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여기저기 곡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밤사이 뭔 일이 있긴 있었나 봅니다. 요 몇일 대부분의 코인들이 반토막 행진을 벌이긴 했습니다만.. 코인을 많이 쥐고 계신 제 주변 분들은 되려 끄떡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일반적인 상식대로라면 코인을 많이 보유하신 분들일수록 등락의 파고에 마음이 더 흔들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전에 금융권에 일하면서 사모펀드를 발행해 본 적이 있습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모 펀드와 달리 사모펀드는 일종의 끼리끼리 펀드라고 할 수 있죠. 대개 참여 금액도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하고.. 여하튼 참여자들은 수익 달성이라는 목표를 공유해야 하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특별한 믿음 같은 것이 요구되곤 합니다. 그리고 펀드를 발행했던 회사의 오너분은 그 어떤 참여자보다 많은 자금을 들고 참여했더랬습니다. 이 분의 메세지는 명확했지요..
당신들 보다 수 배, 수 십배 더 많은 돈을 태운 제가 끄떡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소소한 수익과 손실에 마음 졸이지 마시고 끝까지 함께 가셨으면 합니다.
저는 이 펀드의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가장 먼저 떨어져 나가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생생하게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여러가지 이유도 많았겠지만, 결국 가장 확실한 상관 관계를 보여준 것은 바로 ‘자금의 크기’였습니다. 한 마디로 ‘큰 자금을 태운 사람이 더 잘 버틴다’는 것이죠. 저는 이후 이 관계를 이렇게 파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더 잘 버틸 줄 아는 사람이 더 큰 자금을 태울 수 있다..
이렇게 역의 명제가 성립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네, 더 잘 버틸 줄 아는 사람.. 더 큰 흐름을 보며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결국 더 큰 자금을 태울 수 있는 것이고,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대개 이런 사람들이 투자에 성공할 수 있고, 그 경험이 바탕이 되어 또 다시 새로운 투자를 대할 때 그 신념으로 참여한다는 것이죠. 그럴법 하지 않나요?
연말연초에 수많은 사람들이 제게 코인 투자에 대해 상담을 해왔습니다. 물론 이런 상담에 응한다는게 상당히 부담도 되고 때론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쨌거나 제 나름대로 해줄 수 있는 선에서 이야기는 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개중 몇 분이라도 이 세계로 발을 디딜 때 가능하면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알고 들어오길 바랬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 놀라지 마십시오.. 그 이후로 오늘까지..
단 한 분도 이쪽 세계에 뛰어든 분은 없었다는 사실!
가격이 오르면 오르는대로 비싸서 못 들어오겠다고 합니다.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뭔가 잘 못 된게 아닌가 의심하며 못 들어오게 됩니다. 그럼 대체.. 언제 들어오려는 것인가요? 투자 세계에서 수익을 내겠다면 일단 들어와야 합니다. 결과가 깨지든 지지부진하든 대박이 나든.. 일단 들어와야 결과란 것을 볼 수 있지 않나요? 그런데 다들 이런저런 핑계만 댑니다. 물론 ‘핑계’의 형식은 아닙니다. 다 이유가 있지요. 한 마디로 ‘타이밍’을 재는 것입니다. 좋은 타이밍을 재겠다는 거지요.
보다 유리한 가격.. 보다 효율적인 타이밍..
네.. 열심히 그렇게 해보십시오. 아마도 평생 투자 세계에 제대로 발담그긴 어려우실 겁니다. 최고점이면 어떻고 최저점이면 또 어떻습니까? 전 일단 투자를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담그고 봅니다. 설령 최고점에서 들어간 꼴이 되더라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투자를 진짜 시작했느냐 아니냐의 문제죠. 설령 꼭지에서 들어갔다 하더라도 매수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타이밍을 재는 사람보다, 꼭지에 들어가 어떻게 물량을 늘려갈 것인가 고민하는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할 것이란 겁니다. 이쪽 바닥(?)에도 이제 나름의 ‘전문가’들이 많아진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이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듯 하지만, 적어도 제 경험으로는 글쎄라고 할까요?
진짜 프로 투자자들, 진짜 실전 플레이어들이 하는 판단과 행동양식은 이런 ‘전문가’ 분들과 사뭇 다릅니다. 하일성이 되느냐 박찬호가 되느냐의 선택입니다. 진짜 프로들은 ‘좋은 가격’대를 잡아서 들어가려고 하지 않습니다. 물론 좋은 가격, 유리한 평단이 얼마나 메리트 있는 상황인지는 잘 알지요. 그러나 그것보다 더 높은 한 수는 바로 ‘뛰어들어야 할 때 뛰어든다’는 것입니다. 최고점이든, 최저점이든.. 진짜 프로들은 뛰어들고 나서 어떻게든 헤쳐나갑니다. 그것이 진짜 노하우지요.
암호화폐 시장, 블록체인 세상을 장기적 관점으로 보셨다면 중요한 것은 매입 평단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많은 코인을 쥐고 있느냐에 있다고 봐야합니다. 대기업 주주들이 본인들 주식의 매입평단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아니면 지분 비율이나 보유 물량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오르면 오르는 대로, 내리면 내리는 대로 물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면 우리들의 투자 패턴은 좀 더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유 지분을 늘리겠다고 결심을 하면 비싸도 들어가고 싸도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타이밍을 노리다 보면 비싸면 비싸는 대로 겁나서 못 사고, 싸면 싼대로 의심이 생겨 못 삽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타이밍을 재는 똑똑한 여우’가 되기보다는 ‘물량을 늘려가려는 미련한 곰’이 더 큰 부를 일굴 수 있으리라 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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