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밋업에 참여해주신 분들은 모두 잘 들어가셨는지요. 아시다시피 밋업의 자리는 장소 제공과 일정 준비, 공식 강연, 사회, 후원 등 정말 많은 분들의 수고와 열정으로 이루어 질 수 있었습니다. 제이슨 까페의 꼼꼼한 준비, 강연을 맡아주신 @leesunmoo님과 @sochul님 , 사회자 @skt1님 등등 많은 분들께 참석자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깊은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밋업 후기를 올려 주신 덕분에 참석하지 못 하신 분들께서도 밋업의 뜨거웠던 열기를 간접적으로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밋업 후기를 읽다보면 늘 뭔가 아쉬움과 미련이 좀 남기 마련인데 구체적으로 어떤 강의와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아무래도 강연 내용은 청중 입장에서 듣기에 바쁘니 이를 정리해 올리는 것이 어려울 것이고, 자유 토론은 워낙 많은 얘기들이 오갈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자유 토론 과정에서 스달깡 논란, 더 확대하여 스팀잇의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논의가 있었던 만큼 말씀드렸던 제 의견 중 일부를 좀 정리해 올려볼까 합니다.
참고로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었다면, 자유 토론이 스달깡과 자기보팅 등에 대한 논란으로 많이 휩쓸린 측면이 있었지 않았나 하는 것입니다. 사실 최근 스팀 가격 하락에 따른 보상 하락과 분배 문제가 많이 대두된 만큼 어쩔 수 없이 핫이슈가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토론이 그렇게 흘러갔던 점에서 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스달깡 기획 당사자로서 말씀드립니다
저는 정치권과 금융권이라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영역에서 일해 본 매우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쪽은 권력이라는 힘을 갖기 위해, 다른 한쪽은 돈이 주는 효용과 영향력을 쥐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뛰어드는 곳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제게 두 영역은 모두 탐욕과 공포라는 양 극단을 보여주곤 하는 그런 곳이었지요.
반면에 매우 이질적인 점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은 1인 1표제 민주주의라는 정치 제도를 채택하고 있어 모두 ‘한 표’의 동등한 권리를 행사하게 됩니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는 자본주의 제도를 채택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분명 돈이 많은 집단이나 개인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상당 부분 더 큰 혜택을 누리곤 하지요. 금권 측면에서 보면 결코 고르게 분배되어 있지 않으며 이는 자본주의의 당연한 속성이기도 합니다.
@dan이 미국인 맞나요? 저는 그렇게 알고있는데.. 어쨌든 저는 이 스팀잇이 미국이란 곳, 미국 태생의 개발자들이 주도하여 기획하고 만들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현대적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가장 꽃피운 곳에서 출발한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스팀잇은 미국적 사고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을 가능성 매우 높습니다. 이게 어떤 의미일까요?
커뮤니티와 자본 생태계 성격을 동시에 지닌 곳이 스팀잇입니다.
바꿔 말하면 ‘평등’과 ‘차이’가 공존하는 것이죠. 스팀은 기본적으로 모든 이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스파가 적다고 하루에 1번 밖에 포스팅하지 못하고 스파가 많으면 100번까지 가능하고 그러지 않습니다. 누구든 자유 의사대로 자신의 생각과 의견, 재주를 바탕으로 포스팅을 할 수 있게 열려 있습니다. 1인 1표제 민주주의랑 비슷한 측면이 많죠? 그렇게 기본 판을 깔고 돌아가는 커뮤니티가 바로 스팀잇인 겁니다. (하긴 대부분의 커뮤니티가 그렇긴 하네요)
반면 스팀은 매우 차별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막말로 스팀을 많이 보유한 사람에게 큰 영향력을 할당해주는 것이죠. 자본의 힘을 인정하고 독려하다 보니,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의 포스팅을 생산하고 유지하지 못하는 이상 자본력의 힘과 속도를 따라잡거나 뒤집어 놓기는 어렵죠. (저는 이런 설움을 받기 싫어서 시작하자 마자 돈질을 하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그래야 사용자들이 스팀잇 안으로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동인이 발생하니 십분 이해는 됩니다.
자, 여기에 증인 제도와 블록체인 기술 기반이라는 독특한 성격도 추가되어 있지만, 일단 스팀잇은 이렇게 ‘커뮤니티의 성격 + 스팀 화폐를 기반으로 한 자본 우대주의’라는 성격을 함께 지닌 곳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겁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요? 스팀잇은 종종 양 쪽 성격이 나아갈 방향이나 속도를 맞추지 못하면 혼란을 야기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진통을 겪는 것이죠.
이번 스달깡 사건이 대표적인데, 이는 스달깡이 자본 생태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와 커뮤니티 내에서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그리고 유저들마다 자본 생태계와 커뮤니티의 성격 자체를 이해하는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 아닌가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kr은 스달깡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우리가 각각 스팀잇이란 커뮤니티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또 스팀, 스파, 스달이라는 자본으로 구성되어 돌아가는 스팀잇 자본 생태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 차이를 알고 방향을 맞춰가던가 속도를 맞춰야 할 것입니다. 최소한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기만 하더라도 큰 소득은 있으리라 보고요.
저 또한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스달깡을 항변하는 입장에서 취할 행동과 자세는 좀 더 분명해 집니다. 어려운 얘기지만, 적어도 어느 선까지는 커뮤니티의 이해와 허용을 구하고자 하고, 또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이런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차피 서로 무엇이 정답일런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러니 일단 기획한 의도대로 한 번 밀고 나가 보십시요. 그 과정에서 다음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맞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단 저는 ‘스달깡’과 여타 사안들이 함께 논란에 선 만큼 커뮤니티, 즉 kr 유저 분들과의 공론화를 통해 최소한의 허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고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방향, 속도, 기한, 권한, 분배 등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스달깡’, 더 넓게 봐서는 마켓 등 글 보상액을 담보로 벌이는 성격이 스팀잇 생태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그 상황이 순기능을 할지 역기능을 할지, 별다른 영향력 조차 없는 것인지 귀담아 듣고 제 나름대로의 입장에 서서 이해시키고 설득해 보려 합니다. 저는 지금이 이에 대한 논의가 매우 의미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여론이 스달깡에 부정적인 측면이 더 많았던 것으로 봐서는 지금 이 자리에도 저와는 다른 의견들을 주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도 잘 들어보고 커뮤니티가 합의를 이루는데 좋은 밑거름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왠지 모두발언 같은 내용이지만 제가 말씀드렸던 내용 중 일부를 문어체로 한 번 표현해 봤습니다. 늦은 밋업은 우선 이것으로 마칠까 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들 만나서 반가웠고, 모임을 주최하신 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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