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질문) 한국(KR) 커뮤니티는 왜 계속 발전하고 있는건가요?

(외국인 질문) 한국(KR) 커뮤니티는 왜 계속 발전하고 있는건가요?

연어입니다. 먼저, 한국과 중국의 랭킹 순위를 한 번 살펴 보았습니다.

KR 커뮤니티가 당당히 7위에 랭크되어 있는 인증샷입니다 . (많이 뿌듯~) 반면 CN 커뮤니티는 41위에 놓여 있더군요. 서두에 두 나라의 순위를 언급한 이유는 몇일전 외국인 친구 양양님 @yangyang 으로 부터 받은 질문 때문이었습니다.

“KR이 유독 발전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가요?”

양양님은 왜 가입 초기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던 CN 커뮤니티는 점점 활기를 잃고 있는지도 의아해 했습니다. 저는 주저하지 않고 몇 가지 얘기를 해주었습니다만, 양양님이 이야기를 온전히 다 이해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한국인 유저들이 돈도 벌 수 있는 스팀잇의 특성에 맞게 개인적 이익을 탐하면서도, 동시에 (기특하게도) 공동체 지향적인 행동도 취해왔으며, 특히 주요 시점마다 서로간에 지극히 전략적인 제안과 선택을 취해왔다는 점을 어필하고 싶었습니다. 이런 행동은 장기적 투자 행위 측면에서 볼 때 성공적인 결과를 볼 개연성이 큽니다.

짧은 자본주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인터넷 세상을 열며 요잇~땅 하기 시작할 때 한국은 이미 짧고 굵은 굴곡들을 다 거쳐온 베테랑이나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렇다면 인터넷이 대중화 되기 바로 직전에 우리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들 나시는지요? 네, 혹독했던 IMF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쩌면 한국의 비상은 척박했던 IMF란 토양을 뚫고 나왔는지도 모릅니다. 중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저는 종종 IMF 때 한국이 보여준 세 가지 에피소드를 말해주곤 합니다. 사실 속으론 이런 생각을 좀 하긴 합니다.

“너희들도 이럴 수 있을까? 그러면 인정해 줄게.. “

Captured by google.com

전 세계 사람들에게 위 사진 한 컷을 보여주고 ‘이게 뭐하는 장면일까요?’ 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한국인 빼고는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30대 이상의 한국인이라면 척하고 답이 나올 것입니다. 네, 바로 금모으기 운동에 대한 사진입니다. 금을 기증하거나 헐값이라도 팔아 보겠다고 나선 국민들입니다. 맨 오른쪽에 함박웃음을 짓는 분도 계신데, 지금 보아도 가슴 뭉클한 사진입니다.

사실, 금모으기 운동을 외국인에게 이해시키는건 쉽다면 쉽고도 어렵다면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이 캠페인 아닌 캠페인은 아직까지도 우리 가슴 속에 꽤나 큰 자부심을 남아 있을겁니다. 그렇지 않나요? 헌데, 이 금모으기 운동 말고도 제가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가 두 가지 더 있습니다. 저도 한국인이긴 하지만 IMF때 한국인이 집단적으로 보여준 다음 두 가지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머리로 이해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냥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Captured by google.com (YonHap News)

여러분도 혹시 알고 계셨습니까? IMF가 발생하고 나서 구세군 자선냄비로 더 많은 자금이 모였다는 사실을요? IMF가 터지고 나서는 너도 나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마불사’라던 대기업이 줄줄이 도산하고, 수많은 가정이 파산했으며, 국가 부도를 운운하던 때였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던 것입니다. 누군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일인가요?

Captured by google.com

뿐만 아닙니다. 제가 정말 놀랐던 사실이지만, IMF를 기점으로 서적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다고 합니다. 이 난세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어떤 방향으로 내딛어야 할지 지식을 구하고 지혜를 얻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 기억으로 그 때 도올 선생님의 TV 강연도 성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편으로는 상처입은 국민의 자존심을 세워준 박찬호, 박세리 같은 국민 영웅도 있었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인지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성찰하고자 한 국민성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자, 제가 이 세 가지 에피소드를 중국이나 대만 친구들에게 이야기 해주면 다들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그게 뭔 상관?’ 뭐 이런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죠. 하지만 전 이런 행동이야말로 공동체 안에서 행동할 때 한국인의 DNA에 깊인 각인된 무언가가 작용하기 때문에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와 양양님은 종종 스팀잇에서 보여주는 한국인과 중국인의 특성에 대해 얘기를 나누곤 합니다. 그리고 KR과 CN 커뮤니티에 대해서도 말이죠. 물론 제가 한국인이라고 무조건 KR에 속하고, 양양님이 중국인(마카오도 결국 중국이니까요)이라고 해서 CN에 종속된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언어의 문제 때문에 저는 KR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잘 파악할 수 있고, 마찬가지로 양양님도 CN에서 좀 더 명확히 그 흐름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인거죠. 스팀잇 초창기 KR에 @clayop 님 같은 고래분이 있었듯이 CN에도 @abit님 같은 고래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두 분은 여전히 강력한 파워를 갖춘 스팀잇의 선구자 분들입니다. 하지만 두 분이 펼쳐온 의술(?)의 차이는 분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KR은 그간 어떤 일들을 제안하고 만들어 왔던가요? 백서를 번역하고, 앱을 만들고, 심지어 스팀 머니가 유통될 수 있는 가게까지 찾아나섰습니다. 스팀은 물론 블록체인 세상에서 돌아가고 있는 정보를 캐고 나누고.. 제가 잠수했던 기간에도 엄청나게 바삐 움직인 커뮤니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CN은 더 많은 참여자를 끌어올 수 있었음에도 뭔가 동력을 잃어버렸던가 봅니다. @sweetsssj 님같은 수퍼스타를 키워냈지만, 그냥 그 분 홀로 열심히 여행만 만끽하나 봅니다.

臥龍鳳雛..

와룡봉추.. 누운 용과 봉황의 새끼는 모두 시간이 되면 승천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지금은 KR이 먼저 날개짓을 하는가 봅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국 커뮤니티가 어떻게 주요 순간마다 ‘전략적’인 제안과 선택을 취해 왔는지, 그 발자취를 한 번 캐볼까 합니다. 오늘은 꽤 감성적인 글로 마무리 지을까 합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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