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업무 관계에서도 군대에서 차용한 ‘사수/부사수’라는 말을 쓰곤 하지요. 이런 전투적인 용어를 일상사에서 쓰는게 적합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제게 오래전 한 ‘사수’로 부터 전수받은(?) 노하우가 있습니다. 그 사수분의 설명을 풀어보자면..
“만약 세 명에게 각각 3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데 갑자기 갚을 수 있는 돈 300만원이 생겼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이런 경우 대개는 100만원씩 나눠서 세 곳에 돈을 갚게 돼. 아무래도 세 곳으로 부터 다 시달리게 되니까 돈을 나눠 일부씩 갚게 되는거지. 그런데 여러 업무를 맡아 처리해 나가다 보니 그건 아니다 싶더라구. 그럴바에는 차라리 300만원으로 한 곳을 먼저 갚아버리는 나아.”
“왜 그렇죠? 그러면 한 쪽은 해결되겠지만 나머지 두 곳에서 독촉이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요?”
“이 사람아. 살아보면 알아. 결국 독촉의 크기보다 가짓수가 더 중요하다는 걸 말야.”
요즘들어 종종 이분의 말씀을 떠올리곤 합니다. 돈을 상환하는데 한정해서 설명했던 내용이지만 저는 이 해법을 좀 더 포괄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기엔 애매한.. 그러나 분명 마음 속이 이런저런 스트레스로 차오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말이지요. 굵직한 스트레스 요인이 있다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엔 그냥 ‘내가 지금 괜시리 짜증만 내고 사는걸까?’하고 넘기기 일쑤이지요. 요즘의 제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마 많은 분들께서 자주 겪는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가 더욱 힘든 것 같습니다. 한 두가지의 큼직한 스트레스가 다가오면 우리는 이것을 또 하나의 ‘숙제’나 ‘도전거리’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되려 해쳐나가겠다는 의지가 샘솟기도 하지요. 이런 종류의 스트레스는 ‘아주 가끔’ 생긴다 해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헌데 잔펀치를 맞듯 깨잘깨잘 다가오는 스트레스에 넉다운이 될 때가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이런저런 자잘한 스트레스에 반응하고 있는 자신부터 싫어지기 마련입니다. 대체 어디서부터 풀어가야 할지 생각조차 피곤해 지고.. 마침내 그냥 나몰라라 자리에 눕고 잠이나 청하기 일쑤겠지요.
이렇게 제 옛날 사수의 조언을 생각해 본다면.. 사람은 스트레스의 크기 못지 않에 가짓수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스트레스의 가짓수’ 줄이기가 큰 관건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방식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근거는 어디있을까요? 제가 생각해 본 바로는 분산된 초점을 줄여가는.. 즉.. 내가 고민할 내용을 줄여 조금 더 냉철해지고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제가 생각해본 키포인트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어차피 스트레스는 스트레스입니다. 그 대상을 온전히 받아들이던가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스트레스의 상황에 놓여있긴 마찬가지죠. 어차피 해결을 보겠다면 막연하게 대상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 보다는 직접 목도하고 생각할 수 있는 위치로 모아가는 것입니다. 여기서 부터 ‘나의 의지’가 조금씩 발동되게 되지요. 작고 많은 스트레스에 힘들어하게 되는 것은 내 의지를 어디에 소모시켜야 할 지 에너지 배분에 대한 계획을 잡지 못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가짓수를 줄이고 초점을 좁혀가면 스트레스에 대항할 주도권을 갖고 오게 됩니다. 제가 여러분께 제안하는 것.. 그리고 다시 제 스스로 마음을 잡아가려는 것도 여기에 있다 하겠습니다.
이렇듯 저는 요즘 이래저래 마감이 되지 않는 일들 때문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 봅니다. 처음에는 스트레스의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가 곰곰히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지요. 뭔가 해결되지 못한 일이 쌓여만 가는 기분.. 매듭되지 않은 일들이 질질 끌려 오는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지요. 그리고 뭔가 맥이 탁 풀려버리는 것 같습니다.
자, 그게 맞든 틀리든 뭐라도 원인이다 싶은 것을 잡아 냈고, 나름대로 해결 방안이 섰다면 이제 실천해 나가야겠지요? 그런데 첫 방에 스트레스의 요인을 제거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방법이 또 있죠. 스트레스와 조금 관련은 없더라도 그 무엇이든 가짓수를 줄여가는 것입니다. 즉, 내 주변정리를 하자는 것이지요. 청소도 좋은 방법입니다. 청소라는 것이 실제 현실의 물리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이 행동은 정신적으로도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합니다. 마음이 산란하고 복잡하다면 그냥 청소부터 해보시는게 어떨까요? 자질구레한 물건을 치우고 정리하고 버리고.. 산만했던 시야를 다소 간단하게 줄여갈 수 있는 최적의 방법입니다.
그 뿐인가요? 취미든 뭐든 이래저래 얽혀있는 일들도 가짓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저기 손댄 일들이나 참여하고 있는 일들이 지금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할 뿐입니다. 한 번 신나게 줄여보세요. 어차피 에너지가 바닥나고 힘빠진 상황에서 여기저기 걸쳐봐야 잘 될 것도 없습니다. 가짓수를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중요함에 우선순위를 정해 줄여나가던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더 몽롱하게 만든다 싶은 것에 우선 손을 떼도록 합시다.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음 한 켠에 남아있던 짐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사람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시다시피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많은 것을 얻기도 하지만 말이죠. 필요하다면 과감히 결단을 내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잠시 소원해져 있던가.. 과감히 끊어버리던가.. 어쨌든 이것 저것 모든 것을 손에 붙잡고 있다가는 일은 일대로 해결되지 않고 정신은 정신대로 산만한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렵지 않을까요?
결국 나를 스트레스로 몰아가고 있는 직간접적인 대상을 의도적으로 줄이면 이후 집중할 수 있는 한정된 대상을 확보하게 되고 그로인해 흩어진 마음을 조금씩 내 쪽으로 끌어오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해 본 ‘스트레스에 대한 주도권을 잡는 방법’이였습니다. 당장 저부터 실천해 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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