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부화뇌동’란 표현을 영어로 ‘blind following’ 이라고 하더군요. 연말연초 정부의 오락가락 행정과 이런저런 이슈에 수많은 투자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부화뇌동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그 뜻 그대로 앞을 보지 못한 채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간 결과가 되어버린 셈이죠. 그래서 이번엔 이렇게 자신만의 굳건한 믿음을 따르지 못한채 갈팡질팡하게 되는 투자자의 행동이 어디에서 기인하게 되는지 제 나름대로의 풀이를 해볼까 합니다. (10여년 전쯤 투자와 관련해 적어둔 제 블로그 내용을 살짝 참조해 봅니다)
사람은 개별적 주체로서 살아갑니다. 자기 자신만의 생각과 판단이 있다는 얘기죠. 적어도 ‘평소엔’ 그렇습니다. 예를 한 번 들어 볼까요?
여러분이 어느 까페에서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습니다. 도심의 꽤 큰 까페이고 여기저기 북적일만큼 테이블마다 손님들로 가득합니다. 오른쪽 테이블엔 중년의 남성분이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왼쪽 테이블엔 젊은 여학생 둘이 수다를 떨고 있고요. 오른쪽 대각선에는 남녀 커플이 사랑의 눈빛을 교환중입니다. 왼쪽 대각선에 앉아 있는 왠 남자는 우울한 표정으로 전화 통화중이고요…
이렇듯 모두들 제각각의 행동과 제 각각의 얘기들.. 즉 각기 머리 속에는 전혀 생각회로로 가득차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니 겉으로 보이는 행동 역시 개별적일 수밖에 없겠지요. 그 때 누군가 갑자기 외칩니다..
“불이야!”
순간 사람들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움찔합니다. 뭐지? 불이라니? 아직 상황 파악이 안되어 멀뚱멀뚱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죠. 그 때 건물 안에서 화재 경보기와 싸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합니다..
화재입니다.. 화재입니다.. 위~이~이~이~잉….
사람들이 당황하는 사이 까페와 건물 전체에 불이 꺼져버렸습니다. 이쯤되면 건물 안에 불이 난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까페에 있던 손님들이 당황하기 시작합니다. 몇 몇 여자 손님들이 공포에 질려 외치기 시작합니다. 꺄아…..!! 불이 꺼지니 까페 안은 어둑해지고 말았습니다. 사람들은 어느 쪽으로 대피해야 할지 갈팡질팡 합니다. 그 때 누군가 외칩니다.
빨리 출입문으로 나가세요!
사람들이 우르르 출입문쪽으로 내달리기 시작합니다. 그 와중에도 가방 챙기랴 옷 챙기랴 정신이 없습니다. 가뜩이나 어두운 건물안에 여기저기 테이블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런 둔탁한 소리가 공포를 더 키우고 있습니다. 한순간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애 출입문 쪽은 이미 북새통입니다. 그런데 누군가 다시 외칩니다..
안돼요! 그 출입문 쪽에 불길이 올라오고 있나봐요! 저 반대쪽 문으로 나가서 비상 계단을 타고 나가야 됩니다!
사람들은 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지 따져볼 경황이 없다보니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그 때 한 젊은이가 반대쪽 문으로 잽싸게 달려나갑니다. 그 젊은 친구가 뛰어가는 모습에 사람들이 또 우르르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어떠신지요? 이 상황과 분위기가 좀 느껴지시는지요? 이렇듯 ‘공포스러운’ 상황이 되면 대개 이렇게 행동하지 않을까요? ‘공포’라 함은 나의 생명, 재산, 명성 등에 위기가 닥치고 있을 때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입니다. 생각해 볼까요? 공포를 느끼지 못하면 자신이 지키고자 하는 이런 가치나 실체를 방어할 행동에 미치지 못하게 됩니다. 결국 공포란 감정은 매우 직접적이고 빠르게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스스로 많은 생각들을 지워버리는 과정인 것입니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순간적으로 날려버리고 단 한가지 생각만 유도합니다. 바로..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느냐!.. 하는 명제이지요.
