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오늘 갑자기 평소 카톡도 잘 씹던 정치권 옛 동료로부터 텔레그램 메시지가 왔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친구가 텔레그램에 가입했다는 안내 문구를 얼핏 봤던것 같은데, 좀처럼 먼저 연락하기 귀찮아 하는 성격임에도 텔레그램으로 먼저 말을 걸어오니 처음에 든 생각은 ‘피싱인가?’더군요.
그 옛 동료가 뜬금없이 텔레그램으로 말을 걸어온건 바로 보안상의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텔레그램에 관심 없이 안 쓰고 버텨오다가 간간이 쓰게된 첫 계기는 바로 @clayop님의 알림봇 서비스 때문이었습니다. 알림봇을 쓰려거든 텔레그램을 깔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었는데, 왠걸.. 앱을 깔고 들어와 보니 가입 이웃으로 뜨는 사람들이 거의 다 정치권에서 함께 일했거나 알고 지낸 사람들이란 사실에 적쟎이 놀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텔레그램이 러시아 쪽 개발진이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뛰어난 보안 기술로 해킹이 어렵다는 것 정도는 풍문으로 알고 있었는데, 유독 정치권 사람들이 텔레그램을 쓰는 이유가 정말 도청이나 해킹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 궁금한 적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오랜만에 만난 그 쪽 지인에게 물어보니 정말 그런 위험 소지가 있어 텔레그램을 필수처럼 사용하게 된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이 옛 동료의 경우엔 제가 정치권에서 나온 이후 또 다른 유력 정치인과 함께 일을 했는데.. 그 분이 최근 이런저런 이유로 수사망에 오르고 있던 터였습니다. 제 동료가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이유(+ 일에 너무 지치기도..)로 정치권에서 나와 육아에 전념한지 꽤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뒷조사와 연계되어 본인은 물론 연락을 하고 지내는 주변 지인들까지 대거 신원 조회를 당하고 있다는 의심을 깊게 하고 있었나 봅니다. 사실 이 내용은 대부분 맞을겁니다. 어떤 이유로 주의 대상에 오르내리게 되면 주변인들과의 전화통화 등을 추적해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연결연결 되어 저와의 통화까지 감청내지 검사 대상에 오르내리게 된 것도 벌써 세 번째 쯤 되는 것 같습니다. 제 팔자도 참 ㅋ
어쨌거나 얼마전 제가 홍콩-마카오로 여행을 가기 바로 전 저에게 안부차 전화를 건 바람에 저까지 수사망이 뻗쳤을거 같다고 말하더니 이를 확인해 볼 수 있는 방법까지 알려 주더군요. 사실 저로서는 실소를 금할 수 없었는데, 그 친구나 저나 수사권 속에서 딱히 실마리를 잡을만한 건덕지 자체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전화와 전화가 연결되어 있는 상황만으로 확인 대상이 되었다는게 너무나 우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니 첫 번째 감청 의혹 때는 당시 대학 동기와(그 녀석 친척이 엄청난 인물이라는 이유로 저와 친구가 함께 당했음) 한 시간 내내 떠든게 스타크래프트 얘기와 한일전 야구 얘기, 트레이딩 얘기 등이 전부였고,
두 번째 감청으로 추정될 때는 감청 대상자였던 분이 근래 정치권 주변에서 다크호스로 떠오르던 상황이었 바, 여러 경로를 통해 본인이 이미 감청 대상자에 올라 있음을 알고 계셨던 터라 저와 전화 통화를 할 때 감청 가능성을 대놓고 얘기하며 시작하였고, 한 시간 가까이 남이 듣건 말건 유쾌하게 얘기할거 다하면서 서로 덕담까지 주거니 받거니 했으니 그 또한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습니다. 되려 감청 하는 쪽에서 지겨웠을 수도 있겠지요.
이번 경우엔 그 친구와 무슨 얘기를 주고 받았던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대충 이러했던 것 같네요.
아직도 코인판에 안 뛰어들고 재고만 있냐. 평소 방산주 잡고 가는거 좋아하던데 이번 평화 무드에 손실 좀 본거 아니냐. 200만원 빵 내기한거 긴장하고 있냐. 요즘 무지 심심하냐. 왠일로 전화를 다하고. 전에 홍콩 여행 잘 갔다왔다 했었는데 추천할 여행지 없냐.. 등등
이렇게 시시콜콜하다면 시시콜콜한 얘기였는데 말이죠. 여기서 뭐 건질게 있다면.. 오웃! 감청자가 제 얘기에 스팀이나 이오스를 사던가 했으면 나중에 빛을 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 주구장창 그 동료에게 스팀잇 좀 하라고 채근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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