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 데이터를 까보니 딱 1년전 오늘 스팀잇에 가입을 했었더군요.
한국식으로 생각해보면 오늘이 첫 생일쯤 되겠네요. 생일 케이크도 보이고.. 자축하며 웃어봅니다 ㅎㅎ
헌데 이 그림을 보니 낯 부끄럽네요. 저 평평한 구간은 대체 뭘까요? 네, 활동을 접고 잠수를 탔던 구간이군요. 그렇게 보면 저는 이 1년이란 시간 동안 활동한 시간보다 활동하지 않은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묘하게도 스팀잇의 암흑기랑 일치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실 스팀잇에 포스팅 한다는 것은 상당히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입니다. 가장 바쁠 무렵 스팀잇에 가입을 했고, 억지로 짬을 내어 글을 올리고.. 그렇게 버텨가던 중 제 친한 친구인 @yangyang님이 마카오에서 한국으로 가을 여행을 왔죠. 전 멀리서 온 친구를 위해 가이드를 했고, 마침내 양양님이 마카오로 돌아간 이후 부터는 스팀잇에 글을 남길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제 안의 에너지가 고갈되었는데 글이란게 가능했었을까 싶네요.
그래도 양양님은 이후로도 꾸준히 포스팅을 했던데.. 스팀잇에 가입하라고 부채질했던 제가 함께 보조를 맞춰주지 못하니 어느 순간 양양님도 손을 놓게 되었지요. 하긴 그 때는 스팀잇이 나날이 소강상태를 보이던 때라 어느 누구도 포스팅하는데 흥이 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 시절을 이겨낸 분들은 참 대단한 분들이시죠.
생일 기념으로 여러분께 레고 이야기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 엄마는 아이에게 레고를 사주었습니다. 아이에겐 장난감이 필요했고, 엄마는 레고야말로 오랜 기간 동안 전 세계 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서 검증된데다가 아이의 정서와 두뇌 발달에도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했습니다. 아이는 레고로 성도 만들고 마을도 만들며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하루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아빠가 레고를 갖고 노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어? 레고? 이야~ 나도 어릴 때 이거 많이 갖고 놀았지. 이 녀석도 이제 레고를 갖고 놀 때가 됐어? 기특하네.
그러던 어느 주말, 집에 무려 1,000 박스의 레고 상자가 배송되었습니다. 엄마는 기절하기 직전입니다. 아빠는 방 한켠에 수북히 레고 상자를 쌓아 놓고는 왠 도면을 갖고 나옵니다. 그리고 아이를 방에서 불러냅니다. 보다 못한 엄마가 한 마디 합니다.
“여보, 지금 애 앞에서 뭐하는 거에요?” “뭐하긴요? 레고 만들죠.”
“아니, 애들 장난감가지고 뭘 하려는거냐구요?” “자동차 만들어 보려구요. 유투브에 레고로 자동차 만든거 못 봤어요?”
“아니, 자동차를 만들려면 차라리 철공소에 가면 되지 왜 애들 장난감으로 이러고 있냐구요” “애들 장난감이라뇨? 이건 나같은 어른도 갖고 놀 수 있는 어른 장난감이기도 해요.”
“제 말은 아이를 위해 만든 레고를 가지고 꼭 이렇게 까지 해야하냐는 거에요.” “아니, 레고가 꼭 장난감이어야 한다는 법이 있나요? 레고는 조립하고 분해하고.. 이렇게 비슷하거나 다르게 생긴 블록들을 조합해 가면서 뭔가를 구조적으로 만드는 물건일 뿐이에요.”
엄마와 아빠는 옥신각신 하기 시작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수북히 쌓인 레고에 신이나 방방 뜨고 있었지요.
“여보, 잠시 하던거 멈추고 우리 얘기 좀 해요.” “네, 그럽시다. 뭐가 문제인지 한 번 얘기해 보지요.”
“당신은 지금 아이의 동심을 망치고 있어요.” “아니, 왜 제가 우리 아이의 동심을 망치나요? 오히려 도움이 되면 몰라도요?”
“아이가 레고로 재미를 느끼고, 동심도 가꾸고, 교육 효과도 볼 수 있는데 이건 좀 아니쟎아요?” “저 역시 아이와 재미도 느끼고 상상의 범위도 넓히고, 이건 완전 교육자 모드라구요.”
“아이는 아이에요. 지나친 시도가 자칫 아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버리면 어떡하나요?” “아니, 무슨 조립식 장난감가지고 그런 생각까지 하나요? 지금 아이 표정을 봐요. 신나 보이지 않아요?
“레고는 엄연히 아이를 위한 장난감이고, 성이든 마을이든 미리 아이들에게 딱 맞는 내용으로 채워진 거쟎아요. 그런 교육 효과를 다 무시하고 대뜸 말도 안되는 물건들을 만들겠다고 덤비면 아이가 뭘 배우겠어요? 이러다 집이라도 짓겠네요.” “집을 지으면 어때요? 더 좋지요. 누가 압니까? 아이가 나중에 훌륭한 건축가라도 될지?”
“여보, 하다 말면 된다는 식으로 너무 무책임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우리 아이에게는 지금이 한 번 밖에 없는 시간이에요. 전 우리 아이에게 따뜻한 관심과 아름다운 동심을 지켜주고 싶다구요.” “저도 마찬가지에요. 아이의 동심도 지키고 좀 더 재미있는 자극을 주고 싶다구요. 어차피 아이는 커갈테고 생각도 커질텐데, 나도 어릴때 레고를 했던 사람이에요. 설마 그쯤도 모르겠어요?”
