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어제가 하지(夏至)였다죠? 이제 조금씩 밤이 더 깊어지겠습니다. 얼마전에 ‘여러분은 어떻게 스팀잇에 참여하게 되셨나요?’라는 주제로 글을 올리신 분이 계셨습니다. (리스팀 해두지 못해서 어떤 분이셨는지 급히 찾으려 하니 좀 어렵네요. 확인 되는대로 수정하거나 댓글에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에게도 스팀잇에 가입하기까지 작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네요.
제게 이쪽 세상을 처음 소개해 주신분은 바로 @leesunmoo 님입니다. 와우~ 놀라셨나요? 네, 현재 KR 커뮤니티에서 @leesunmoo 님의 인지도와 영향력을 봤을 때 저는 처음부터 줄(?)을 잘 잡은 행운아나 마찬가지였습니다. https://steemd.com/@leesunmoo 를 통해 확인해 보니, @leesunmoo 님은 2016년 5월 15일에 8,615번째로 가입한 스티미언이셨군요. 제가 기억하기론 스팀잇이 시작된 것도 그 즈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정말 초기에 가입한 선견지명을 갖춘 분이 아니셨나 합니다. 참고로 스팀잇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data)가 필요할 때는 https://steemd.com 를 이용하시면 좋습니다. 특정인의 자료를 보고자 하면 https://steemd.com/@계정 이렇게 이용하시면 되고요.
그렇다면 저는? https://steemd.com/@jack8831 를 통해 확인해 보면 8월 21일에 약7만 번째 가입자로 등재되어 있군요. 한 3개월 차이가 나는 셈인데, 저는 이 기간 동안 @leesunmoo 님으로 부터 3번 정도의 가입 권유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처음부터 구체적으로 스팀잇을 설파하셨던 것은 아니고, 그냥 뭐 좋은게 있다.. 네가 활동하면 참 좋을 것 같다.. 글이나 컨텐츠를 잘 생산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 등등의 다소 뜬금없는(?) 얘기였습니다.
제가 평소 @leesunmoo 님의 인품이나 식견을 염두에 두고 ‘이 분이 뭔가 얘기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기 때문일거야’ 라 생각하고 재깍 스팀잇을 열어보았다면 지금 저의 포지션은 매우 달라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제 반응은 ‘뭐지?’ 정도 였으니까., 그렇게 시간만 더 허송세월 한 셈이었죠.
세 번째로 전화를 주셨을 땐, 조금 더 구체적으로 권유를 하셨습니다. 그 때 처음 ‘스팀잇’이란 도메인을 알려주셨구요. 이건 뭐.. 모르긴 몰라도 “얌마, 그만 좀 땡깡부리고 받아 먹어 봐”라는 심정이셨을거에요 ㅋㅋㅋ 그 때는 더 이상 어찌 거절할 수가 없더군요. 세 번씩이나 권유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테니 속는(?) 셈치고 한 번 확인해보자고 생각한게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답변 드린게
“네, 근데 지금 제가 곧 휴가를 가야해서요, 휴가가 끝나는 대로 바로 확인하겠습니다. 지금 공항으로 갈 준비 중이에요”
이건 예약해 둔 E-ticket 인증샷입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제가 드린 답변이 거짓이 아니었음을 이 자리를 빌어 밝힙니다. ㅋ 어쨌든 4박5일의 휴가를 마치고 오자마자 약속대로 가입을 했지요. 그 날이 바로 작년 8월 21일이었나 봅니다.
여러분은 스팀잇을 접하고 어떤 생각들이 드셨나요? 저는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마치 제 머리 속에 세 개의 엔진이 돌아가는 듯 했지요. 이미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에 대한 개략적인 지식은 있던 상황인지라 스팀이란 암호화폐와 연동되어 돌아가는 블록체인 기술이 SNS 형태로 포장되어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게 벌써 상용화 단계에 접어든건가?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한쪽은 블록체인 기술이 뒷받침 하고 있고, 한쪽은 그러거나 말거나 모른다는 듯 열심히 글과 작품들이 생산, 소비, 교류 되며, 또 한 쪽에서는 열심히 평가하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그야말로 살아움직이는 생태계더군요. 지금에 비하면 좀 덜 활성화 되긴 했었지만 그건 KR 기준일 뿐이구요. 이미 KR 바다 건너 영어권에서는 사람들로 북적북적 대고 있었습니다.
