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의 배포'를 키워야 할 KR 커뮤니티

'사자의 배포'를 키워야 할 KR 커뮤니티

연어입니다. 총성이 잠시 멈추었나요? 아직 커뮤니티 여기저기엔 피흘린 상흔과 파편들로 가득한 듯 합니다. 할 말이 없다고 해야할지.. 할 말이 너무 많다고 해야할지.. 이래저래 씁쓸한 마음이 드는 하루네요. 늦은 밤이지만 커뮤니티 전체에 대한 저의 생각을 조금 말씀드려볼까 해서 접속해 보았습니다. 바로 우리의 터전.. KR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네요.


스팀(STEEM)은 이 곳 스팀잇 안에선 별반 영양가 없는 취급을 받기 일쑤입니다. 왜일까요? 사실 딱히 쓸모가 없거든요. 대개 포스팅 보상은 직접적으로 적립되는 스팀파워(SP)와 유통에 편리한 스팀달러(SBD)로 받게 됩니다. 뭔가 주거니 받거니 할 때 이 스팀달러로도 충분하다 보니 굳이 스팀의 형태로 쥐고 있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스팀잇 안에서 ‘능력, 권리, 힘’ 세 박자 모두를 쥐게 해주는 것이 스팀이 아닌 바로 스팀파워이기 때문입니다.

스팀파워는 일단 보팅을 불어일으키는 힘을 얻게 해줍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매우 놀라운 일이죠.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나누어 줬듯이 스팀잇은 유저들에게 보팅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을 주었습니다. 단, 그 능력을 스팀파워에 연동시켰고, 초기엔 ‘제곱 보상’인가 뭔가 좀 복잡하게 설계해서 스팀파워를 많이 보유한 사람의 능력을 극대화 해두었습니다. 헌데 이게 고래들만을 위한 세상으로 보였나 봅니다. 얼마나 많은 피래미들이 눈물을 흘렸던지.. 어느날 눈을 떠보니 보상 배분이 ‘선형적 보상’으로 바뀌어 있었죠. 일명 ‘산타클로스의 선물’.. 이름하여 그 유명한 ‘20번째 하드포크’ 사건입니다. 그 이후로 우리의 보팅 능력은 얼추 보유한 스파에 정비례하여 발생하고 있습니다.

스팀파워는 우리에게 ‘권리’를 부여해 주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증인 선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스팀잇 우측 상단에 있는 아디다스 모양의 삼선을 눌러보면 ‘Vote for Witnesses’란 항목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 번 눌러보실까요? 11번 째에 @clayop 님도 보이는군요. 그리고 31번 째에 중국 고래 @abit 님도 보입니다. 한 때 증인이었던 것으로 아는데 중국판 스팀잇, 아니 스팀잇 정도는 꿀떡 삼켜버리겠다는 요요우(YoYoW)를 만드느라 등수가 좀 밀려났나 봅니다. 21등 까지가 현역 증인일테니 두 분 중 한 분은 현역.. 다른 한 분은 예비역이구나.. 하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 권리로는 이자 보상이랄까요? POS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본 D-POS 답게 그 뿌리는 POS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쉽게 말해서 스팀을 많이 갖고 있는, 정확히 얘기하자면 스팀을 스팀파워 형태로 전환하여 지갑에 곱게 쟁여둔 댓가로서 이자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이자는 보상 배분의 일종으로서 우리도 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주어지고 있습니다. 스팀이 3초 블럭이니까 이론상 3초마다 배분되고 있지요. 이걸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스파가 겁나게 많은 고래 계정을 한 번 살펴보시면 됩니다. ‘페이지 새로고침’을 누르면 3초마다 불어나는 이자 보상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물론 소수점 아래에서 늘어나고 있겠구요.

자, 이제 무엇이 남았나요? 스팀파워의 선물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얘기하고픈 진짜 주제.. 바로..

‘힘’ 입니다.

스팀파워가 주는 ‘힘’은 앞의 두 가지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단순히 ‘보상’이라든가 ‘권리’라고 치부하기엔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여기에 ‘힘, power’란 표현만큼 어울리는 것도 없지요. 스팀파워.. 말 그대로 힘입니다. 미국에서 태어난.. 뭐랄까 미국 사람에 의해 탄생된 스팀잇은 독일차가 아닌 미국차다운 모양새를 갖고 있는가 봅니다. 깡통처럼 대충 만든 듯한 차체에 차주는 자신의 개성과 취향에 맞춰 이것저것 튜닝을 할 수 있지요. 그만큼 범용성을 높여 놓은 세팅입니다. 무슨 얘기냐면.. 스팀잇은 심플한 룰을 주되.. 왠만하면 다 해볼 수 있게끔 허용한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보팅의 힘? 업보트도 되고 다운보트도 되게 말이죠. 게다가 뮤트도 될 수 있게 말입니다..

뮤트야 스팀파워의 크기와 상관이 없겠지만 업보트나 다운보트는 그 힘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업보트의 경우.. 큰 힘은 더 많은 힘을 불러오기 마련입니다. 그 힘을 최초 자기 자신에게 행사하면 그 힘의 영향으로 다른 힘들이 끌려올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죠.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보팅값이 큰 글일수록 사람들의 이목을 더 끌기에 유리하고 큐레이션 보상이란 잇점까지 더해 더 많은 보팅을 끌어모으는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광고 효과같은 이것이 바로 ‘힘’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런데 스팀잇은 이것마저 허용해 두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최근 KR을 비롯한 스팀잇 커뮤니티에 일련의 파장을 일으킨 셈이지요.


