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작문 점수를 국어 성적에 포함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주제는 ‘어버이 날’이었고, 성적에 반영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전 학생 모두 같은 주제로 글짓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출한 모든 글을 몇 분의 선생님들이 채점을 마쳤고, 보너스(?)로 가장 잘 썼다고 의견을 모은 작품 하나를 우리에게 들려주셨습니다. 함께 들어 볼까요?
어머니. 매 년 어버이 날만 되면 부모님께 효도하겠다고 약속만 드렸지 제대로 뭔가 해 드린건 하나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그럴 듯하게 약속만 해놓고 지키지 못할 것이 아니라 좀 사소해 보이더라도 제가 정말 지킬 수 있겠다 싶은 것이 없는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문득 양말이 생각나더군요.
제가 학교에 돌아와 양말을 벗어 던지고 나면 빨래는 늘 어머니께서 해주시는데, 얼마전 제가 벗어 던진 양말을 곱게 빤 후 일일이 다시 뒤집어 놓으시던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때는 그냥 무심코 지나쳤는데 곰곰히 생각해 보니 뒤집혀 있는 양말을 하나씩 다시 뒤집어야 하는것이 얼마나 귀찮으셨을까요? 저에겐 양말 한 두 켤레 뿐이겠지만 온 가족이 그렇게 양말 한 두 켤레 씩만 벗어 제낀다면 그것도 고된 일이 되는 것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제 옷, 제 양말을 제가 빨겠다는 얘기까지는 못 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오늘부터 적어도 양말을 벗을 때는 뒤집지 않고 바로 벗어 놓겠다고 약속드립니다. 이 정도라면 제가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기억을 더듬어 제 나름대로 써 보았습니다만.. 어느 반 어떤 녀석이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참 진솔한 글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글짓기를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받아서 그런지 내심 저의 글이 당선(?)된게 아닐까 기대했지만, 이 친구의 짦은 편지글을 듣게 되니 그런 기대를 했던 제가 좀 부끄러워지더군요.
그런데 그 날 부터 제게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습니다. 제가 그 친구의 다짐처럼 뒤집어 벗어 놓던 양말을 그대로 벗어 놓게 된 것입니다. 30년이 지난 요즘에도 양말을 벗을 때마다 그 생각이 들곤 하니, 그 친구의 A4지 한 장 남짓한 글이 저의 습관을 완전히 바꿔버린 것이죠. 이런 것이 글이 전해주는 힘이 아닐까요? 저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동창이 남긴 글을 통해 저의 모습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여기 스팀잇에서 종종 다른 분들의 글을 감히(?) 평가해 보곤 합니다. 누가 누굴 가르치고 그런 측면이 아니라, 글쓰기에 대한 감각이 넘칠만큼 있음에도 그런 재능을 아직 자신있게 내보이지 않는 분들이 있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선 뉴비 분들을 중심으로 글을 살피다 좋은 글을 발견했다 싶으면 소개해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글도 나누고, 좋은 재능을 지니신 분도 소개하고.. 꿩먹고 알먹고 보팅도 올리고.. 그 분들이 이 스팀잇의 바다에 빨리 닻을 내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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