지.. 어획한 생선을 한가득 싣고 만선을 외치며 들어오던 모습이 아직도 영화의 한 장면처럼 느껴진다고 합니다.
하나 더 들려주신 얘기인데, 처음으로 배를 탔던 청년 어부 한 명이 잡아 온 생선 두 마리를 몰래 옷깃에 챙겨 두었다가 나이 많은 어부에게 들켰다고 합니다. 별 대수롭지 않게 생선을 달라고 손을 내미는 선배 어부에게 나이 어린 초짜 어부는 고스란히 숨겨두었던 생선 두 마리를 내놓게 되었고, 선배 어부는 그 두 마리를 저희 외할아버지께 가져다 주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저희 외할아버지는 그에 대해서는 아무런 얘기를 하지 않고 모든 어부에게 말하기를,
“수고들 많았네. 자, 이번에 잡아온 생선들 중에 가장 크고 싱싱한 놈들을 좀 골라보게나!”
그런 후, 가장 싱싱하고 때깔 좋은 생선을 몇 일간 망망 대해에 생사를 넘나들며 고기잡이를 했던 어부들에게 신선한 회를 떠 그 자리에서 흥겹게 먹고, 그에 못지 않은 좋은 생선들만 골라 어부들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가장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한 어부와 가장 어린 나이에 경험이 없는 젊은 어부에게 따로 생선을 챙겨주었다고 하네요.
아까 젊은 어부 한테서 생선을 돌려 받았던 어부가 조용히 얘기하더랍니다.
“이 녀석아. 네가 집에서 힘들게 홀어머니 모시고 있는거 우리도 다 잘 알아. 여기 어르신이 알아서 잘 챙겨 줄텐데 뭘 그리 서두르고 그러는가. 앞으로는 그러지 말게.”
자, 이제 페이아웃도 시작되었습니다. 스판 커뮤니티가 정식으로 오픈한 후 페이아웃이란 한 바퀴를 큰 사고 없이 돌았으니, 이제 남은 몫은 우리가 각자 쓰고, 읽고, 평가하며 즐기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 마다 우리의 큐레이터들이 멋진 제복을 입고 든든한 보팅파워를 갖춘 항해사가 되어 나타날 것입니다. 여러분도 이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시고 좋은 컨텐츠와 반가운 소식 전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만선(滿船)을 외치며 돌아오는 큐레이터들을 저희 운영진이 또 한 번 반갑게 맞이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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