이 때 본능적 생존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이 작동합니다. 어떻게 작동할까요? 네, ‘피하고 봐라’ 입니다. 위기를 느끼는 그 순간과 상황에서 최대한 빨리 멀어져 버리도록 명령하는 것이죠. 그리고 너무자 자연스럽게 그 명령을 따르게 됩니다. 오직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이 순간엔 큰 맹점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뇌가 ‘최대한 빨리 안전하게 피하라’는 명령을 내리긴 하는데 뭔가 로직에 구멍이 있는 것이죠. 바로..
어디로? 어떻게? 라는 대답을 주진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럼 대개 ‘어디로’에 대한 답은 그냥 반대로.. 또는 원래 왔던 곳으로.. 이렇게 본능적으로 ‘원점’을 향해 치닫도록 만듭니다. 들어왔던 문이 있으면 그 문으로 되돌아가려는 심리가 발동하죠. 왜? 이유 없습니다. 그냥 본능입니다. 살기 위한 본능..
하지만 그 때 짧고 명료하며 단호한 명령어가 입력되면 그 쪽을 따를 확률이 커집니다. 복잡하고 복합적이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설명형 명제는 받아들이지 않게 됩니다. 짧아야 하며, 깔끔할 만큼 명료하며, 단호한 명령만이 이 상황에 먹혀든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명령체계의 최정수가 바로 전시(전쟁중)의 군대일 수도 있습니다.
전진하라! 쏴라! 죽여라! 피해라!..
군대의 명령 체계는 매우 심플하고 명료합니다. 그리고 명령을 받아들이는 체계가 아무런 재판단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행동할 수 있도록 훈련됩니다. 훌륭한 지휘관은 어수선한 전장에서 즉각적이고 명료한 명령을 내립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어수선한 상황에서 이런 짧은 명령어들은 즉각적이고 강력한 반응을 이끌어 내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메커니즘은.. 정치력을 양상합니다. 이른바..
‘리더쉽’이죠.
금융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참여자들은 평소엔 제각각 다른 전략과 판단에 따라 행동을 취합니다. 거래에 다양함이 존재하고 시세는 이리갈듯 저리 갈듯 잔잔한 파고를 이룹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불이나게 되면 (마치 까페에 불이 난 것처럼요..) 사람들은 순간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또는 탐욕을 느끼게 되기도 하고요. 사실 공포와 탐욕은 같은 메커니짐의 감정입니다. 금융에서의 탐욕은 시세가 올라가는 것을 따라잡지 못할 경우 상대적으로 느낄 박탈감에 대한 또 하나의 공포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공포에서 느끼는 감정과 행동은 탐욕의 그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요.
지난 연말에 사람들은 탐욕에 들끓었습니다. 합당한 근거와 굳건한 확신없이 연일 오르는 시세에 마음이 발동한 투자자라면 분명 탐욕에 자신의 이성을 내어 놓은 상태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올 연초엔 공포로 물들어 있습니다. 연일 쏟아지는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와 오락가락 행정에 많은 투자자들이 공포를 느끼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에 ‘존버’같이 간단 명료하고 확신에 찬 명령어를 내장하지 못한 설익은 투자마인드의 결과를 안봐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나요?
대개 반듯한 명령체계를 받아들이지 못 할 경우,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반대의 행동을 취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이 위험에서 다시 빠져나오는, 즉 멀어져가는 기본적인 로직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들어왔던 출입문으로 빠져나가려는 심리과 크게 다를바 없습니다. 그렇다면 코인투자에서 그 행동은 어떤 것일까요? 매우 쉽습니다. 바로.. 돈을 들여 코인을 사고 이 시장에 들어왔으니.. 반대로..
코인을 팔고 (손해를 보더라도) 돈을 챙겨 이 시장에서 물러나 있는 것이죠..
그것이 부화뇌동하는 투자자들이 본능적으로 택할 수 있는 가장 심플한 방식인 것입니다. 그렇지 않을까요?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부화뇌동(附和雷同)의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