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이번 종합건강검진 결과는 제게 큰 반환점의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결과상으로 제 건강에 큰 문제가 있던 것은 아닙니다만, 어떤 검진을 받던 정상권 내지 무척 양호하다는 판정만 받아오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이런저런 문제의 징후들이 나타났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살을 좀 빼야한다는 것인데.. 이제 예전처럼 단순히 체중을 좀 줄여야 한다는 정도의 권유로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언제까지나 이팔청춘일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콜레스테롤 수치라든가.. 뭐 이젠 이런 결과들이 함께 나와있어 빠른 시간내에 체중을 줄이긴 해야겠습니다. 덕분에 2018년은 다이어트의 해가 되겠군요. 헌데 검진 결과를 토대로 주말동안 공부를 좀 해보니 최근 제가 몸으로 느꼈던 이런저런 징후들이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체란 참으로 신비로운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몸을 지탱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일련의 작용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도 의미있는 일이지요.
오늘은 문득 여러분께 각질에 대한 얘기를 좀 해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발뒷꿈치에 딱딱해지는 부분 말이죠. 아마 30줄 이상 되시는 분들에겐 꽤 빈번한 것이 바로 각질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20대 때에는 구경조차 하기 어려웠던 것인데.. 언제부턴가 각질이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기억을 더듬어 제 나름대로 한 번 해석을 해볼까 하는데… 참고로 전 의사나 한의사가 아니니 이는 순전히 저의 경험에 의한 추리임을 말씀드립니다. 여기 스팀잇에 전문가 분이 계시다면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작년에 중국 상해에 들러 회계사를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같이 일하고 있는 친구와 동행했는데, 이 친구가 그 전 출장 때 잠시 짬을 내어 받아본 발톱 깎는 서비스를 잊지 못해 그 때도 스케줄에 넣어 두었을 때입니다. 修脚(수각)이라고 했던가요? 제가 이 서비스를 정확히 뭐라고 하는지는 잊어버렸는데.. 어쨌든 제가 기억하기로 이 기술은 중국 황실이 장려한 것으로서 일종의 장인급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톱을 깎을 때 칼을 이용한다는 것이 특징이죠. 일반적인 발톱깎이가 아닌 칼을 이용하는 이유를 정확히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칼로 발톱을 가다듬게 되면 이후에 발톱이 살이 파고 들어가지 않고 예쁘게 자라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친구가 그 신비로움(?)에 빠져 상해 출장만 가면 줄곧 발톱 타령이지요.
그런데 이 서비스를 추천해준 회계사가 어느 유명한 중의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제게 해주었는데, 무좀이란 간이 피곤하거나 나빠지면 (몸 밖에서) 생기는 현상 중 하나인데, (무좀균같은 것이) 몸 밖 살갗을 파고 먹도록 그냥 놔두지 않고 이걸 억지로 없애겠다고 달려들면 되려 간이 더 상한다는 것입니다. 간이 상할 바에는 그냥 발바닥을 좀 내어주는게 낫다는 것이죠. 달리 해석하면 근본 원인이 되는 간을 치료하지 않고 그 외부 현상 하나만 치료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들을 땐 그냥 그려려니 했는데.. 요즘 이런저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무좀과 각질 모두 깊은 연관성이 있지 않나 하는 추리를 하게 되더군요.
펀드매니저 생활 초기에 처음으로 각질 때문에 고생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첨에는 그냥 무시했지만 각질이 계속 심해지고 두꺼워지면서 걸을 때 약간의 통증까지 느끼는 정도가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발 뒷꿈치가 뽀득뽀득 부드러운 상태가 아닌 딱딱하고 두꺼운 깔판위에 있는 것 같이 되니 그런 것도 당연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당시 저는 각질이란 것은 단순히 피부의 문제, 습도의 문제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여기엔 그 이상의 문제가 얽혀있는 것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한 번은 책상에 앉아 모니터를 쳐다보는 것이 힘들만큼 목이 아프고 뻐근해서 (눈물이 나올 정도였음) 한 달 정도 침을 맞으러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매번 전기침을 놔주곤 했는데.. 이 전기침을 받을 때마다 뒷꿈치에 어떤 느낌같은 것이 느껴졌고, 보름쯤 치료를 받다보니 뒷꿈치의 각질이 서서히 줄어드는 것을 확인하고는 내심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의사 선생님께 그 얘기를 넌지시 해 보았는데 좀 시큰둥한 반응이더군요)
그러다 다시 무좀과 각질이 심할대로 심해졌을 무렵 상해로 파견을 나가게 되었고, 그 때 자의반 타의반 한국 내에서 받던 소소한 스트레스들.. 특히 이런저런 전화를 받으며 감내해야 했던 스트레스를 상당부분 차단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누군가 제게 전화를 걸었다 하면 ‘해외 로밍중입니다..’라고 들렸을테니 어지간한 전화들은 자동적으로 막을 수 있었거든요. 어쨌든 저는 상해에 혼자 거주하면서 일과를 마치면 틈나는대로 잠을 청했습니다. 자고 쉬고.. 쉬고 자고.. 먹고 자고 쉬고.. 정규적인 업무 이외의 시간은 오롯이 휴식을 위해 썼지요. 그랬더니 나타난 몸의 변화는..
(1) 살이 빠지고, (2) 다크써클이 사라지고, (3) 피부가 좋아지고, (4) 각질이 사라졌습니다..
특히 놀랄만한 현상은 바로 다크써클과 각질이었습니다. 어느 순간 다크써클이 생겼던 것도 놀라웠지만, 또 어느 순간 다크써클이 사라진 것도 놀라운 일이었죠. 중국 회계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를 처음 보았을 때 왠 저승사자나 팬더곰이 아니었나 싶었답니다. 그런데 또 차츰차츰 사라지니 그 또 한 놀라운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각질이 사라진 점에 더 놀랐습니다. 지금은 각질이 사라진 이유가 휴식에 의해 간기능이 제자리를 찾게 되어서라고 믿고 있지만 첨에는 어떤 이유때문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습니다. 몇 가지 이유를 생각해 보기도 했었는데..
(1) (야근을 하지 않게 되어) 업무 시간이 줄어들면서 신발을 벗을 수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2) 상해의 독한 수돗물에 무좀균이 죽고 각질이 녹아버렸다 (3) 많이 쉰 덕분이다.. 연관성은 모르겠지만..
크게 이 세 가지였던 것 같습니다. 헌데 지금은 (3)의 이유였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제 몸상태와 주말의 벼락치기 공부를 종합해 봤을때 그렇다고 추정할 수 있거든요. 분명한 것은 간을 힘들게 하고 피곤하게 하는 생활환경과 업무 환경, 습관, 그리고 간이 다 해결해내지 못해 조금씩 몸안에 쌓여가는 노폐물들.. 이런 것들이 몸 안에서는 어떻게 작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몸 밖.. 즉 피부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각질일 것입니다. 게다가 안구건조증.. 즉, 눈의 뻑뻑함이 평소보다 더 심하다면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 합니다.
혹시 각질이 심하다 싶으신 분들은 속는셈치고 피로도나 간에 대한 검사를 한 번 받아보시는게 어떨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몸에 무리가 갈만큼 과한 업무나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건 아닌지 한 번 되짚어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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