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신고부터 해야겠군요. 상해 출장은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번 출장은 샘플을 건네 주는게 주 목적이였습니다. 무사히 샘플만 건네주면 되는 일이라서 왠지 ‘따이공(代工, 물건을 대신 전달해 주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네요. 예전 같으면 DHL이나 UPS같은 국제배송 회사를 통해 보내면 될 것인데, 한중 관계가 냉각되면서 중국측에선 이런 저런 이유로 몇 몇 품목에 배송 제한을 걸어버렸습니다. 그러다 보니 물건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은 그냥 직접 들고 가는 방법 밖에는 없더군요. 덕분에 중국 땅도 한 번 더 밟고 왔으니 전 불만 없습니다. ㅎㅎ
이번엔 한국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홍췐루라는 코리아 타운 쪽으로 숙소를 잡았습니다. 재미있게도 출장 기간동안 숙소 반경 100미터 이내에서 모든걸 해결하고 올 수 있었지요. 그냥 호텔 근방에서 ‘짱 박혀’ 있다가 온 기분이랄까요? 코리아 타운에 있다 오니 중국을 갔다온건지 한국의 차이나 타운을 갔다온건지 분간도 어려울 지경이네요.. 여하튼 쌀쌀한 날씨 때문에 이리저리 움직이기 싫어하는 일행들 덕분에 평소와는 달리 극히 축소된 동선 안에서 움직였던 출장이었습니다.
한가지 생각해 볼만한 거리를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저는 아직 정확한 내막을 확인해 보진 못했지만 여러 언론을 통해 한국 대통령 방중기간 동안 발생했던 기자 폭행 사건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이 사건으로 여러 말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중국어에 능통한 동료가 이 사건을 중국에서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꼼꼼히 체크해 보더군요. 그리고 저희에게 간단한 브리핑(?)을 해 주었습니다. 동료가 정리해 준 내용을 다음과 같습니다.
(1) 중국을 방문한 한국 대통령에 대한 중국측의 예우는 매우 극진했다. (2) 중국 경호원 측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가한 폭생 사건은 사실이다. (3) 두 정상들에 대한 경호 안전을 위해 취재 통제 구역이 존재하고 (4) 한국 기자들의 과열 취재에 대한 경고어 제재가 있던 상황이었다 (5) 한국 기자들이 이를 무시하고 (또는 인지하지 못하고) 취재에 임한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했다.
대충 이러한 내용이었습니다. 동료가 제시하는 관점은 사건에 대한 잘잘못이 아니라 어떤 부분이 팩트인지 그 사실 관계 여부를 한중 양측 언론이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동료는 평소 한국 언론의 취재 내용에 상당한 불만과 의구심을 표출하더군요. 일단 중국이란 국가에서 나름대로 한국의 최고 정치 지도자의 방문에 대한 예우를 깎아내린 점에 대해 걸고 넘어졌습니다. 한중 관계를 새롭게 모색해 나가려는 상황에서 사실 관계를 왜곡하는 언론 태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좋지 않은 상황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도 문제겠지만, 거꾸로 좋게 흘러가는 상황을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역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겠지요. 어쨌든 현지의 상황과 분위기를 정확하고 냉정하게 정리하여 알려줘야하는 것인 언론의 직무중 하나라면 이번 건도 꽤 매끄럽진 못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한국인인 저의 입장에서야 한국 기자들이 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당혹스럽고 화가 나는 일입니다. 그런데 상해로 출장을 떠날 즈음, 한국 언론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홀대’를.. 동시에 화해 분위기와 예우를 폄하하는 한국 언론에 대한 중국의 불만을 동시에 들은 저로서는 습관적으로 한국 언론에 뭔가 문제가 있던게 아닌가 의구심부터 들었던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아마도 언제부턴가 공정한 시선을 잃은채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관계에 얽혀버린 언론의 시각에 대한 저 나름대로의 실망감이 쌓여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저 뿐만이 아니라 한국 언론이 뭐라고 얘기하면 그 사실 여부를 해외 언론을 통해 확인해 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매우 안타까운 일이지만 앞으로 보다 발전적인 한국 언론이 되어 줄 것을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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