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오늘은 약속대로 @secuguru 님의 포스팅에 대한 답변글을 쓰려고 했는데, 이 글을 먼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KR 커뮤니티에 이웃 두 분이 스팀엔진을 두고 각자의 입장에서 쓰신 글들을 읽어보았습니다. 양쪽 글을 모두 읽고 생각나는 바가 있어 적는 글입니다.
우리 모두 스팀잇과 스팀에 대해서는 당연히 불만도 토로(吐露)할 수 있고, 또 어떤 얘기라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 스팀잇에 자리 잡고 있는 계정으로 글을 쓴다면.. 단 한가지 참으로 인정 받기 어려운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스팀과 스팀잇은 망하고 말 것이다’라는 명제입니다. 스팀잇이 망할 것 같으면 그냥 스팀잇을 떠나 있는 것이 맞겠죠.
만약 스팀 블록체인이 오랜 기간 버티고 살아남게 된다면 ‘스팀잇은 망하고 말 것이다’는 명제는 꾸준히 유저들에게 회자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으로 남을 것입니다. 그리고 정말 그의 예언대로 스팀잇이 생명을 마치고 사라진다면 영원할 것 같았던 블록체인 기록도 그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끝나겠죠. 스팀잇은 이 둘 중에서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요? 스팀잇이 사라진다면 왜 사라질까요? 그리고 스팀잇이 살아 남는다면 또 어떤 이유로 살아남게 되는 걸까요?
재작년에 리플(Ripple)과 대쉬(Dash)가 이더리움(ETH)의 위상에 근접한 적이 있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대쉬는 마스터 노드 코인의 대장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1개의 마스터 노드를 구성하려면 상당히 많은 수의 코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에 대쉬를 추종하는 다양한 종류의 마스터 노드들을 구성하기 시작했는데 어림잡아 억 대의 자금은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반짝 상승장을 만나기도 했고, 한참 마스터 노드들을 키워나가고 있을 때 마침 커뮤니티에서 마스터 노드를 탐구하는 포스팅과 마스터 노드 거래소에 대한 분석과 소개글이 올라오기 시작하더군요. 든든한 지원 사격을 받는 것 같아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비교적 일찍 발을 담근 몸빵(?) 치고는 꽤 선전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한참 시세가 좋을 때을 때는 투자금의 세 배 이상 찍고 올라가기도 했으니 투자 포트폴리오 중 하나로 참 기특한 녀석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 (노드 개발자 측의) 노드 업그레이드 중지
- (해킹에 의한) 거래소 폐쇄
저는 백 여 개의 BTC와 백 여 개의 복제형 아이들(BCH 외), 그리고 만 여 개의 LTC를 외국인 계정 블록(block)이라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의해 한 푼도 건지지 못하며 첫 암호 화폐 투자를 실패로 마감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암호화폐에 대한 거래 자체의 실패라기 보다는 정치적, 제도적 리스크 폭탄을 맞은 측면이 있죠. 반면에 이 마스터 노드에 대한 투자는 비록 실험적인 몸빵 투자이긴 했으나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투자 자체로서의 실패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나중에 마스터 노드 투자의 위험성을 풀어놓은 분석글도 나오긴 했지만 직접 경험하며 체득한 입장에서 약간은 다른 시각을 갖게 되더군요.
(빼앗기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BTC와 LTC, STEEM과 EOS(EOS는 스팀잇을 통해 처음이자 마지막 ICO로 참여), 그리고 시장에서 거두어 들인 각양각색의 코인들…
저는 위의 그 어떤 코인들에 투자할 때보다 이 마스터 노드라는 것을 해보기 위해 공부를 많이 해야 했습니다. 백서? 뚫어져라 봤지요. 기술? 열심히 귀동냥 해가며 익혔습니다. 노드를 설치해 나갈 때마다 이것 저것 알게 된 잡다한 지식도 만만치 않더군요. 늘 금융 투자나 트레이딩의 관점으로만 코인을 매입해 오다 기술적인 파트까지 파고 들어가며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는데도 결과는 전혀 엉뚱한 쪽으로 흘러가고 만 것ㅂ니다.
헌데, 이렇게 몸빵으로 겪어 본 투자 실패라면 뭐라도 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저는 실전 플레이어를 가장 높은 자격으로 평가해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하일성 해설 위원이나 허구연 해설 위원이 박찬호나 이승엽 선수 보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더 인기가 많다면 뭔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어쨌든 저는 몇 십개가 넘는 마스터 노드를 돌려본 경험자로서 그 이전과는 사뭇 다른 저만의 시각을 한 두 가지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각으로 스팀잇(스팀)을 판단해 볼 때 저는 여전히 투자 대상으로서 스팀에 매력을 느낍니다.
저는 왜 그렇게나 스팀 엔진이 여러 분석가들로 부터 공격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SMT와 스팀 엔진이 그 뿌리부터 다르다는 점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파트에서 볼 때 스팀 엔진에 대한 우려는 태생부터 따라오는 문제일 것입니다. 블록체인처럼 보이나 블록체인이 아니라는 경고. 그러나 저는 한 명의 투자자로서 이 명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목과 같이..
@dan은 스팀을 떠났고, @aggroed는 그 스팀을 지키려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와 함께 말이죠.
