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 투자한다는 것

스팀잇에 투자한다는 것

연어입니다. 제가 대학생 때 이사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집 전화는 아버지 명의로 되어 있는데 왠만한 문의 신청은 제가 하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아 한번은 명의 이전 신청을 하러 인근 KT 전화국을 찾아간 적이 있었습니다. 헌데 전화국은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정말 뜬금 없는 곳에 홀로 떡하니 있더군요. 방문자 불편하게 뭐 이런 곳에다 전화국을 지어놨나 싶었는데 몇 년이 지나고 보니 그 주변 일대가 대형 상가와 건물로 가득차게 되었지요. 비슷한 일례로, 시에서 대규모 종합 체육시설 공원을 인근 거주민이래야 눈을 씻고 찾아 볼 수 없는 곳에 멀찍이 만들어 두었던데 결국엔 지금 신도시급 아파트 단지 건설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재작년 상해에 거주했을 때 현지 회계사 한 분과 함께 관공서를 드나들 일이 많았었는데, 한 번은 같이 바닷가 쪽 린강(临港)지구에 있는, 한국으로 치면 세무서 같은 곳에 가본적이 있었습니다. 상해 시내에서 차를 타고 두 시간 가까이 가야하는 거리였는데 신도시처럼 구획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도로 시설도 신식으로 화려하게 잘 만들어 놨으나 결정적으로 사람 한명 살지 않는 곳처럼 보였습니다. 건물도 없이 도로와 구획만 거의 완벽하게 지어둔 참 이상한 곳이었지요. 끝없이 펼쳐진 평야같은 곳에 으리으리한 관공서 단지만 들어와 있는데, 인근에 아무런 편의 시설이 없다보니 그곳에 일하는 공무원들은 구내 식당 말고는 달리 밥먹을 곳 조차 없더군요. 한 마디로 ‘뭐 이런 넌센스가 있나’ 싶었습니다.

회계사가 이 린강지구에 대한 설명을 해 주는데, 상해 푸동쪽을 자유무역 지구로 확장하면서 항구 역할을 할 곳으로 린강지구가 선정되었고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에게 한 동안 특혜를 베풀겠다는 방송을 여러번 때기리도(?) 했답니다. 하지만 상해의 경우에는 부산 같이 바다 인근지역 기반으로 성장해온 도시가 아니라 푸강에 인접한 안쪽을 중심으로 발전시킨 도시라 바닷가 쪽인 린강지구는 한국으로 치면 옛날의 시화호 주변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사람들이 이주나 투자를 꺼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몇 가지 사례를 들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제가 상해에 와 보니 마치 한 세대 전 한국의 발전 과정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 눈에는 발전 과정이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것들이 있어요. 제 경험으로는 허허 벌판 같은 곳이라 해도 대규모 기반시설이나 관공서가 들어선다는 사실을 그냥 흘려 넘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중국 정부나 상해시에서 아무런 계획 없이 이런 곳에 공무원들을 밀어 넣지는 않았겠죠. 한 번 잘 알아보시고 투자 기회다 싶으면 한 번 참여해 보세요. 저는 외국인이라 어차피 제한이 많아 어렵겠지만 회계사님은 질러볼 만 할겁니다.”

이후에 저는 직장이 바뀌었지만 그 회계사와의 업무 인연은 계속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작년 가을에 상해 출장 기회가 있어 회계사를 다시 만나게 되었지요. 미팅을 마친 후 회계사 분이 자꾸 이것저것 접대란 명목으로 쏘시려고 하길래 이러지 마시라고 만류를 했더니 제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시더군요.

“작년에 린강에서 말씀해 주신 얘기를 듣고 깊이 생각을 해 봤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한국 분들과 일을 많이 하면서 투자에 대한 좋은 의견들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그 덕분에 학교를 졸업하고 무일푼으로 사회에 뛰어들었던 제가 좋은 집도 장만하고 안정된 자산을 이루어 갈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린강만 해도 제 눈에는 왜 정부가 저런 곳을 터무니 없이 개발하겠다고 용을 쓰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말씀하신 대로 저 많은 공무원을 아무 책임감 없이 밀어 넣지는 않았겠단 판단이 서더군요. 그래서 남편과 상의한 후 이제 막 짓기만 해 놓고 입주가 안되어 있는 집 한 채를 계약했지요.

