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스팀이 빗썸 상장 소식으로 후끈 달아오르나 했더니 결국 김만 빼놓고는 다른 코인들과 함께 줄하락 행진 중입니다. 상승장에서라면 호재가 호재로 받아들여 질테지만 역시 약세장의 냉랭한 기운을 이겨내기엔 부족한가 봅니다.
그저 스팀잇을 포스팅과 큐레이팅을 매개로 한 커뮤니티 터전으로서 활동한다면 모를까, 본인 계정의 자산가치가 변동되는 것을 바라봐야 하고 이런 저런 암호 자산 투자까지 병행하고 있는 입장이라면 속이 타들어가는 시간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포지션을 현금화 하며 손익을 확정시키지 않는 이상 그 자산 가치가 수십배가 되었든 몇 분의 일 토막이 났든 그저 장부상의 숫자만 바뀌어 있는 상태일 뿐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표면적인 숫자는 우리를 들뜨게 하기도 하고 반대로 우리를 극심한 우울증에 빠뜨리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투자 행위를 종종 멘탈 게임에 비유하기도 하죠.
직장 생활을 하는 남자들을 보면 어떻게든 비자금을 남몰래(남 = 비자금 존재를 알아채면 나를 괴롭힐 그 어떤 사람들) 마련해서 암암리에 주식 투자 같은 것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식이 오르면 기분이 좋다고 술 한 잔 쏘고, 또 내려가면 속상하다고 술 한 잔 쏘고.. 벌었으니 좀 써도 된다.. 잃은 셈치고 그냥 쏜다.. 이래저래 맨날 쏘기만 하니 그 부대 비용을 다 메꾸고도 수익을 내는 것이 쉽게 되겠나 싶었습니다. 물론 이렇게 시세에 따라 흔들리는 마음이 가끔은 매우 인간적으로 보일 때는 있죠. 영원한 술자리의 무용담으로서 안주가 되기도 하고요.
투자회사에 근무 했을때 업무상 투자자들과 직접 대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온갖 성향의 투자자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자못 긴장되는 업무였지만 저에겐 일반적인 사람들이 투자 과정에서 어떤 감정의 기복을 겪게 되는지 생생히 접할 수 있어 참으로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던 것은.. 투자금을 맡겨 놓고 가장 먼저 자금을 빼가는 분들은 대개 가방끈이 긴 분들이거나 직접 투자를 많이 해보신 분들, 또는 직업적으로 ‘전략 수립’과 밀접한 일을 하시는 분들이었죠. 특정 직업군으로는 단연코 교수들이 으뜸이었습니다. 자신의 지식과 생각에 확신이 큰 분들일 수록 타인에게 자산 운용을 맡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분들과는 투자 전략이나 운용 방식, 더 근본적으로 수익을 이루는 머니게임의 원리에 대해 설전이라도 벌려야 될 판이라 되려 자금을 빨리 회수해 가시라고 권유까지 해야하는 판국이었죠.
그런데 더욱 재미있던 것은 일단 자금을 맡기고 나면 쳐다도 보지 않는 것처럼 무관심해 보이는.. 저희측에서 보면 ‘끝까지 믿고 맡기는’ 특정 직업군 또한 있었으니, 바로 의사와 농부가 그러하였습니다. 의사분들이 투자금 운용에 매우 무던했던 것은 다름 아닌 ‘너무 바빠서’였는데, ‘내 아들이 의사가 되면 정작 인생 펴는건 며느리와 아이들 뿐’이란 우스개 소리가 사실처럼 느껴질 정도로 의사분들은 참으로 바쁘게 사는 것 같았습니다.
농부는 좀 의외이신가요? 물론 제가 대면한 분은 일반적인 농부와는 사뭇 이미지가 다른 분이셨습니다. 젊은 영농인으로서 지역에서도 상당히 촉망받는 분이긴 했는데.. 그분은 늘
‘제가 투자에 대해 아는게 뭐 있겠습니까? 그러니 저보다 잘하실 분들을 찾아 그저 믿고 맡길 뿐이죠. 하지만 농사를 생업으로 하다 보니 뭐든 결실을 맺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 그리고 한 번 믿음을 주었음면 그 결과를 볼 때까지 꾸준히 물을 주고 가꿔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라며 설령 최종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을테니 소신껏 운용에 임하시면 된다고 격려까지 해 주시곤 하였죠. 제가 크게 배운 대목이기도 합니다.
크고 작은 과정마다 일희일비 하는 투자자와 그저 마음을 무던히 갖거나 지나친 관심을 삼가하는 투자자 중 어느 쪽이 필연적으로 강한 멘탈의 소유자처럼 행동할런지는 너무나 자명한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오늘의 하락에도 너무 상심하지 마시고 크게 보았을때 나의 투자 선택이 괜찮은 흐름을 찾아 가는 과정인지 여유있게 살펴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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