저는 솔직히 @aggroed라는 증인 겸 개발자를 잘 알지 못했고, 오랜기간 @clayop님 정도 빼고는 이름이 술술 외워지는 증인도 없었습니다. (옛날 중국의 @abit는 예외) 그런 저조차 이름을 외우게 되었네요. 아마도 그의 열정과 노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는 늘 무언가를 만들고 개선하려고 하더군요. 그러다 한계에 부딪히면 그 문제까지 포괄하는 상위 개념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그는 스스로를 ‘스팀잇의 괴짜’라고 말하지만, 저는 이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dan이 단순히 @ned와의 불화로 스팀을 떠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행보를 보면 더 나은 것을 만들기 위해 옛 것을 놓고 나가곤 했습니다. 나비가 탈피(脫皮)하는 방식일까요? @dan은 BTS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STEEM을 만들었죠. 그리고 또 더 강력한(?) 블록체인을 만든다고 STEEM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만든 것이 EOS입니다. @dan이 또 한 번 EOS를 떠나게 될까요? 블록체인 역사에 자신만의 흐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멋진 일이지만, 우리 입장에서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그는 지금 스팀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dan이 남긴 스팀이라는 작품은 참으로 견고하다(robust)는 생각이 듭니다. 이건 특히나 스팀 엔진과 일을 해보면서 더욱 느끼게 되는 부분이죠. 스팀 블록체인은 참으로 강건하구나.. 비록 @dan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이 스팀이란 작품은 참으로 괜찮다는 생각만 듭니다. 제대로 잘 만들어 놓으니 그 클론(SCOT)도 잘 돌아갑니다. SCOT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대부분 핏(fit)을 다 맞추지 못한 재단 과정에 있는 수준입니다.
그렇게 견고한 스팀이 한동안 방향을 좀 잃고 헤맸던 것이 아닐까요? 증인들은 열심히 배를 점검했고, 유저들은 열심히 노를 저었습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스팀잇이라는 배는 돛을 올리며 바람을 타지 못했고, 조타수는 방향을 잘 잡지 못했습니다. 배가 어지간해서는 침몰하지 않을지 몰라도 방향을 잃으면 황금의 엘도라도를 향해 나아가지는 못합니다.
이런 상황이 올 때 마다 @dan은 더 정교해진 기술로 새로운 그릇을 만들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의 리더십은 창출하는 데서 발현되나 봅니다. 그런데 @aggroed는 고쳐 쓰고 개량하는데 총대를 맸지요. 제가 하고픈 얘기는 @aggroed와 같이 스팀잇을 떠나지 않고 지켜가려는 유저들이 아직은 커뮤니티 안 곳곳에 퍼져있다는 것입니다.
SCOT에 기반한 클론들은 SMT가 만들어 진다면 기꺼이 합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스팀 엔진의 시발점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스팀잇에 대한 불만 섞인 애정에서 출발하였기 때문입니다. 스팀의 핏줄을 받을 SMT와 달리 좀처럼 온전한 블록체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스팀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저로서는
자리를 떠났거나 떠나려는 사람.. 그리고 그 자리를 메우고 더 발전시켜 보겠다는 사람..
직접 쓰고 읽고 나눌 수 있는 현실로 구현하여 우리 앞에 선사한 SCOT이란 작품을 경험하고 있노라면, 유전자를 기준으로 평가하며 비교하는 글들을 볼 때마다 제 안에 조금은 아쉬운 부분이 남아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구축해 보았던 마스터 노드들은 장난스럽기만 한 도지코인(dogecoin)보다 더 멋진 것들을 구비하고 있었지만 결국 도지코인에게 완패를 당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하나입니다.
도지코인의 개발자들은 자신의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는 것..
@aggroed는 욕을 많이 먹든 말든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며 스팀 엔진을 만들어 선사했습니다. 우리는 그가 제시한 백서(WhitePaper)를 보고 그를 신뢰하기 보다는 그가 현실에 제공한 스팀엔진이라는 실체를 쓰고 있기 때문에 신뢰해 보는 것입니다. 그는 자기 작품을 키우며 더욱 커뮤니티 안으로 스스로를 옭아 넣습니다. 그것이 몸짓으로 증명하는 그 사람 만의 담보 같은 것은 아닐런지?
이게 보장할 수 없는 이미지 쪼가리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이 스팀코인판 (SteemCoinpan)의 도메인 기간을 10년으로 잡고 등록한 것도 우리의 약속을 나타내는 하나의 방법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저는 개인 계정을 통해 프리세일에 참여하며 스스로를 담궈보려고도 했습니다. 다른 집에서 한 것이라면 ‘투자’였겠지만, 저는 이것이 스팀코인판에서 만큼은 ‘다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자리를 지키고 있겠다는 아주 간단하지만 어려운 다짐 말입니다. (제가 1등이라고 생각했는데 @kopasi님 한테 막판 한 발 밀리고 말았네요. ^^)
https://pastebin.com/nkMtfy25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했던 스테이킹 자료를 확인할 수 있어 놀라웠습니다. @clayop님의 유용한 자료 제공에 감사드립니다. (https://www.steemcoinpan.com/sct/@clayop/sct)
마침 관련된 공지사항이 있어 링크걸어 봅니다.
[NOTICE] 향후 SMT 활성화에 대한 스팀코인판의 입장 https://www.steemcoinpan.com/notice/@sct/notice-s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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