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언제부턴가 세상의 소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받는 통로로 이 스팀잇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인 뉴스를 보는 것 보다 명석하고 발빠른 스티미언 분들을 한 번 거친 정보를 받아들이는게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기 때문이죠. 이웃 분들의 통찰력과 분석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니 말입니다.
오늘은 정부의 ‘과열된(진짜?)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방침들이 구체적으로 나왔나 봅니다. 그 여파로 화폐 가격들이 줄하락을 하고 있네요. 제 눈에는 잠깐 흔들리는 정도 같은데.. 단기 차액을 노리셨던 분들.. 자금 규모 때문에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분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을 것 같습니다.
헌데 몇 가지 규제안 중에는 거래소 실명제에 대한 부분이 있더군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미 왠만한 거래소들은 나름대로 실명제 또는 실명에 준하는 인증 절차를 거쳐 계좌 개설이 가능하게 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가 봅니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접하던 중 문득 재미있는 일화가 생각나는군요.
어느 늦은 밤.. 시골에 있는 외가집에 도착한 적이 있었습니다. 도시처럼 반듯하게 구획 정리가 된 곳이 아닌데다가 가뜩이나 야밤에 도착했기 때문에 주차 하는 것도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었지요. 그런데 마중을 나오신 외삼촌께서 손짓을 하며 주차할 공간을 알려주더군요.
연어야, 여기다 차 대라.
엇, 삼촌. 여긴 남의 집 대문 입구인데요?
어, 괜찮아. 그냥 대.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드나드는 남의 집 문 앞에다가..
걱정마. 여기 우리 땅이야.
엥? 남의 집 대문 앞이 우리 땅이라니? 알고 봤더니 이런 사연이 있었더군요. 윗 집 형제 두 명이 툭하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재산 문제로 아웅다웅했는데, 한 번은 담벼락 하나를 두고 서로 자기네 땅을 넘어 왔네 마네 싸우다가 소송까지 갈 상황이 되었다고 합니다. 형제끼리 합의를 보지 못해 법의 판결까지 가보려 한 거지요. 그러다 각자 소송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측량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땅의 진짜 주인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바로…
저의 외할머니였지요.
당시 돌아가신지 15년 쯤 되었을 때인데.. 그 땅이 외할머니 앞으로 등기 되어 있는 줄은 양쪽 형제도 몰랐고 저의 친척들도 몰랐던 것입니다. 나중에 사연을 알고 보니 두 형제의 집안이 살고 있는 땅 자체가 옛날에 외할아버지께서 거처를 마련해 살라고 거저 주셨던 땅이고, 미처 챙겨(?) 주지 못한 땅을 그냥 외할머니 앞으로 등기를 해둔 것이었습니다. 별반 중요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는지 가족들에게 알려주지 않다 보니 그쪽이나 이쪽이나 모두 모른채 살아왔던 거지요.
제가 뜬금없이 이 이야기를 말씀드린 이유는.. 바로 현대 사회에서의 ‘소유’란 개념 때문입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의 소유를 끔찍히나 챙겨주는 편입니다. 돌아가신 분의 소유도 가려내 밝혀줄 정도니까 말이죠. 대신 세금 하나는 확실히 뜯어가죠. 챙겨주고 받아내고.. 줄거 주고 받을거 받는 과정에서 ‘소유’를 명확히 밝혀줍니다. 이게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겠죠. 자산이 너무 많은 사람은 그런 사실을 좀 감추고 싶기 마련이니까요. 헌데 이런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트렌드와 대척에 선 것이 있으니 바로..
CrytoCurrency.. 암호 화폐가 되겠습니다.
탈중앙화.. 블록체인 기술이 선보인 일면에는 탈중앙화와 더불어 소유를 증명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죠. 거래를 확실히 증명할 뿐.. 이 코인이 누구거라고 확인시켜주지는 않습니다. 그냥 계정만 있을 뿐, 그 계정이 진짜 어느 누구의 것인지 밝힐 의무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우리에겐 패스워드란 것이 너무나 중요한 것이고, 이것이 내것이란 것을 확인받고 계정 안에 있는 코인을 인출할 수 있는 권리는 오직 패스워드에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패스워드를 잃어버리면 모두 잃는 것이고, 패스워드를 캐내면 바로 내것이 되는 오묘한 상품이 나온 것이지요.
제가 코인 거래를 하면서 느끼는 유일한 리스크는 바로 이 부분입니다. 이건 분명 장점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나의 것’을 맘대로 엿보지 못한다는 것.. 반면에 분명 내것임에도 내가 패스워드를 잃어버리고, 누군가 그 패스워드를 획득해 버렸다면 이것이 나의 것이 아닌 남의 것이 되어버리는 세계.. 그렇기 때문에 저는 종종 아무리 많은 코인을 갖고 싶더라도 어느 시점에 가면 이것을 다른 실물 자산.. 주식이든 건물이든 땅이든.. 뭐 이런 것으로 바꿔두어야 하나 하는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물 자산은 제가 세상을 뜨더라도 (법적 상속자인) 가족이 챙겨갈 수 있겠지만, 코인은 아무리 제 가족이라도 제 계정과 패스워드를 모르면 건드릴 수 없는 성역에 갇혀있는 셈이니까요. 오늘 문득 거래소 실명제 얘기가 나와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물론 거래소 실명제의 취지나 쓰임은 코인의 소유권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만 이래나 저래나 딜레마 같은 상황인 것만은 분명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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