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를 들여다 보는 시간..

내부를 들여다 보는 시간..

연어입니다. 스팀잇 세상에서 활동하게 된 후부터 확실히 뉴스와 같은 대중매체 언론을 덜 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스팀잇 이웃들이 알려주는 다양한 소식을 접하기에도 벅차니까 말이죠. 저만 하더라도 아직 동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다는 것이 잘 실감 되지 않고, 사실 국내외 소식을 대강만 접하고 있을 뿐 깊은 내막을 알지도 못 합니다. 대충 지금 주변의 이야기들을 되뇌어 보니…

(1) 평창 동계 올림픽이 성황리에(?) 개최 중이고 (2)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이 심상치 않고 (3) 연일 강추위에 따른 화재 소식에 (4) (대만 친구로 부터 듣기론) 대만에 또 한 차례의 지진이 있었으며 (5)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비극적인 살인 사건이 있었고 (6) 법조계와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Me-too’ 운동이 거세게 일어나고

.. 있다는 정도인 것 같습니다. 대만 지진 소식은 타이베이 바로 아래에 살고 있는 대만 친구가 밤새 무서움에 떨며 알려준 소식 때문이었는데, 지도를 보니 친구가 살고 있는 곳이 진원지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어서 저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을 꿈꾸는 마카오 친구는 제주도 게스트하우스에서 터진 살인 사건과 한류를 통해 잘 알려진 배우들의 성추문에 혼자 한국 여행을 오는 것이 갑자기 두려워졌다며 볼멘 소리를 합니다. 세계가 하나로 묶여 있는 글로벌한 세상이다 보니 이제 어느 소식이든 남의 일같지 않아 쉽게 넘길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간략하게 나마 ‘미투 운동’을 중심으로 간략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것을 ‘운동’이라고 해야할지 ‘캠페인’이라고 해야할지 잘 모르겠지만, 그간 수면 아래에 감추어져 왔던 어두운 일면을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용기를 내어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공론화 해 나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늘 성추문의 어두운 모습이 끊이지 않았던 영역도 많습니다. 특유의 폐쇄적인 공간과 상명하복의 지휘체계로 움직이는 군대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지휘관 이하 많은 국군장병들이 나라를 수호하는 애국심과 군인으로서의 명예를 중시하며 맡은 바 임무를 지켜나가는 집단이지만 분명 그러한 역사로 점철되어 왔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비슷한 영역으로서 스포츠의 영역이 있을 것이고, 이래나 저래나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는 연예계도 결코 빼 놓을 수 없겠지요. 그리고 이번에는 마침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이야기 되어온 법조계와 문화예술계에서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성을 매개로 한 추문들엔 공통적인 것이 있습니다. 바로 권력과 욕망, 그 중에서도 특히 ‘권력’.. 즉 힘의 비대칭에서 오는 구조적 문제가 늘 내포되어 있던 것입니다. 이 힘의 비대칭은 비단 한 쪽이 강한 힘과 주도권을 잡는데서만 있지 않습니다. 상대방의 힘이 너무나 약하거나 자신의 길을 밟아가려는 과정에 강한 상대방을 거쳐가지 않을 수 없을 경우도 많으니까요. 결국 강한 상대방은 자신이 그 길목을 막고 서있으며, 그 길을 통과시키는데 크게 관여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밖에 없습니다.힘의 균형은 이미 깨져있고, 바로 여기에서 힘을 매개로 인간에 내재되어 있는 근원적인 욕망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죠. 권력욕, 성욕, 물욕 등등의 여러 욕구들이 제어되지 못한 채 서슴없이 현실 세계로 뛰쳐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2002년 쯤 아지트 겸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 볼 목적으로 소호(SOHO)사무실을 이용해 본 적이 있습니다. 공공의 장소를 이런 저런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목 모임이 결성되었는데, 그 중에 문학을 전공했던 한 남자분이 자신의 학창 시절 얘기를 하다 유명한 문인 출신의 지도 교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소설가였는지 시인이였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국 문학엔 별 관심이 없던 저는 누구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었으나 함께 동석한 분들에게 꽤 알려진 분인 것 같았습니다. 헌데 이 분이 수업중 학생들에게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내용들이 있는데 그 내용들이 성(性)적으로 하도 황당무개하여 진짜 그런 얘기들을 버젓이 학생들에게 늘어놓을 수 있는지 기가찼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지금 불거지고 있는 학계, 특히 문학계의 일면들을 듣고도 그리 놀라지 않았던 이유는 오래전 그 때부터 그런 얘기들을 들어왔기 때문인가 싶습니다.

우리는 그간 성을 매개로 한 강압과 폭력들이 어마어마하게 폭로되었음에도 대부분 쉬쉬하며 덮어버리는 사회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되려 진실을 폭로하고 사회적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마치 가해자인양 더 피해를 보아야 했고 사회와 가까운 지인들에게서 속된 말로 ‘매장’을 당해기 일쑤였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이런 사회에서 발 붙이고 살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찔하기도 합니다. 결국 이렇게 만연한 음성적 분위기를 언제까지 끌고 갈 수는 없었을 것이고,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용기를 내어 힘을 모으게 된 것 같습니다. 자그마한 눈뭉치를 계속 굴리지 못하면 눈덩이가 되지 못하지요. 어렵게 용기를 내고 서로 도움을 요청하고 거기에 화답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지금, 여태껏 이런 모습을 사회가 끌어안지 못하고 방치해 버려왔는데 이번 사회적 이슈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보다 건강한 사회로 거듭날 수 있는 큰 기회가 되고, 그간 피해를 본 많은 분들에게 큰 위로와 명예 회복 및 피해 배상의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의 엄중함이 곳곳에 스며들이 보이지 않는 눈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글을 쓰는 시점에 국제 자원봉사 집단에서 발생하는 또 하나의 추문들이 밝혀지고 있나 봅니다. 어래저래 이번 여러 사건들이 우리 사회와 개개인의 내부를 들여다 보는 자성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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