그 때서야 왜 @leesunmoo 님이 저를 이 세계로 데려오려고 했는지 깨닫게 되었지요. 한 편으로는 글 좀 쓰고 뭔가 창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무대가 될 것이었고, 그리고.. 저도 처음부터 느꼈지만 당시 KR은 영어권 커뮤니티에 비하면 정말 초라했어요. 힘이 없었죠. 힘은 곧 보팅 파워와 보상액에서 드러났습니다. 당시래봐야 제 경험으론 불과 1년도 안된 시점이긴 하지만, 그 때는 그야말로 @clayop 님과 @renohq 님 두 분이 커뮤니티를 먹여 살리고 있는거나 다를 바 없었거든요. 제가 좀 놀랜 것은 그 때도 @leesunmoo 님은 상당한 스팀파워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보팅파워는 정말 미약했었습니다.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말씀드리자면,
- @jack8831 글 하나 올리다. -> $0.03 (저도 시작하자 마자 스팀파워 모으는데 돈 좀 질렀습니다)
- @leesunmoo 님 저를 갸륵히 여기셔 보팅 한 번 해주시다 -> $0.70(이정도만 돼도 눈에 띄긴 했지요 ㅋ)
- @renohq 님 저를 더욱 어여삐 여기셔 보팅 한 번 쏴주시다 -> $5.07 (왠지 하루 음료수 값은 번 것 같더라)
- @clayop 님 간밤에 미국에서 성은을 입게 해주시다 -> $20.05 (KR 커뮤니티에선 대박이더라!)
이제 하드포크19로 인해 추억(?) 속으로 사라진 에피소드지만 @leesunmoo 님과 @renohq님께서 보유하신 스팀파워에 비하면 보팅력은 정말 안타까울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clayop님의 파워는 두드러진 편이었지요. @renohq 님도 컨텐츠를 판단하는 안목이 탁월한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한 번 믿음을 주면 계속 보팅을 해주셨지요. 비단 저 뿐만이 아니라 초반에 KR에 서식하던 많은 생선들에게 플랑크톤을 아낌없이 주신 분이죠. (최근 활동은 좀 뜸해 보이시던데 중요한 일에 매진하고 계신가 봅니다.)
기본적인 KR 생태계의 축은 이러했습니다. 제 기준으로는요. 그리고 지금 원로(?) 대접을 받고 계신 멤버분들이 있으셨어요. 이 분들이 제가 가입한 시점부터 활동해오신 것을 더듬어 본다면 정말 정말 눈물겨울 정도입니다. 왜냐고요? KR은 정말 힘이 없었다니까요. 오죽했으면 @leesunmoo 님이 제게 스팀잇을 처음 보여주실 때,
“한국 사람들의 컨텐츠는 정말 괜찮다. 근데 아직 힘이 없어. 영어권 애들은 허접한 내용을 갖고도 몇 백, 몇 천불 보팅을 받아가. 하지만 우리는 기껏해야 몇 불 받아내기도 힘들고. 몇 십불 받았다고 대박 소리 한다니깐? 그럼 둘 다 해야해. 영어 잘하는 친구들이 어떻게 하든 KR 밖으로 나가서 능력을 보여줘야 하고 교류를 해야 해. 그리고 KR도 스스로 힘을 키워야겠지. 능력있고 탁월한 친구들이 계속 들어와 줘야하고, 스팀도 많이 쌓고 부를 키워야 해. 그래야 힘을 키울 수 있어”
아마 저를 움직은 7할은 그 사명감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KR을 키우겠다는게 아니라 KR에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분위기 띄우는데는 제가 일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지요. 아마도 @leesunmoo 님은 제 그런 성향을 가장 잘 알고 계신 분이었을 겁니다. 그런분께 삼고초려(?)하게 만들다니.. 저도 참 대책없는 후배였네요 ㅋㅋ
자, 그럼 가입하자 마자 한 일이 무엇이었느냐? 전 일단 스팀잇의 생태계를 살펴보았습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본 것이 아니라 운영 시스템을 살펴 보았지요.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반드시 글을 한 번 올리려 합니다) 컨텐츠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 지는 과정에서 발생되는 거래들을 유심히 살펴 보곤, 결론을 내렸습니다.
