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대학교 입학 무렵의 일화 하나를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오전 수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데 꽤 많은 선배들이 모여 학내 시위를 하고 있더군요. 뭔 일인가 가서 보니 ‘등록금 인상 반대’를 외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장소를 지나가는데 이번엔 시위를 풀고 해산하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들리는 얘기로는 학교측과 ‘인상률 5% 동결’로 합의를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학교 측에서는 7~8% 정도로 등록금 인상을 통보하고, 학생들은 학생회를 주축으로 ‘(작년과) 등록금 동결’을 외치고.. 옥신각신 끝에 ‘작년과 똑같은 5% 인상으로 동결’하며 마무리하는 식인거죠. 저는 이 얘기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이왕 등록금 인상을 막을 수 없다면 같은 인상률로 동결시킬게 아니라 같은 인상금으로 동결시키는게 훨 나을텐데?”
무슨 얘기인고 하니.. 예를 들어 전년도 2,000,000원의 한 학기 등록금에서 5% 인상률로 동결시켜 2,100,000원으로 마무리를 짓는게 아니라, 전년과 같이 100,000원 인상을 허용하여 2,100,000원으로 동결시킨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각각의 방식에 따를 경우, 그 다음해에 5% 인상률로 동결시킨다면 2,205,000원이 되고, 100,000원 인상으로 동결시킨다면 2,200,000원이 되기 때문입니다. 5% 인상과 10만원 인상이 한 해가 지나면서 5,000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이것이 계속 누적되면 나중에 어마어마한 차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 상승의 힘.. 일명 ‘기하급수’라는 것이죠.
반대의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정말 얼토당토 않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읽는 내내 어찌다 황당하던지.. 이 정도 수준의 기자가 버젓이 기사를 써낼 수 있는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었지요. 대놓고 노무현 정부를 까기 위해 쓴 기사였는데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60년대 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서울 표준 부동산 가격(아파트 시세 등) 상승 그래프를 쭈욱 연결해놓고 노무현 정부 시절 역대급(?) 부동산 가격 상승을 까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 이명박 정부는 물론이고, 특히 박정희 정권 때의 소소한(?) 부동산 가격 상승에 서민 경제가 안정 되었다는 내용이 있었죠.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자, 왜 어이가 없는 얘기일까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리 나라에 가장 큰 부동산 폭등 시기는 박정희 정권 때입니다. 한참 강남 개발붐이 일고 있을 때지요. 그럼에도 위 내용처럼 기자가 악의적으로 일반적인 가격 변화 그래프를 끌어오면 엄청난 인식 왜곡을 일으키게 됩니다. 쉽게 설명해 보죠.
10,000원이 있습니다. 이게 10% 상승하면 11,000원이 되고.. 상승한 금액은 1,000원입니다. 자, 이번엔 1,000,000원이 있습니다. 이게 1% 상승하면 1,010,000원이 되고.. 상승한 금액은 10,000원이 됩니다. 헌데 이 내용을 같은 그래프에 올려 놓으면 1만원은 자그마치 10%나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기껏해야 1,000원 오른 폭밖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100만원은 고작 1% 상승했는데도 1만원이나 상승한 폭을 그리죠. 뭔가 불공정하지 않나요? 여기서 느껴지는 불공정이란 어떤 ‘보정’을 통해 같은 비율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데서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수학적으로 이 불공정함을 공정하게, 즉.. 같은 잣대로 놓고 비교해 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네, 바로..
로그(log) 입니다.
우리가 로그(log)라는 계산 방법을 끌어다 쓰게 되면 절대값으로는 크게 달라보이는 서로의 입장을 동등한 비율로 비교해 볼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 기사에서 기자가 공정한 비교를 해야 한다고 봤을 때는 부동산 가격 변화 그래프에 로그를 씌운 ‘로그차트’를 통해 비교를 해야 했을겁니다. 그럼 직관적(시각적)으로 어느 정부, 어느 시대때 급격한 부동산 상승과 하락이 있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게 되지요. 이 개념을 쉽게 적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로그차트’인 것입니다.
자, 제가 두 가지 개념을 하나씩 이야기 했습니다. 첫 번째는 일명 기하급수.. 즉 %로 그려지는 투자 세계죠. 투자는 기본적으로 %를 통해 계산합니다. 100만원을 투자해 몇%의 손익을 보는지, 1,000만원을 투자해 몇%의 손익을 보는지.. 투자는 곧 %를 다루는 세계인 것입니다. 스팀이 2,000원이었다가 1,000원이 되면 -50%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1,000원의 가격이 다시 2,000원이 되면 +50%인가요? 아니죠. +100%가 됩니다. 까일 때 절반이었던 것이 복구하면 두 배가 된 것이죠. 이 알쏭달쏭한 숫자 게임을 얼마나 잘 다루느냐는 투자 성공의 첩경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는 로그에 대한.. 즉 각각의 서로 다른 입장을 모두 (비이성적인) 사람의 인식에 맞춰 일괄적으로 적용해 주는 것이 바로 로그인 것입니다. 이렇게 로그를 씌우면 우리는 가격의 크고 작음에 따라 증폭이 달라 보이는 것을 일관된 잣대로 평가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의 하락세에 로그를 씌워 바라보게 되면 그닥 빠진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요. 만약 이전에 있었던 크나는 시세 상승 구간만큼의 힘을 지금의 저점에서 보이기 시작한다면 그 끝단의 가격은 우리가 이전에 봤던 가격보다 훨씬 큰 위치에 자리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작업은 시세가 상승 일로에 있을 때 미친듯이 급등하는 것처럼 보여 겁을 먹게 되는 경우, 반대로 미친 듯이 하락하는 듯 보여 큰 상심을 하게 되는 경우 보다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결국, 급수(%)를 다루거나 로그(log)를 다루는 식의 수학적인 계산법은 잘 모른다 하더라도 투자 세계에서 수익과 손실, 상승과 하락이 오가는 가격의 변화를 감각적으로 잘 다루는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때문에 한 번쯤 엑셀 같은 툴을 이용해서 가격의 변화에 따라 생기는 나의 감정과 실제 숫자 상의 대상이 어떻게 달리 움직이는지 파악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바로 투자 고수가 되기 위한 자기 훈련의 시작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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