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저는 지금 두 번째 행선지인 마카오에 와 있습니다. 현지 친구의 도움 덕분에 업무를 빨리 끝낼 수 있어서 유유자적 쉬고 있는 중입니다. 새벽에 잉글랜드와 크로아디아전을 보려고 했는데 좀 피곤했던지 그냥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네요. 잉글랜드란 축구팀엔 별 매력을 못 느끼는 타입이라 크로아티아를 응원하려 했는데, 새벽녘에 화장실을 가느라 잠이 깼던 차에 연장 승부가 끝나는 장면만 볼 수 있었습니다. 20년 전 프랑스 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의 데뷔 무대가 너무 강렬했던지라 레이싱 경기에서나 볼법한 체크 무늬 국기가 보이면 나의 조국이 아님에도 가슴이 설레이곤 합니다. 축구에서 그런 느낌을 주는 국가나 팀이 있지요. 전 항시 크로아티아, 아일랜드, 리버풀 같은 팀을 보면 그들의 이기고자 하는 의지에 힘을 보태곤 합니다. 응원이란게 바로 이런 맛이죠. 아침에 언론 댓글을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크로아티아의 승리에 감동을 먹었었나 봅니다. 신성 음바페의 매너 논란과 맞물려 대한민국의 응원정서는 이미 크로아티아 쪽으로 기운것 같네요. 다음 결승 경기가 더 기대 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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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하와이에서 인천으로 들어와 잠시 시간을 때우고 곧장 마카오행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오르긴 올랐는데 이륙 지연이 되어 기내에서 3시간 가까이 갇혀(?) 있었네요. 마카오 직항은 늘 날씨나 운항 운선 순위에 밀려 연착되기 일쑤입니다. 이번엔 왠일로 제 시간에 출발하나 했더니 역시나더군요. 대만 근해에 불어닥친 태풍 때문에 기체들의 이착륙 스케줄이 줄줄이 밀리며 도매금으로 연착이 된건데, 오랜 시간 기내에서 승객들 챙기랴 고생한 승무원들에게 개인적으로 감사할 따름입니다. 요새 두 메이저 항공사내 오너 문제와 불합리한 업무 관행을 개선키 위한 승무원들의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칠건 고치고 버릴건 버려야죠. 묵은 관행, 불합리한 처우는 반드시 개선되길 희망합니다. 그렇기에 승무원 분들의 노고에 다시 한번 응원을 보냅니다.
하와이에서 인천으로 오는 동안 있었던 일입니다. 그나마 30%의 좌석이 비어 승객들이 여유있게 빈 좌석들을 활용할 수 있었는데요, 안타깝게도 두 젊은 여성 승객은 각자동승한 간난 아이 때문에 그러질 못하더군요. 제가 잠깐씩 눈을 붙이며 본 광경으로는 아이가 자꾸 울면서 뭔가를 보채니 아이를 달래다 못해 서서 포대기에 안은채 3시간 정도 얼르며 재우고 있더군요. 모성애란게 무엇인지.. 처음엔 아이 아빠는 이 상황에 신경을 쓰지 않는건가 했는데, 가만 살펴 보니 이미 엄마와 아빠의 역할분담이 확실어 되어 있던 터였습니다. 아이 아빠는 물이나 음료를 챙겨주는 등 아이 엄마에게만 서포트를 해주고,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만신경쓰고요. 그 장면을 보니 문득 어머니께서 제게 해주신 일화가 생각납니다.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제가 간난 아이였을 땐 엄마 품에서 한시도 떨어져있지 않으려 했다 합니다. 아이가 하도 달라 붙어있으니 어찌나 힘들었겠습니까. 쌔근쌔근 잠이 들었을 때 잠시 이불 위에 놓거나 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곧장 울기 시작하더랍니다. 더욱 힘들었던건, 아버지가 저를 안기라도 하면 온갖 울음으로 보채며 다시 엄마곁을 찾더라는거죠. 애기가 잠이 들어있는데 냄새라도 맡는건지 한시도 엄마품을 떠나지 않으려는 저라는 아이 때문에 어머니는 녹초가 되고 아버지는 서운한 감정이 들고..
헌데 그런 행동이 한순간에 바뀐 날이 찾아 왔다는데, 그게 바로 제 남동생이 태어나 처음으로 집에 왔을 때랍니다. 병원에서 출산을 마치고 아이를 집으로 데려온 날 제가 처음으로, 그것도 스스로 아빠 곁에 가서 잠이 들더랍니다. 새로 입성한(?) 동생에게 엄마를 양보(?)한 것이지요. 종종 그 때의 기특했던 모습을 제게 얘기해 주시곤 하는데, 현재 동생과 우애가 그리 좋지 못한 지금 들으면 정말 남 얘기같곤 합니다. 어쨌든 저희 집에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아내가 힘들어도 아이를 안아주지 못하고 그저 옆에서 이런저런 심부름이나 해줄 수밖에 없는 아이 아빠가 이해되기도 했지요. 엄마의 품은 정말 ‘힘든 특권’인가 봅니다. 그 높은 상공에서도 쉬지 못하고 아이를 챙기느라 고생한 엄마를 그 아이도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여기 마카오 일정도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아침녘 인천에 도착하면 또 시간 좀 보내다가 다음 행선지를 향해 날아가야 하지요. 아, 다음 글에는 여러분이 솔깃해 하실만한 이야기를 한 번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카오란 곳, 그리고 카지노란 곳에 대한 저의 생각을 한 번 풀어볼까 합니다. 코인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봄직한 것들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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