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간밤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네요. 외국인 방문객 한 분이 제 글을 읽고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같이 한 번 보실까요?
처음엔 전 왠 낯선 분이 장문의 소설이라도 쓰고 가셨나 했습니다. 헌데 방문객인 @nyinyinaing 님은 서두에 이렇게 밝히고 있네요.
“당신이 포스팅한 글이 어떤 내용인지 몰라서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보았습니다”
오호라~ 그러고 보니 장문의 글은 제가 포스팅한 글을 구글 번역기를 통해 번역해 둔 것입니다. 다분히 자기 PR의 성격도 섞여 있는 듯 합니다만 (만약 자기PR 용도도 있었다면 성공한 케이스네요. 저는 이미 이 분의 댓글에 보팅을 해드렸으니까요 ㅋ) 어쨌거나 이 분의 번역 작업이 순간 제게 흥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럼 이 분은 어디서 온 분이셨을까요? 한 번 확인해 보았습니다.
이름이나 생김새로 봐서는 아시아에 살고 계시거나 동양계 분이신 것 같습니다.
헌데 이 분이 남기신 글중에 독특한 글자가 보이더군요. (아, @jejuinfarm 님의 글을 리스팀 해둔 것도 보입니다) 그래서 이 글자가 어느 나라의 글자인지 한 번 확인해 보았습니다.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네, 가장 쉬운 방법은 구글 번역기를 이용하는 겁니다. 어느 나라의 글자인지 인식을 해주니까요.
네, 아무래도 이 분은 미얀마(구 버마) 국적의 스티미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반갑습니다 @nyinyinaing 님. ^^
그 다음 저의 궁금증은, 과연 구글 번역기를 통해 한국어로 쓴 제 글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당연히 제 글은 한국분들을 위해 쓴 것이고, 그러다 보면 외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표현이나 비속어, 요상한 단어들이 곳곳에 섞여 있었을테니까요. 그러할진데 이해가 된다? 정말? Really? 그래서 제 원문과 번역문들을 한 번 비교해 보았습니다. 구글번역기가 제 표현들을 거의 직역했을테니 역으로 해석했을 때 우리식으로 이해되기만 한다면 충분합니다. 언어란 것이 어쩌면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왠만해서는 다 이해될 수 있으니까요.
원문 :
번역문:
오호~ 하지(夏至)라는 단어도 번역이 되나요? 확인해 봅시다.
오! 정말이었어! ㅋㅋㅋ 그런데 이게 한국 단어 때문입니까? 아니면 한자 때문입니까? 위에는 ‘한국어를 감지함’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말이죠.
에라이~ 그럼 그렇지. 네. 위 단어를 인식할 수 있었던건 한자어 덕분인 것 같습니다. ‘하지 않다’의 ‘하지’로 먼저 인식하나 보네요. 음.. 어쨌든 해석이 애매한 단어에는 한자어를 달아두어도 나쁘지 않겠다는 지혜를 하나 얻었습니다.
어쨌거나 @nyinyinaing 입장에서 봤을 때, 저의 첫 인사는 이해가 됐을 것 같습니다.
- 하지를 지났으니 밤이 깊어질 것이다.
- 전에 ‘당신은 어떻게 스팀잇에 오게되었나’라는 글을 읽었으나 찾지는 못하고 있다.
- steemit에 오기까지 꼬인부분이 좀 있었다.
이 정도면 서두의 맥락은 충분이 이해되는 것 같습니다. 우~~ 계절이나 날씨, 기후 등에 대한 인사법은은 외국에서 통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냥 완전 한국식으로 ‘식사들 하셨습니까?’로 하지 않고 저도 모르게 인터내셔널한 인사법을 썼지 않나 싶습니다. small twist란 표현도 보이네요. 이 의미가 정녕 원문이 나타내고자 하는 의미로 실제 쓰이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구글 이미지를 보면 유추할 수 있지요.
구글이미지가 보여주는 small twist에 대한 결과입니다. 주로 세세하게 꼬인 머리를 말하는 것 같습니다만, 저 형체를 본다면 어떤 의미로 쓴 글인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아, 구글은 아직 steemit이란 고유명사를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있군요! 한 번 확인해 보았습니다.
에스토니아어라.. 그럼 페이스북은?
혹시 ‘얼굴 책’ 뭐 이렇게 번역되는건 아닌가 했는데.. ‘페이스북’으로 정확히 인식되고 있군요. 아래 코멘트를 보시면 구글번역기가 페이스북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 스팀잇은 아직 갈 길이 멀군요. 스팀잇이 구글에서 바로 해석되는 그 날까지 열심히 뛰어 봅시다. 파이팅 한 번 외치고 다른 번역으로 한 번 넘어가 보겠습니다.
