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이번 여행의 최대 수확이라고 한다면 단연코 홍콩 맛집 한군데를 알게 된 것이라 하겠습니다. 다시가도 내가 기억했던 그 맛이 여전히 있을 것같은 믿음.. 이런 맛의 추억이야 말로 한번 밟고 끝날뻔한 여행지로 다시금 발걸음 하게하는 원천이지요. 약속대로 오늘 소개해 드릴 맛집은 어느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씨가 방문해 그 맛을 음미해 보았다는, 바로 ‘富記美食’ 이라는 식당입니다.
본래 저는 잘 알려진 관광지보다는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거닐며 일상의 삶을 느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인지 귀족들이나 먹을것 같은 산해진미 보다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서민적인 음식들을 맛보는걸 더 선호하지요. 이건 값은 X럽게 비싸면서 맛도 없던 음식보다 길거리나 서민 식당에서 그 수백 수천 분의 일도 되지 않는 가격으로 제 혀가 극강의 호사를 누렸던 상해에서의 경험도 크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딱히 남들이 유명하다고 알려 준 집보다는 그저 우연히 알게된 나만의 맛집을 알고픈 사람이기에 아무곳이든 숙소 가까운 곳을 뒤지는 저였지만, 일행 중에 검색으로 1차 검증을 끝낸집을 찾아가 보는게 여행자로서 리스크가 적다는 지론을 갖고 있는 친구때문에 이번엔 발걸음을 함께 하게 된 것입니다.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백종원씨가 최근 홍콩을 방문해 먹어본 음식중 기가 막히다고 극찬을 했다고까지 하니.. 뭐 밑져야 본전이려니 하고 나섰죠. 호텔에서 택시를 타며 주소를 보여주니 기사님께서 뭐라 셜라셜라 하십니다. 대충 듣자하니 바로 앞에 내릴 수는 없고 최대한 가까운 곳에 내려줄테니 조금 걸어가야 된다는 말씀 같더군요.
오, 정말 대로변에서 살짝 안으로 들어가니 무슨 시장 입구같은 곳이 나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은 정식 시장으로 일컫기까지는 규모가 좀 작고, 뭐랄까.. 뒷골목? 뭐 그런 곳이더군요. 하지만 일상적인 시장처럼 음식, 과일, 기념품,옷가지 등등 많은 것을 팔고 있는 골목이었습니다. 그리고 구글 앱을켜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골목 안쪽으로 걸어가다가 드디어 발견!
간판 밑으로 다양한 홍콩 딤섬 사진이 도배된.. 누가봐도 딤섬집일 수밖에 없는 식당이더군요. (앗싸, 내 스타일~) 안쪽엔 최대 두 테이블, 밖에 두 서 테이블 정도.. 다해봐야 10명을 받을 수을까 말까한 한국 동네 분식집 같은 곳이었지요. 딱 두 명이 앉을 수 있는 밖의 테이블에 앉으니.. 오~~ 콧수염을 기른 싸장님1 께서 뭔가를 갖다놓고 가십니다.
이게 뭔지 아시겠나요? 뜨거운 물이 담긴 통에 식기류 세트를 담아 온건데, 특이하게도 차가 가득 담긴 차주전자가 함께 옵니다. 만약에 마카오에서 양양님과 함께 저녁을 먹을 때 유심히 봐두지 않았다면 저도 잘 몰랐을텐데 이쪽 사람들은 뜨거운 물에 담겨온 저 식기들을 다시 한 번 뜨거운 차로 씻어내더군요. (양양님이 능숙하게 차로 젓가락과 식기들을 씻어내는 장면을 찍어둔게 있는데 게시가 되지 않는군요) 물론 이게 위생상 하는 순서이기도 하겠지만 타지인인 제 눈에는 왠지 식사전에 거행하는 엄숙하고 정갈한 의식처럼 보였습니다. 한국에선 식당에 가면 툭~하고 포장된 물수건을 던져주는데 그런것 보다는 왠지 더 재미있고 신선한 느낌이었네요.
일단 비오듯 땀을 흘리던 친구가 음료수부터 주문합니다. (이 친구의 음료수 사랑은 잠시 후 따로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친구의 검색 정보로는 이 집에 냉커피와 냉밀크티를 섞은 음료가 맛있다고 하더군요. 어차피 검색 정보 하나 믿고 온거니 무조건 콜! 실제로도 맛있었는데, 아마 홍콩이나 대만쪽에선 커피와 밀크티를 섞어 만든 메뉴가 이미 상품화 되어 있던것 같습니다. 왕라오지 같은 량차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주는 음료인데, 아무래도 커피를 즐기는 한국인 입맛에는 량차 보다는 이런 믹스된 냉차가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친구 한 명이 따로 옷사러 쇼핑을 간터라 둘 만 있었는데, 우선 맛배기로 각자 한 통씩을 시켜봤습니다. 백종원씨가 극찬한 시우마이(노란색 딤섬), 그리고 이 집에서 주력 상품으로 내걸고 있는 하가우(하얗고 반투명한 딤섬)입니다.
