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문화,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연어입니다. 문화란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어찌하여 인류는 끊임없이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켜 왔을까요? 저는 문화를 만들고, 전파하며, 이어오는 이 모든 활동들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종종 의문을 갖곤 했습니다. 헌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우리는 문화에 대한 큰 힌트를 하나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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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는 위 노래에 중독되어 있는데요, 여러분도 잘 아시는 모모랜드의 ‘뿜뿜’이란 노래입니다. 어느날 유투브를 보다가 제 계정으로 자동 추천되어 온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처음엔 비트가 좀 괜찮군.. 하는 정도였다가 이내 자꾸 반복해 들으며 리듬을 하루 종일 뇌리에서 떨쳐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언제까지 이 노래만 듣고 있을까요? 한 주 더? 한 달 더? 아마.. 머지않아 그렇게나 신나게 들었던 이 노래를 접고 또 다른 노래에 흠뻑 빠져 있겠죠. 전에 강남스타일이 히트를 치고 있을 때 여자친구로 부터 한소리 듣던게 생각나는군요.

“오빠! 하루종일 강남스타일 들으면서도 지겹지 않아?”

뭐.. 그때는 지겨울 틈이 없었는데.. 당연지사 어느 순간부터는 지겨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네, 바로 이런 것이겠죠. 문화란 것이 향유되며 전파되다가 어느 순간 트렌드가 바뀌는 데에는 인간이 느끼는 특유의 ‘지겨움’이란 것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문화를 일으키고 발전시켜가는 큰 원동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들어도 들어도 절대 지겨운 음악이 없다면 빌보트 차트는 이 세상에서 가장 잘 만들고 인기를 끄는 노래 하나로 거의 영원히 지속될런지도 모릅니다. 최고의 노래를 제낄만한 노래가 새로 탄생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러나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슈퍼주니어의 노래가 대만에서 121주 연속 1위란 기록을 세웠지만, 그 또한 여러 노래들이 연달아 히트를 치며 이어진 것이고, 1위의 아성도 어느 순간 내줄 수밖에 없었죠. 이렇듯 아무리 재미있고 인기있는 것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 대상을 식상해 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새로운 문화 컨텐츠들이 비비고 들어올 여지가 생가는 것이겠죠.

또 하나 생각해 볼만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앞의 경우와 정 반대인 ‘그리움’에 대한 부분입니다. 인간의 내면에 ‘지겨움’이란 것이 있다면, 그 건너편에는 ‘그리움’이란 것이 자리잡고 있나 봅니다. 이 ‘그리움’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익숙함’이란 이름으로 다시 그 대상을 불러 오기도 합니다. 우리가 쉬 음식에 대한 기호를 바꾸지 못하는 이유도 어쩌면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한국 사람은 한식에 익숙하고, 중국 사람은 중식에 익숙하지요. 아무리 다른 나라의 음식이 맛있고 혀에 새로운 자극을 주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게 되면 익숙한 맛을 그리워 하게 됩니다. 대개는 엄마의 손맛에 대한 기억과 함께 다가 오겠지요. 이렇게 ‘익숙함’은 우리 내면에 차분하고 안정된 자아를 형성하게 됩니다. 왠지 힘들고 괴로울 때일수록 집밥, 내 가족, 내 나라가 그리워지는 것은 어찌보면 인간이 형성한 이런 특유의 작용 때문이 아닐런지요.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는 살아가면서 우리 안에 어떤 리스트들을 차곡차곡 쌓아가지 않나 합니다. 한 때 내가 정말 좋아해서.. 지겨운 듯 하다가도 다시 생각나고 즐기고자 하는 어떤 것들 말입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새로운 음악에 마음을 열지 않게 되는 것은 이미 내 안에 좋아하는 음악들이 쭈욱 들어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굳이 새로운 노래에 심취하지 않더라도 이미 내 안에는 수 많은 아름다운 곡들이 리스트로 등재되어 있지요. 그저 나는 그렇게 익숙하고 그리운.. 그럼에도 다시 들으면 신나는 음악들을 그저 끄집어 내면 됩니다. 이건 비단 음악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의 도구에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굳이 스마트폰의 화려한 기능과 가능성에 매혹될 일 없이 구닥다리처럼 보이는 피쳐폰이 편한 사람도 있습니다. 이유는 별 것 없습니다. 익숙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하고픈 것을 할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타이핑보다는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하고 더 정겨운 사람도 있습니다. 물론 나날이 발전하는 문명의 이기를 외면할 순 없는 세상이지만.. 때로는 타이핑보다 손으로 글을 쓰는 것이 더 감성적으로 느껴지는 것… 이런 것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아날로그적인 감성에 젖어든다’ 것이 아닐런지요.

정리하자면, 인간이 향유하고 가꾸어가는 문화라는 것은 이렇게 ‘지겨움’에서 탈피하고자 새로운 것을 만들고 받아들임과 동시에, 잊을만 하면 다시 되뇌이며 시간의 흐름 속에 묻어있는 과거의 향수와 익숙함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두 가지 상황이 맞물려가면서 지속되는 것입니다. 간혹 유투브를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될 때가 있는데, 유투브가 바로 이런 원리를 잘 활용해 볼만한 컨텐츠를 푸쉬해 주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금 ‘꽂혀있는’ 주제와 과거 한 때 즐겨 보았던 주제를 적절한 비율로 버무려 리스트를 만들어 주고, 때로는 거기에 매우 생소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줄 만큼 새로운 자극거리가 될만한 내용을 종종 넣어주니까 말이죠. 아마 이 모든 것이 인공지능화 되어 소팅(sorting)되는 것이겠지만, 이런 알고리즘을 짠 데에도 역시 사람들의 통찰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쨌거나, 우리가 이런 문화를 즐기고 가꿔가는데 있어 이 두 가지 특성을 잘 인식하며 이해하고 있다면 조금은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이렇게 글로 설명해 보았습니다. 문화란 것이 중간 중간 큰 충격을 통해 쇄신되고 변혁을 이루는 것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는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엮이며 흘러가는 것이 기본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저는 또 모모랜드의 ‘뿜뿜’에 빠져듭니다. 오늘도 이 음악에서 헤어나기는 힘들 것 같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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