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너무 일찍 져버린 별을 기리며..

[단상] 너무 일찍 져버린 별을 기리며..

연어입니다. 오전부터 고속도로 운전을 하고 집에 들어오니 막 해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오전에 밥을 조금 먹고 운전대를 잡았고, 운전대를 놓고 나서 잠깐 식사만 마치고 피곤한 나머지 잠에 들었으니 연휴의 둘 째 날을 그냥 운전만 하다 보낸 기분입니다. 한 시간 정도만 눈을 붙이려고 했는데 꽤 늦은 시간에 비로소 깨고 말았네요.

눈을 뜨자마자 물을 한 잔 마시고 요즘 재미를 붙이던 대로 레몬즙을 짜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랜 기간 미처 마음 속에 챙기지 못하고 지냈던 한 분에 대한 생각이 나 눈물이 핑그르 돌고 말았습니다. 너무나 젊은 나이에 저 세상의 별이 되어버린 고(故) 김명주 의원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직 네이버에 그 분의 프로필이 검색되어 반가웠지만 이내 경력 사항에 잘 못 기재된 내용이 수정되지도 못한채 남아있는 것을 보니 고인이 되신 분의 흔적을 바로잡는데 아무도 신경써주지 않고 있는 현실을 느끼며 다시금 가슴이 저려왔습니다. 저라도 연휴가 끝나는 대로 네이버 측에 자료 수정 요청을 해봐야 겠습니다.

이 분과 인연의 시작은 어느 아침 회의 석상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6시, 몇몇 참모진들과 소수의 일명 ‘선수들’만이 참여하는 회의가 있었고 어쩌다 보니 저 역시 가장 어린 나이로 그 자리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회의의 수장이 바로 김의원이셨습니다. 회의 참석자들 나름대로 잔뼈가 굵고 막힘이 없는 분들이었지만.. 모든 일에 그렇듯 꾸준한 공부와 준비가 없게되면 어느 순간부터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고.. 이러한 전략회의에서 그저 기존 생각과 경험만 이야기를 되풀이 하며 ‘땜질’을 시작하게 됩니다. 하루는 어쩐 일인지 매우 중요한 안건을 두고 전략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말로 때워 나가는 참석자들의 자세에 회의 주재자의 안색이 조금씩 실망감과 답답함을 보이기 시작했고, 더 이상 이런 식으로 회의가 흘러가면 안되겠다 싶어 제가 나서 그간 준비해 왔던 자료를 근거로 상황을 분석하고, 전략을 펼치고, 만약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여러 다른 분들의 의견을 조율해 보는 전략회의 상 정석적인 의견을 게진했던 것이었습니다. 이내 그분의 안색은 조금이나마 누그러졌고 저의 의견이 맞고 틀린 것을 떠나 회의에 임하는 자세를 높게 평가해 주셨는지 그 이후부터는 어느 식사 자리에 가든 강제로 저를 옆 자리에 앉히곤 하셨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작은 인연이었는데… 종종 술도 사주시며 저와 몇 분을 술동무 삼아 이런저런 인생 이야기와 정치적 소신을 얘기해 주시곤 했고.. 이 분 손에 이끌려 태어나서 처음으로 중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에서 훠궈란 음식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한 때 훠궈만 보면 그 분 생각이 나곤 했었는데.. 이제 저도 모르게 그분을 기억에서 지우며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워낙 조용한 성격에 젊디 젊은 정치인이다 보니 그 분의 가치관과 업무에 대한 흔적들을 인터넷 상으로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계기로 정치에 입문하게 되었는지.. 본인이 펼치고 싶은 소신을 이루어 내기 위해 어떻게 뛰어 왔는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어 했는지.. 결국 주변 사람들의 기억 속에만 남겨진 채 시간은 흘러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제 나름대로의 기준으로서 손 꼽아 볼만한 분이었기에 그 분의 능력, 발자취, 억울하고도 애절한 사연 역시 저만의 기억 속으로 남겨두고자 합니다.

이 분의 타계 소식을 상해 파견을 준비하고 있을 때 들었는데.. 제가 정치권을 떠난지 길다면 긴 시간이 흐르다 보니 미처 소식을 빨리 듣지 못 해 나중에 전화를 받고 순간 눈물을 터뜨렸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날씨가 조금 풀리면 그 분이 안장되어 있는 고향 땅 통영을 방문하여 꽃 한 송이라도 올려 놓고 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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