그런데 제가 그 집을 계약하자 마자 다음 날 저녁 뉴스가 뜬거에요. 정부가 린강지구를 특별 구역으로 선정하면서 구체적인 개발 플랜을 발표한거죠. 상해 푸동쪽과 연계되어 크게 발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들이 나오니까 바로 하루만에 집 값이 두 배로 뛰더라구요. 다음 날 집을 팔았던 사람이 계약을 취소하겠다는 전화를 해왔고, 결국 변호사인 동생의 힘을 빌어 소송에 들어갔고 마침내 승소를 통해 짧은 기간 안에 자산을 크게 불릴 수 있었습니다. 이게 다 누구 덕분이겠습니까? 그러니 오늘은 제가 쏘는게 맞겠지요?”

(captured from ‘http://gloryjinzi.blog.me/220990979363’ : 최근 린강지구 주최 정책 소개회가 있었나 봅니다)

(captured from ‘http://gloryjinzi.blog.me/220990979363’ : 린강지구 투자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가 보군요)

좀 놀랍더군요. 물론 투자해볼만한 곳이라고 언급은 해드렸지만 정말 그 분이 그렇게 투자 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겼으리라고 까지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투자는 양면의 성격이 있어 위험하기도 했겠지만, 어쨌든 그 분은 그 곳이 발전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귀중한 자금을 들인거겠지요. 그리고 그 열매는 아직까지는 달콤해 보입니다.


위 그림은 오늘 살펴본 tag 순위입니다. 사실 작년 이맘때 쯤 가입했던 제 기억으로는 항시 1~2위를 달리던 tag는 steemit과 steem이었고, 그 못지 않게 상위권을 차지했던게 bitcoin, cryptocurrency 등이 었습니다. kr의 진입은 거의 기적과 같은 일이기도 하고, 일단 암호화폐와 관련된 초기의 태크들이 순위를 내주기 시작한 것이 저는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이 얘기는 스팀이란 암호화폐에 주된 관심이 있던 초창기 유저들로 부터 보다 SNS에 걸맞은 다양한 주제들로 중심이 이동해가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이맘때에는 kr-market도 없었고, 펀딩도 프로젝트도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스팀잇은 그냥 글이나 그림을 포스팅하고, 보팅 받고, 댓글 달고, 글보상금 얻고.. 그런데 이제 스팀잇 안에서의 생태계는 더욱 풍성해졌습니다. 그리고 kr은 이런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커뮤니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자, 그리고 스팀잇이 세간에 더 크게 알려지고 페이스북 같이 사랑받는 SNS가 될 때까지 킬링타임 하고자, 이런 저런 프로젝트에도 가급적 많이 참여하려 하고 투자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제 단순히 스팀이나 스팀달러를 매입해서 묻어두거나 파워업하는 단계를 넘어 다양한 펀딩에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거죠. 어제는 @ludorum님의 프리펀딩에 자금을 일부 묻어 두었고요. 간단하게 간접 소개를 해 보자면,

https://steemit.com/payout/@ludorum/td9kq

직접적인 설명은 윗 글을 한 번 읽어보셨으면 하고, 저는 이런 펀딩과 개발이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단순한 아이디어의 구현 차원을 넘어 지금 스팀잇의 발전 단계가 어디쯤 와 있는지 판단해 볼 수 있는 힌트를 주는 것이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스팀잇이 그 옛날 프리챌과 같은 단순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넘어 하나의 경제 생태계로 발돋음 해 나가려면 결국 어느 순간 부터는 금융의 역할이 매우 크게 작용할 것이고, 그 인프라로서 다양하고 안정된 결제 부분이 기저에 깔려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슬슬 이런 종류의 아이디어아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펀딩은 리스크, 즉 기회와 위험을 함께 나누는 것이니 저는 이 가상지갑 결제시스템의 기회와 위험에 함께 동참하고자 합니다.

결론이 어째 뭔가 펀딩에 참여해보자 이렇게 흐른 것 같지만 제 글을 차분히 읽어보신다면 그런 차원에서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해 주시시라 봅니다. 스팀잇에 투자한다는 것.. 각자의 입장마다 다른 이유와 관심이 있겠지만 저 나름대로의 관점과 입장을 살짝 말씀드려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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