반투명한 찹쌀피(로 추정함) 안에 희끄므레 보이는 새우가 보이시는지요? 원래 하가우는 쫀득한 피를 깨무는 순간 안에서 툭~ 하고 터지는 새우와 육즙이 일품이 요리입니다. 전 이 요리를 정작 한국에서 처음 먹어봤는데, 대만 여행에서 만두 요리에 빠진 나머지 이런저런 만두를 찾아보다가 홍콩식 만두를 먹어보고 싶어 수소문 끝에 홍대에 있던 한 식당을 찾아가 보게 되었지요. 요즘을 모르겠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엔 중국 남부(광동) 스타일의 딤섬집이 별로 없을 때였습니다. 이 하가우에 한정해서 만큼은 솔직히 한국에서 먹은 맛이 더 일품이었네요. 점수를 먹인다면.. 한국이 A+, 이 홍콩집이 A- 쯤 되겠습니다. 놀라운 얘기이지만 정말 홍대쪽의 그 집 하가우는 예술이었지요. 살짝 투명해 보일듯 말듯 찰지고 쫀득한 피에 톡톡 터지는 신선한 새우맛이 정말 끝내줬으니까요. 분명 이 집 하가우도 일품이긴 한데.. 머나먼 이국땅에 엄청난 라이벌 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집이 하가우를 전면에 내 세우고 있는 이유는 아무도 9~10겹으로 두를 수 있는 만두피 접는 기술력에 있다고 하더군요. 하가우를 자세히 보시면 여러 주름들이 보일텐데요, 만두 끝에 10여 개에 달하는 주름을 접는 기술이 이분들의 자랑이라는 겁니다. 즉, 맛도 맛이지만 고수의 숨결.. 우리로 치면 달인쯤 될까요? 여하튼 그런 내공까지 맛보는 재미가 있다는거죠.
자, 이제 저와 친구가 이구동성으로 꼽은 이 집의 제왕.. 바로 시우마이를 살펴볼까요? 피 안 바닥엔 새우가 깔려 있지만 겉에까지 보이는 육즙 넘치는 저 먹음직스러운 내용물은 바로 돼지고기 입니다. 이제부터 그간 이 연어가 쌓아두었던 신사 이미지는 잠시 접어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실감나는 묘사를 위해 제 한 몸 구겨지도록 하겠습니다. 아직 하가우를 맛나게 먹고 있는 저와 다르게 친구는 후딱 하가우를 먹더니 기다렸다는 듯 시우마이 한 점을 옴쏙 입안에 넣었습니다.
친구: 후아..후아.. 연어: 뜨겁냐? 살살 먹어.
친구: 후..후..아 돈나..돈나.. 연어: 돈나 뜨거워? (‘돈나’는 ‘돈이 잘 나온다’는 뜻이거나, 어떤 표현을 구개음화 작용을 고려하여 재해석 한 것으로 생각하시면 될듯함.. (-_- ;))
친구: ..돈나.. 돈나 맛있어.. 후아 후아.. 연어: 진짜?
저도 젓가락으로 한 점 먹어보니..
연어: 흐어..흐어.. 앗 뜨.. 친구: 아..띠발..어떻게 이런 맛을 내지? (‘띠발’ 이 어떤 의미인지 역시 각자 판단)
연어: 후아후아.. 아 진짜 돈나 맛있다. 친구: 장난 아니지?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저 소스.. 대개 간장에 만두를 찍어먹는게 상식인 저희에게 고추기름(으로 추정)을 찍어 먹는 시우마이는 고추기름과 돼지육즙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더욱 돋우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계속 어떻게 돼지고기로 이런 맛을 낼 수 있는지, 비린맛을 어떻게 뺐길래 이리도 감칠맛을 풍길 수 있는지 감탄하지 많은 수 없더군요. 정말 그 맛은 이미 상당히 괜찮은 시우마이 맛을 보았던 저로서도 경이로운 것이었습니다.
역시 백종원인 것인가?
저는 처음에 이 골목에 이런저런 식당이 많고 호객하는 라오반(사장님)들도 많이 있어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얻어걸린 맛집이려니 했는데.. 이건 정말 음식에 내공이 꽉찬 초고수들의 향연이었던 것입니다.
이 집 주소 및 기타 고수 냄새가 풀풀 풍기는 사장님 이야기 등은 내일 이 시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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