‘일단 돈질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스팀파워를 돈으로 모았지요. 자본주의 경제의 축소판이기도 한 이 스팀잇에서는 가능하면 일찍부터 스팀파워를 모으고 시작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스팀파워는 곧 스팀잇이란 기업의 지분이 아니던가요? 제게 컨텐츠 생산은 그 다음의 문제였습니다. 제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좋은 컨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면 결국 스팀의 가치는 올라가게 되고, 스팀잇의 구조상 혜택의 일정부분은 반드시 스팀파워를 지닌 분들에게 재분배 될 것이었습니다. 결국 지분이 많아야 했고, 한국 사람들이 모여있는 KR이 힘이 없던 이유엔 고래가 많지 않던 이유와 더불어 전체적인 스팀파워의 보유량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영향도 있었을겁니다. 고래급은 되어야 스팀파워를 진짜 파워답게 쓸 수 있던 구조라 어쩔 수 없었겠지요.
제가 추정한 바로는 당시 제 스팀파워 순위는 KR에선 15~20위권을 달리는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전체 순위상으로는 600~800등을 오가는 정도였는데, 당시 가입자가 십만명을 좀 넘는 정도였으니까 약 0.5%권의 순위는 지키고 있었지요. 그렇다면 그 당시 제 판단은 어땠을까요? 전 결코 그릇된 판단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제 스팀파워 순위는 600 후반대를 지키고 있는데, 가입자 수는 두 배가 되었음에도 순위가 그다지 변하진 않았습니다. 비록 최근 활동을 다시 시작하면서 스팀을 좀 더 매입하긴 했습니다만, 활동을 중지했던 기간에 대한 보상만큼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얘기는, 사람들이 의외로 돈을 먼저 들이면서 스팀잇 활동은 시작하지는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KR이 더 큰 힘을 갖추려면, 양질의 컨텐츠를 우리끼리 만들고 소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음과 같은 삼박자가 잘 맞아줘야 하지요.
영어권 시장을 뚫어야 합니다. 결국 스팀의 태생은 영어권이었습니다. 우리는 변방의 운명을 벗어나긴 어렵습니다. 최근 KR이 성장함에 따라 차츰 외국인들도 우리와의 교류를 시도하고 있더군요. 번역기를 써가면서까지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교류를 주도해야 겠죠. 의사 소통에 별 문제가 없는 분들이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스팀파워를 계속 쌓아야 합니다. KR에 ‘존버’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좋은 현상입니까? 스팀이 발전한다는 전제하에, 아! 아직 베타버전이쟎아요? 론칭까지 한 번 가야하는거 아닙니까?.. 뭐 어쨌든 발전한다는 전제하에 KR이 스팀파워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이제 예전보다 돌고래급, 그리고 개복치급(?)의 역할이 중요해 졌습니다. 두터운 중산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잘 사는 나라입니다. 중산층 정도의 여유로운 소비가 돌고 돌아야 경제가 윤택해지지요. 마찬가지로 소수 고래를 통한 낙수효과(?)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아직 스팀이 초기인 이 시점에 좋은 컨텐츠로 스팀을 받고, 또 여유가 된다면 스팀을 매입도 하고.. 이렇게 스팀세상에서의 지분을 늘려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양질의 컨텐츠를 통해 새로운 유입자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다행히 KR 커뮤니티엔 ‘건전한’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것 같습니다. 물론 스팀잇 전체가 그렇겠지요. 힘이 있으신 분들도 그 힘을 좋은 방향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참으로 감사드릴만한 일이고 서로 배우고 독려할만한 가치입니다. 제가 스팀잇을 처음 둘러 봤을때 힘있는 사람들이 그냥 보팅으로 돈이나 벌려 하고 온갖 횡포질을 일삼는 모습이 보였다면 전 스팀잇을 쳐다도 보지 않았을겁니다. 하지만 인덕, 경륜, 지식, 책임감 모두 잘 갖추신 분들이 대부분이셨지요. 오늘은 @leesunmoo @clayop @renohq만 말씀드렸지만 @dubi님이 연재하시는 내용안에 계신 원로분들이 모두 그러하셨습니다.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시지요.
한 가지 좀 죄송한 것은, 제가 여건상 글질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leesunmoo 님께서는 저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이 ‘시간낭비’라고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솔직히 그런 점이 있긴 합니다. 자신의 무대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요. 그래도 최대한 스팀쪽에 신경을 써보고자 합니다. 외국인 친구도 같이 활동하고 있고, 그 친구의 활동이 제게 새로운 자극이 되기도 하고요. 그래도 가장 큰 자극은 역시 하드포크19네요. 이제 주변에 계신 많은 분들이 중산층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었으니까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십시오.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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