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의 첫 여행

어머니와의 첫 여행

연어입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져 마음까지 을씨년스러워지는 것 같더니 밤사이 눈이 신나게 내려버렸네요.


‘외탁’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야말로 전형적인 ‘외탁’이라 할 수 있는데 생김새와 성격이 외가쪽 식구들을 무척이나 닮았지요. 어머니께서는 종종 저를 물끄러미 보시다가 ‘거울을 보는거 같네’라고 말씀하실 정도입니다. 골격도 외삼촌들과 많이 닮았고.. 성격도 내성적인 아버지 쪽과는 달리 쾌활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외향적 성격입니다. 외가쪽 식구들의 복사판이죠. 사람들이 말하길 어미 입장에서도 자신과 더 닮은 쪽 자식에게 마음이 살짝쿵 더 간다고 하던데.. 뭔가 닮은 구석이 있으면 핏줄이란 끈이 조금 더 작용하는게 사람이라는 존재인가 봅니다.

아들과 아버지와의 관계란 것이 엄연히 존재하듯이 아들과 어머니 사이의 관계 역시 정의내리기 힘든 그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성격이 비슷해서인지 저는 비교적 어머니와 대화도 잘 되는 편입니다. 사춘기때는 대화도 잘 안 통하고 속도 썩여드렸지만 말이죠. 가끔은 이런 모습에 아버지께서는 부러움 반 질투 반 보시는 것 같던데.. 어쨌든 제 입장에서 볼 때 어머니와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어머니는 요즘으로 치면 ‘~맘’ 시절부터 여러 모임에 자주 참석하셨습니다. 자식들을 통해 알게 된 학부모분들, 동네에서 알게 된 이웃분들.. 이런 분들과 오랜 기간 친목을 다져오시면서 틈틈이 모아둔 회비로 국내외 여행을 다녀오셨지요. 제가 보기엔 그 정도 회비로도 해외여행이 되나 싶긴한데.. (역시 패키지의 힘은 무시 할 수 없군요) 커피값 정도의 소소한 금액들을 꾸준히 모아 이런저런 여행을 다니셨던 것 같습니다.

한 달전.. 문득 어머니와 단 둘이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부모님께 효도 여행을 보내드릴 계획이었는데 이상하게도 두 내외분이 느긋하게 여행을 다녀오실만한 시간을 맞추는게 어렵더군요. 그래서 이럴바에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차라리 제가 시간이 맞는 분과 함께 짧막하나마 여행을 다녀오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이번엔 어머니가 저와 시간이 잘 맞더군요. 비록 주말을 이용해야 하는 타이트한 여정이지만요.

부랴부랴 시간에 맞는 여행지를 고르는데 난관이 이만저만 아니었습니다. 직장에 매여있는 저 때문이었습니다. 금요일 밤 늦게나 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할 수 있는 여정을 짤 수밖에 없었고.. 왕복, 편도, 경유 등 모든 일정을 뒤져보다가 그나마 시간대가 얼추 맞는 행선지로서 마카오로 결정을 보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참 이상하군군요. 마카오에 세 번씩이나 가게 되니까 말이죠. (카지노와 운명의 한 판이 또 시작되는가..하며 재미있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어쨌든 맛있는 것도 많이 사드리고 재미있고 추억 가득한 여행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지금부터라도 어머니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만들어봐야겠습니다.

밤사이 눈이 많이 왔는데 비행기가 뜨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한가지 걱정이라면 가뜩이나 밤 늦게 출발해 새벽녘에야 도착할텐데 연착마저 되면 어머니께서 많이 피곤하시지 않을까하는 점입니다. 어머니께서 빨리 잠자리에 드셔야 저도 카지노로.. 어머나.. 딱 걸렸나요? ㅋ

이제 눈도 보았으니 겨울이 왔다는걸 확실히 실감하게 되네요. 월동 준비들 잘 하시고 기회가 된다면 틈틈이 마카오 여정도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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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r, life, 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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