이거참 재밌네요. 전 그런대로 이해가 되는데..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제가 번역된 모든 문장을 살펴보니 전반적으로 이해하는데는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문장은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에 의해 발생되는 소소한 오역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들을 한 번 뽑아 보았습니다.
먼저, 첫 번째 경우입니다. 한국어에서는 아무래도 주어를 생략하는 경우가 태반이지요. 결국 문맥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번역기는 그런 역량이 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I 나 We 등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나오고, 실제 우리가 원한 바와는 다른 주어를 끼워 넣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한 번 보시죠.
글의 중간에 ‘그리고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살펴보았습니다’ 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 문장에 주어를 갖춰준다면 ‘그리고 저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을 살펴보았습니다’ 쯤 되겠지요. 하지만 구글번역기는 주어를 We로 잡아주었네요.
그리고 본의 아니게 성적인 표현이나 의미가 상당히 바뀌어 번역이 되는 경우입니다. 몇 가지 찾아 봤습니다.
음.. penny는 작은 동전을 의미할텐데.. 마치 ‘티끌 모아 태산’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한국어에서 ‘돈질’은 일단 돈으로 퍼붓는 것을 의미하지요? 아무래도 뉘앙스가 완전 바뀐 대표적인 예인듯 싶습니다.
아니, 구글번역기님.. 이거이거… 저랑 @clayop 님이랑 무슨 사이라고 글을 이렇게 번역해 주십니까? -_-;; 이게 다 제 잘못이지요. (聖恩)이라고 의미만 달아두었더라도 이런 지경까지는 가지 않았을텐데… 죄송합니다 @clayop님 . 본의 아니게.. ㅋㅋ
자, 어떠셨습니까? 지면 관계상 모든 번역을 설명드릴 순 없겠죠? 저는 이 분의 번역글을 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본인의 글이 월드와이드하게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램일겁니다. 그럴려면 영어나 특정 외국어로 번역을 해서 글을 올려야 하죠. 이 부담이 만만치 않습니다. 영어를 좀 하시는 분들도 ‘거의 완벽한 번역’은 해야 올릴만하다고 여길 수 있구요.
최근에 KR이 급부상하면서 슬금슬금 외국인 유저들이 한국 분들의 글을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운 좋게 한국인 친구라도 있으면 모를까, 이분들이 해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아마도 번역기를 사용하는 것일테죠. 제 글이 어떻게 번역되었나 보니, 제가 판단하건데 문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고 평이한 표현만 사용한다면 그들이 내용을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겠다는 생각입니다.
오호라! @nyinyinaing 님이 번역하신 문장과 제 원문을 비교하면서 이런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내가 영어에는 자신없는 사람이지만, 나의 글이 국경과 언어를 떠나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두 가지 버전의 글을 올려 보는겁니다. 한국분들을 위해 맛깔나는 글을 한 번 써주시고, 별도로 번역을 위한 (한국어로 된) 글을 다시 써보는거지요. 제 글을 통해 얻은 힌트를 요약해 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가급적 모든 문장에 주어를 넣어줍니다. 영어 특성상 대개의 문장은 주어를 필요로 하기 때문입니다.
긴 표현은 짧게 나누어 줍시다. 문장이 길다보면 번역기가 오역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집니다.
해석이 여러 가지로 될 수 있는 동음이의어는 가급적 한자로 코멘트해줍시다. 의외로 번역률을 높여주더군요.
지나친 은유적 표현이나 한국식 표현들은 원래의 뜻으로 바꿔줍시다. 원 글의 맛은 떨어지겠지만 외국 친구들이 원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쪽에 초점을 맞춰기 위해 어쩔 수 없겠죠.
자, 이렇게 몇 가지 사항을 염두에 두고 글을 다시 써보면 확실히 글다운 글은 아니게 됩니다. 하지만 글의 성격이 주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설명을 하는 데 있다면 그다지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내용을 충실히 이해할 수 있다면 설령 문학적인 내용이라 하더라도 인간으로서의 감동은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제게는 @nyinyinaing 님을 향한 소소한 프로젝트가 생겼습니다.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nyinyinaing 님이 제 글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 글을 다른 한국어 버전으로 바꿔 보겠습니다.
어렵게(?) 발걸음해주신 외국인 @nyinyinaing 님과 이웃다운 이웃이 한 번 되어보겠습니다.
개인적인 이 프로젝트를 해보면 미얀마 분과 KR 커뮤니티와의 작은 교류를 한 번 이어가 볼 수 있겠네요. 그리고 여러분은 영어를 하지 못해도 이 스팀잇 세상에서 어떻게 외국인 친구를 만들어 볼 수 있는지, 언어라는 장애 요소를 뚫고 어떻게 나의 글을 널리 알릴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 구경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나머지는 다음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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