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방금 글한편 마치고 보니 @marginshort님께서 표절행위를 지탄하신 내용이 있더군요. 최근 글쓰기에 대한 내용을 이어나가고 있다보니 이 부분이 무척 진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참고글 : https://steemit.com/kr/@marginshort/5knypz
제가 작년에 스팀잇을 막 시작할 무렵, 인터넷을 서핑하던 중 우연히 어느 스님분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습니다. 한 편의 글을 보고는 살짝 충격을 받게 되었는데, 바로 제가 저작권 등록을 해 두었던 글 한 편과 대동소이한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스님은 그 이야기를 가르침의 재료로 쓰고 있었고, 만약 그 글이 저의 글을 베껴 작성한 것이라면 단순히 글 한 편을 베낀 문제가 아니라 비양심적인 행동을(또는 범죄 행위) 통해 타인을 감화시키는 이율배반적인 행동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왜 하필 종교인이셨는지.. 거 참, 제 입장이 난처하더군요.
마침 @leesunmoo님과 채팅창을 열어두고 있던 터라, 저는 이 상황을 넌지시 말씀드려 보았습니다. @leesunmoo님의 답변은 단호하시더군요. (역시 그런 분이셨어요 ㅋㅋ)
“알려 줘야지. 그런건 바로 알려줘야 한다”
저도 생각이 같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건 제 자신의 일이기도 하지만 저작권을 등록한 사람이라면 법의 보호와 사회적 인정을 유지 받아야 할 권리가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모르고 넘어갔으면 모를까, 그 사실을 알게 된 한 이것은 의무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해당 사찰을 검색하여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네, 여보세요. OO사(寺)입니다.” “네, 안녕하십니까? 저는 OOO라고 하는 사람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OO스님께서 블로그에 올려두신 글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이 있어 전화드리게 됐습니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마침 전화를 받으신 분이 바로 그 스님이셔서 저는 자초지종을 찬찬히 설명드리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이야기를 듣는 스님쪽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습니다. 아무래도 종교인이란 선입관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역시 사람은 사람이었습니다. 아직 해탈의 경지에 이르시진 못하셨는지 짜증섞인 목소리가 전화기를 타고 오더군요.
“아니, 그렇다면 제가 당신 글을 뭐 베끼기라도 했단 말이오? 내가 수양을 한지가 몇 년인데 그런 짓이나 하고 앉아 있겠소?”
“스님. 물론,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니 역정을 내실만도 합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스님께서 나쁜 짓을 했다는게 아니고, 제가 같은 내용의 글로 저작권 등록을 해 둔 사람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그리고 저작권에 대한 법적 판가름은 ‘잘했다/잘못했다’가 아니라 누가 먼저 했냐고 하는 선/후의 문제이니 제가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고 말씀 드리려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그 분께 제가 등록을 해 둔 글의 원본과 저작권 등록 일자, 등록 후 인증받은 내용 등을 이메일로 보내드릴테니 노여움을 좀 가라 앉히고 찬찬히 읽어보셨으면 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제가 원하는 사항을 정확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스님, 저는 스님께서 올려 놓으신 그 글을 인터넷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내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이 정확히 제가 요구드리는 바입니다.”
하지만 답변은 뾰루퉁한 소리의 “알겠소! 이메일 보내 놓으시면 내 한 번 읽어 보리다!” 뿐이더군요.
저는 여러 근거를 조목조목 이메일에 담아 그 분께 보내드렸습니다. 두 시간 쯤 후에 제게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를 주신 분은 스님이 아니고 사찰의 일을 봐주시는 한 보살님이셨습니다. 보살님은 대뜸 저를 쏘아붙이더군요. 그 분이 어떤 분인데 이름에 먹칠을 하려 드느냐.. 그리고 설령 그랬다 치더라도 모르고 한 일일 텐데 뭘 그렇게 따지고 드냐..
“보살님. 이건 존경하는 분을 감싸고만 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저작권은 법이 보호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 인정하지 못하시고 고집을 부리신다면 저로써는 저의 권리를 찾기 위해 법적인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단호하게 어떤 부분이 문제이고, 어떤 방향으로 해결을 원하며, 이에 대한 불복시 어떤 조치를 취하겠다는 내용을 조목조목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그 분의 답변이 걸작이더군요.
“아, 알았어요! 내리면 되쟎아요! 내가 보니까 같은 내용이 하나도 없더구만 생사람만 잡고 말이야..”
결국 그 글을 인터넷에서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으니,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는 된 셈입니다. 하지만 씁씁한 마음은 좀처럼 가시지 않더군요. 제가 창작해 쓴 글이고, 협회로 부터 인정을 받는 사람도, 법으로 부터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도, 마음의 위로를 받아야 할 사람도 저인데, 정작 씁쓸함은 저에게로 왔습니다. 물론 그 스님도 사실이야 어쨌든 찜찜한 마음이야 남겠죠.
저는 이 에피소드의 상대방이 종교인인데도 이 정도일진데, 여타 다른 사람들과는 얼마나 더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할런지 짐작이 가더군요. 그래서 저는 @marginshort님께서 언급하신 상황이 그나마 절제된 표현을 거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사람 사는 세상이라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야 했었지 않을까요?
“아, 그랬었군요. 선생님 정말 미안합니다. 그런 사실이 있는 줄 몰랐지만 지금이라도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넘어가 버릴 뻔했었네요. 선생님의 권리는 존중받아야 마땅한 일입니다. 우선 사과부터 드리고, 뒷 수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 드리겠습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런 대답은 저만의 기대일까요? ㅎㅎ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연어의 단상 : 표절에 대한 에피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