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모처럼 주말을 맞아 침대에 뒹굴거리며 핸드폰으로 글을 써 봅니다. 감기가 다 나은듯 하면서도 기온 변화가 있거나 공기가 달라지거나 하면 귀신같이 그 변화를 알아채고 기침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대체로 해가 떠 있을 땐 괜찮은데 해가 지고 날이 저물면 곤혹스러운게 이만저만 아니네요. 아직도 저의 몸은 그 뭔가와 사투를 벌이고 있나 봅니다. 어느정도 컨디션은 회복했으니 저의 백혈구들이 신나게 싸워 이길수 있도록 좀 더 관리를 해줘야할 것 같습니다.
저는 종종 현시점의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 어떠한지 가장 간단한 방식으로 정리해 보곤 합니다. 복잡다단한 세상 흐름을 딱 무언가로 규정짓는다는게 참으로 부질없는 짓이긴 하지만.. 예를 들면 지금이 이런저런 상황들이 더 미궁으로 빠지거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단계인지, 아니면 그간의 여러 갈래길들이 하나씩 정해지면서 확실성을 나타내고 있는 단계인지 등 말입니다. 지금 얘기한 기준으로 봤을 때는 불확실성보다는 하나씩 미제의 일들이 방향을 잡아가는.. 즉, 확실성을 높이고 있는 단계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바깥 문제에서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새로운 기류가, 그리고 국내 문제에서는 단연코 이명박 전 대통령(이하 MB)의 구속수감이 그 중심에 있다 할 것입니다.
이후 결과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피의자 신분의 MB는 자신의 방어에 최선을 다할 것이고, 검찰측에서도 자신들의 역량을 총동원 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 외에도 전반적인 국민 여론과 시대 흐름에 따른 요소들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겠지요. MB측에서는 현 대통령의 인기와 권세, 여론에 호도된(?) 국민 여론 등이 무척이나 부담스럽겠지만 반대로‥ 10여 년 전 수많은 고발과 의혹을 비켜나갈 수 있었던 데에도 역시나 MB의 과거 행적을 눈감아 주겠다는 국민정서의 덕이 컸음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쨌든 연달아 터진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법부의 심판은 이후 대한민국 정치와 역사에 크게 자리매김할 것이 분명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또 한번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때어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지금껏 제가 목도했던 기간 중 대한민국이라는 민주주의를 표방한 나라가 그 모토대로 가장 완벽하게 운영되었던 기간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전후한 직무정지 기간이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며 동시에 정부 각 부처, 국회, 군과 경, 언론, 시민단체 등등 모든 사회 구성 부처와 집단들이 제 모습과 색깔을 되찾고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착착 돌아가는 모습을 보았던 것입니다. 오죽했으면 ‘대통령 없어도 나라가 잘 돌아간다’고 했을까요. 어쨌든 이 기간을 회고해 보신다면 모든 사회 각 구성 요소들이 자신의 존재 이유와 사명이 무엇인지 한 순간에 깨달은 것처럼 각 직분과 요구에 맞는 역할들을 거의 완벽하게 수행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 처음으로 제 조국이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성숙된 민주주의의 기틀을 확고히 품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 최초의 경험인듯 합니다.
어제 영국 모 언론매체가 선정한 아시아의 최고 민주주의 완성 국가로 한국이 그 대상이었다는데 그닥 놀라지 않은 이유도 그러한것 같습니다. 어릴 때 서울에 살며 놀이터에서 놀다가도 늘 최루탄 가스에 기침을 해대야 했던게 엇그제 같은데, 많은 희생과 시행착오를 통해 여기까지 온 거 아닌가 싶습니다. 많은 여러 아시아 친구들이 있만 이 친구들 역시 자신의 조국이 좋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번영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 친구들이 한국의 민주주의에 대해 관심을 보일 때 이것을 이루어오기 까지 어떤 여정들이 있었는지 설명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그리고 그땐 왠지 가슴한켠에 짠한 슬픔과 감동이 밀려오는건.. 제가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단상] 한국의 민주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