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터전, 스팀잇

풍성한 터전, 스팀잇

연어입니다. 예전 여의도 정치권에서 큰 선거를 치르기 위해 밤낮으로 일할 때의 일입니다.한 번은 중요한 전략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멤버 한 분이 우연히 회의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자그마한 유리 어항 안에 눈이 갔다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란 듯 외쳤습니다.

“엇, 새끼다!”

다들 깜짝 놀라 쳐다보았더니..왠걸.. 그 자그마한 어항 안에 있던 두 마리 열대어(구피) 말고도 뭔가 쬐끄마한 것들이 헤엄을 치고 있던거지요. 암만 봐도 새끼 같은데.. 막 회의를 시작할 때는 두 마리 빼곤 그런 것들이 없었거든요. 전 뭔가 알같은게 있다가 부화된건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는데.. 이윽고 2~3연타가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어! 새끼가 나온다!” “어머낫! 아빠가 새끼를 잡아 먹으려 하고 있어요!”

순간 회의 테이블은 난장판(?)이 되었고, 국가의 미래니 정권 획득이니 선거 승리니 하는 것들은 순간 휘발되고 말았습니다. 멤버들 모두 출산중인 어미 구피와 막 태어난 새끼 구피들로 부터 고약한 애비를 떼 놓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요.

대충 사건은 수습됐고.. 헌데 정말 이 쪼그만 열대어가 새끼를 낳은 것인지 서로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저는 그때까지만 해도 물고기 중에서도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 종이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라 마치 사람이 알을 낳은 것을 본 것처럼 놀랬었지요. 헌데 문제는 여기서 부터 였습니다.

여의도 빌딩들 사이로 많은 직장인들이 점심을 먹으러 다니는 시간에 꼭 맞춰 자그맣고 예쁘장한 어항에 형형색색 열대어들을 담아 파는 아저씨가 있었는데, 한 여직원이 회의 탁자가 너무 썰렁하다고 어항 하나를 사다가 올려 놓은 것이었죠. 헌데 졸지에 새끼들이 20여 마리가 생겨버렸는데 그 중 두 세 마리는 애비에게 먹혀 버린것 같고.. 여하튼 이 17~18여 마리의 새 생명들을 누군가가 책임져야 할 상황이 된것이죠.

예상하셨겠지만 일단 제가 그 임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하도 꼬물꼬물거리는 녀석들을 신기한듯 물끄러니 바라보고 있으니 이구동성으로 저한테 임무를 떠넘기거죠. 저는 녀석들을 유리병에 담아가지고 집에 와서 급한대로 큰 락앤락 통에 물을 채워 방생(?)을 해두었습니다. 막 태어났을 땐 황란이라고 하나요? 임시로 영양분을 스스로 보충할 수 있는 알단지 같은걸 몸에 붙이고 나오니 모이를 구할 때까지는 별 문제가 없었습니다. 혹시 몰라 빵부스러기를 가루처럼 빻아 뿌려주었고요.

이때부터 저의 ‘생태 관찰’ 관찰도 시작되었는데, 일주일 정도 락앤락 통에서 자라던 녀석들이 영 심심해 보여 아파튼 단지 정원에서 조약돌 몇 개를 슬쩍 훔쳐다가(?) 거처에 넣어 보았습니다. 아, 그랬더니 놀랍게도 이 녀석들의 행동이 활발해지는 것이 확연히 보이더군요. 느낌에는 아무 좌표도 없는 망망대해에서 북극성과 별자리를 찾은 선원처럼 뭔가 기준이 되는걸 찾은 것 같았습니다. 왠지 녀석들이 안정감을 찾은 것처럼 보였으니까요.

그렇게 두어 주가 흐를 무렵..이번엔 녀석들이 무척 심심해 보여 이런 저런 바위처럼 보이는 돌덩어리와 구멍 뚫린 조형물들, 그리고 블록들을 아기자기 구성해서 넣어 보았지요. 아니나 다를까 녀석들은 신나게 놀며(?) 쏘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안에 있는 내용물을 제끼고 이 녀석들의 움직임 궤적과 패턴만 뽑아 본다면, 이렇게 몇차례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확연히 달라진.. 즉, 더 다채롭고 복잡하며 다이나믹해진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죠. 저는 이 관찰 경험을 통하여,

‘거주 환경의 중요성’

을 이저보다 훨씬 진지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그 때부터 집안의 방과 거실, 가구, 사무 공간, 여가 시설, 공원, 아파트 단지 등의 생활 시설 등등의 모든 구조와 배치 등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그 짜임새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얼마나 큰 심리적-행동적 결과를 야기하는지를 염두에 두었습니다.

헌데 이는 비단 물리 공간적 경우에만 해당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사람은 천상 관계 지향형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이 엮이며 돌아가는 사회와 커뮤니티 역시 위와 같은 구조적 환경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겠죠. 그렇기에 풍성하고 잘 구축된 관계에서 풍성한 만족감과 새로운 동력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기에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면 이왕지사 덩그러니 물만 가득 채워진 락앤락 통이 아닌, 이래저래 다양하고 복잡한 구조로 배치되고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다양한 장치들로 가득한 업그레이드판 락앤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가꾸고 있는 이 스팀잇 공간도 잘 업그레이드 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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