사실 본질은 좀 다르겠지만 스달깡을 둘러싼 우리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빠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아이를 위한다고는 하는데, 그 행동이 사뭇 다른 것은 각자의 다른 인식과 생각에서 비롯되는 것이겠지요. 아이를 이렇게도 키워보고, 저렇게도 테스트해 보고.. 그러고 나서 이게 맞았네 저게 맞았네 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한 번 뿐인 아이 시절에 엄마는 그 선을 지키길 바라고, 아빠는 좀 더 이끌고 나가고 싶고.. 그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둘 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엔 의심할 여지가 없겠지요?
오늘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개별적으로는 별 것 아닌 일들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겪을 수 있는 수준의 일들인데.. 왠지 그 총량은 오늘따라 버겁게 느껴집니다. 아마 컨디션이 별로 안 좋은건가 봐요. ㅋㅋ 당장 내일 모레 먼 곳으로 휴가를 떠나는데, 휴가 준비는 제대로 하지도 못 한 상태입니다. 이것도 은근 스트레스가 되네요. 스트레스를 좀 떨쳐내려 가는 휴가인데 그 휴가를 위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다니.. 참 아이러니 합니다.
미리 말씀드리자면 저는 이번에 독일로 휴가를 떠납니다. 아직 유럽을 가본적이 없어서 마음이 싱숭생숭 할 법도 하지만 몇 달 전에 무덤덤히 비행기 표를 예매한 이후로 설레임은 그냥 거기서 거기입니다. 혹시 독일 땅을 직접 밟고 나면 기분이 업되고 유럽땅에 왔다는 실감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이건 여담인데… 왜 하필 독일이냐구요? 친구의 K항공 무슨 특별 레벨을 유지하기 위해 8월 안으로 일정 마일리지를 채워야 한답니다. 근데 필요한 마일리지를 재보니.. 동유럽 정도로도 안되더군요. 지구의에 자를 재듯 계산해 본 결과 최소한 ‘독일’ 이상 먼 곳으로 가야한다나요. ㅋㅋㅋ 그래서 독일입니다.
고등학교 때 독일어를 배우긴 했는데 이미 잊어버린지는 오래고.. 영어로 어떻게든 선방하겠죠. ㅎㅎ 혹시 갔다오면 다시 ‘연어의 영어시리즈’를 재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36편까지 했다던데 정말 약속대로 100회를 채워야할까 봅니다.
저는 오늘 제가 논란을 키웠던 스달깡 서비스에 대한 시도와 논의를 접으려 합니다.
딱히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전 여전히 스달깡 서비스를 시작했던데 대한 제 나름대로의 굳건한 생각과 많은 다른 의견들에 대한 의견을 새겨 듣는 중간지대에 서있습니다. 앞으로 펼쳐나가려 했던 많은 논제와 증거, 비유들이 있지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를 극구 말리시는 분들은 있지만 그런 서비스를 반드시 해야한다고 강요(?)하는 분은 없기 때문입니다. 있다면 저 스스로일까요?
그 얘기는 스달강에 우호적인 분들이라 하더라도 확신을 갖고 밀어붙이자는 얘기를 하기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분들 중에는 (대부분 조심스럽게 의견을 주시지만) 정말 위험한 지대로 들어가려는 사람을 말리는 심정을 갖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동심을 키우는데 도움이 될 레고가 동심을 망칠까봐 걱정하는 엄마처럼 말이죠. 아마 어느 분의 말씀처럼, 설령 스달깡이 별 문제가 없거나 스팀잇 생태계 발전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너무 빨리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한때 투자 시장, 특히 승자와 패자가 명확히 갈리는 제로섬 시장에 있다보면 모두들 자신의 전략이 우위를 갖는다고 생각하는 것을 바라보게 됩니다. 하긴, 저도 그랬습니다. 물론 지금 스팀잇의 상황은 그런 종류와는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투자시장에서는 모두가 확신을 갖고 덤벼드는데, 스팀잇은 대부분 조심스럽게 접근하지요. 아마 커뮤니티의 속성인가 봅니다. 어쨌든 제가 투자 시장에서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어떤 분이 지금 저의 상황을 보신다면 이런 덕담(?)을 하실것 같네요.
“연어야, 뭘 그런 논란의 한 가운데 서서 힘빼고 있냐. 그냥 너 하던거나 묵묵히 해라.”
사실 뭐가 ‘내가 하던 것’이고 어떻게 하는 것이 ‘묵묵히’ 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제 코가 석자라 우선 독일 여행 준비부터 좀 하고 후다닥 나갔다 와야할까 싶습니다. 내일하고 모레 정도까지는 어떻게 짬이 되겠지만 비행기를 타고 나서 다음주 까지는 글을 쓰고 그럴 경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오면 또 밀려 있는 일 속에 파묻히지 않을까 싶네요.
어쨌든 스달깡에 대한 논란이 쉬 잠들진 않겠지만 그렇다고 맨날 그 얘기만 오가지도 않겠죠. 사람은 뭔가에 금방 싫증을 내기 마련이고 그만큼 새로운 것들이 우리의 관심을 차지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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