이제 이 ‘힘’.. 즉 스팀 파워를 담보로 일으키는 힘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저는 어제 있었던 전쟁아닌 전쟁과, 작년 말 시끄러웠던 상황 모두 이 힘을 어떻게 다루는 것이 제대로 다루지 것인지 답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는 이미 많은 분들께서 알고 있는 바입니다. 힘에는 무게 같은 것이 있나 봅니다. 사람은 어느 수준의 힘 이상은 잘 감당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이는 비단 유저 한 명 한 명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크게 보면 KR 전체, 더 크게 보면 스팀잇 전체가 겪은 공통적인 사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늘 겪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기도 하지요.

오늘 보란듯이 코인들의 급락장세가 펼쳐지긴 했지만 어제의 전쟁과 유사한 전쟁이 연말-정초에 한 번 펼쳐졌었고, 작년 늦가을 즈음부터해서 한 번 시끌시끌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두어 번의 사건을 가만히 살펴 보시면 각각 한 쪽은 스팀 1만원 대에, 한 쪽은 스팀 1천원 대에 발생했던 사건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불과 두어 달도 안 되는 시점이었지만 작다면 작은 가격대와 크다면 큰 가격권 모두 일은 터지고 말았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우린 좀 부끄러워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팀잇의 암흑기엔 스팀 가격이 100원 쯤 했을겁니다. 스팀잇의 호황기엔 몇 만원쯤 했나요? 그 만큼의 양극단도 아닐진대.. 우린 불과 1천원과 1만원 모든 가격권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룬 셈입니다. 1천원대에선 비트코인과 달리 껌처럼 바닥에 쩍 달라 붙어있는 스팀가격에 징징댔고, 1만원대에선 가파르게 올라가는 보상 분배에 왕왕댔고.. 저는 이것이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할 우리 KR의 모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걸 나쁘게만 보지는 않습니다. 스팀이란 코인과 연동되어 돌아가는 스팀잇 시스템이 역동성을 갖고 돌게되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말이죠. 그러나 이렇게 움직여 가는 가격대에 상관없이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한 번쯤 되뇌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 스팀잇 동지 여러분.. 겨우 1천원에서 1만원의 움직임이었습니다. 우리가 그 정도의 움직임에 롤러코스터 타듯 휩쓸려야만 하겠습니까? 그 정도의 움직임에 멀미를 느낀다면.. 그 정도 움직임에 감정의 파고를 느낀다면 극한의 변동성을 수반하는 코인시장에 연동된 스팀잇 세상에서 어떻게 안착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인간이기에 프로메테우스가 건네준 불에 놀랄 수도 있고, 데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을 제대로 다루게 되면 그 불로 많은 이로운 것들을 해나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다루는 것이 관건이겠군요.

제대로 다루려면 ,일단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합니다. 경외감을 갖되 안정감을 찾아야 합니다. 커뮤니티가 안정감을 갖기 위해서는 조금만 더 서로를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감정적인 대응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사람인데 어떻게 감정을 억누를 수만 있겠습니까? 다만 그 감정을 좀 더 세련되고 성숙되게 녹여내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어느 정도 안정감을 유지한 채 토론도 하고 싸움도 할 수 있습니다. 싸움에도 격이 있는 법입니다. 이왕이면 격을 갖춘 싸움을 벌이면 어떻겠습니까?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는 여러분께서도 익히 잘 알고 있으실겁니다.

또, 이것을 제대로 다루려면.. 좀 더 멀리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조금 더 흐름을 크게 보고 필요하다면 과거의 역사를 들추어 교훈을 끄집어 내야 합니다. 늘 있던 싸움이라면 그 원인을 조금이라도 해결해 나가는 로드맵을 그려야 합니다. 싸움을 없앨 순 없어도 간격을 좁히면 조금씩 진정해시켜 갈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한 번 더 숨을 쉬는 것입니다. 사자의 배포는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사자의 배포는 숨을 크게 들이쉬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차분하고 길게 내뱉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죠. 상대에게 이야기를 건낼 때 조금만 더 차분하고 길게 호흡을 가지면 많은 분쟁의 씨앗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안된다면 그 땐 정말 싸워봅시다. 신나게 말이죠. 다만 좀 격조 있게 싸우면 좋겠습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마무리 할까 합니다. 요즘 같은 한파에 겪었던 일입니다. 한 번은 후배 동료와 함께 회사 근처에서 주차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일이 있어 날밤을 새고 아침에 차에 가보니 분명 같은 시간에 주차를 했건만 제 차 유리창은 꽁꽁 얼어있는 반면, 후배 동료의 차 유리창은 말짱해 보이더군요. 하도 이상해서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이상하네요. 왜 제 차 유리만 저렇게 꽁꽁 얼어있을까요?”

“아, 어제 제가 담배 한 대 피고 들어갔지요.”

무슨 얘기인가 들어보니.. 제가 춥다고 주차를 하자마자 건물 안으로 들어간 사이에 후배는 모든 창문을 열어둔채 담배 한 대를 피고 나서야 창문을 닫고 들어왔다는 얘기였습니다. 운전했던 차의 시동을 끄고 나오면 차 안에는 따뜻한 공기로 차있지만 차 밖에는 살벌한 추운 공기가 있어 이 온도차로 인해 창문의 겉면이 얼게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니 차에서 내리게 되면 안쪽 공기를 뱉어내어 차 안팎의 온도차를 최대한 줄여야만 창밖이 얼지 않는다는 과학적 원리가 있었던 것이지요. 헌데 저는..

이것이 그냥 과학의 원리로만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어제의 전쟁 또한 서로 간의 온도차가 너무 큰데서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저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온도차를 줄일 수 있는 담배 한 대의 여유였는데 말이죠. 아마도 저의 씁쓸함은 그런데서 오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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