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TV로 프로야구 경기를 보다 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보게 됩니다. 투수가 던진 공이 볼이 되면 타자를 응원하는 쪽 팬들은 투수가 스트라이크를 못 잡았다고 환호성을 지릅니다. 하지만 투수쪽 팬들은 유인구로 공 하나를 뺐다고 생각하죠. 타자가 파울을 치면 어떻게 될까요? 투수쪽 팬들은 타자가 투수의 공을 공략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타자쪽 팬들은 투수의 지저분한 공을 커트해냈다고 생각하지요. 이렇듯 사람들은 같은 사안을 놓고도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받아들이기 마련입니다.
야구 얘기는 약과입니다.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제각각 가치관이 굳게 자리잡고 있어 각각의 사안마다 어느 쪽으론가 자신만의 입장을 갖게 됩니다. 문제는 이것이 여러 검토와 확인 과정을 통해 내린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대개 어떤 결론이나 방향을 먼저 잡고 그에 해당하는 증거와 논리를 끼워맞춰 놓는데 있습니다. 이런 방식이 가장 극명하게 나타나는 영역 중 하나가 바로 정치입니다. 즉,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갖추게 된다면 이는 매우 ‘정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 얼마전 있었던 ‘유시민 - 정재승’ 이란 두 걸출한 인물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JTBC 토론회를 보았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 반갑습니다. 사실 저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최근의 광풍을 매우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로서는 이 비트코인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아직 그 실체를 인정하기도 어려운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그 쪽 세계로 뛰어들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열광하는 그 이유를 제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좀 됩니다. 그러니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왜 사람들이 비트코인과 가상화폐(암호화폐)에 열광하고 있는지.. 그리고 기꺼이 자신의 돈을 끄집어 낼만한 가치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여기 참석해주신 패널 분들을 통해 크게 배움을 얻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정재승 : 안녕하십니까? 아시다시피 저는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이미 마음을 빼앗긴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참여가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최근 들어 언론을 통해 이 현상이 사회적시각에서 볼 때 상당히 우려가 되고 있다는 점 또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행여나 장밋빛 미래만 바라보면서 새로운 기술과 자본이 엮이며 생긴 어두운 그림자는 정작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봐야하는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 같은 토론의 자리는 제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다각도의 관점들을 짚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석해 주신 분들의 많은 고견을 경청하고자 합니다…
토론이 꼭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분명 토론은 격하게 (그러나 품위있게) 싸울 수도 있는 자리니까 말이죠. 사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미래 결과를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어디까지 좋을 수 있는지, 어디까지 나쁠 수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것이죠. 다만 각자의 가치관과 이해관계가 얽히며 한걸음씩 나아갈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지난 JTBC에서의 토론은 누가 맞다 틀리다, 누구의 입장이 나의 입장과 일치하다 아니다를 떠나서 못내 아쉬운 자리였습니다. 물론 저는 블록체인의 세상을 매우 가치있게 보고 있고 암호화폐 시장이 더욱 더 커지고 영향력을 발휘하리가 믿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패널의 발언과 관점에 눈쌀을 찌푸리거나 정재승 패널의 발언에 환호하지 못했던 이유는 마치 정치적으로 각자의 입장을 공고히 굳히고 자리에 참석한 것 처럼 그 간극을 좁힐 수 없었던 토론 흐름이 너무나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각자의 입장이 옳고 상대방의 생각을 변화시키려 하기엔 이미 참석한 패널분들의 머릿 속에 굳건한 가치관이 무겁게 자리 잡아버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니 서로의 생각과 입장, 우려하는 부분, 기대하는 부분을 주고 받는 것은 이미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미 평행성을 달리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양측의 패널분들은 각각의 지지자들에게 그 지지의 명분만을 던져주는 역할로 끝나버렸는지 모릅니다. 그렇지 않았을까요? 이미 그 토론은..
유시민이 볼을 던지고.. 정재승이 파울을 치더라도..
각각의 팬들에겐 각자의 이유로 그럴듯하게 보였을 한 편의 야구경기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그래서 제 마음이 조금은 씁쓸했던가 봅니다..
p.s 최근 댓글에 대댓글을 남겨드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댓글도 반가운 글이고 좋은 의견들이시니 응당 답변을 들여야하지만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못하는 고충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대신에 댓글을 남겨주시는 분들의 블로그를 찾아가 남겨두신 포스팅을 살펴보는데 시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해보니 여러 분들을 더 많이 알게되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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