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합니다! 오사카 밋업, 잘 다녀왔습니다.

신고합니다! 오사카 밋업, 잘 다녀왔습니다.

연어입니다. 포스팅이 많이 늦었군요. 여러분 성원 덕분에 오사카 밋업 잘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제 현해탄을 오간 국제 밋업 이야기를 들려 드리까 합니다. 아참, 가급적 모든 얘기를 글로 풀어보려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처음엔 사진을 곁들여 볼까 했는데.. 역시 글맛은 순수한 텍스트에서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이야기만으로도 생생한 현장을 느껴보실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홀가분한 준비, 짧은 여정

오사카 밋업도 정기적인 것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그저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안건과 핑계(?)로 모이겠지요. 아무리 잘 짜여진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데 능한 일본이라 해도.. 그저 사람이 좋고, 모임이 좋고, 스팀잇 활동에서 피어나는 공감대를 느끼고픈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면 너무 꽉짜인 스케줄에 얽매일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일단 이번 오사카 (번개) 밋업의 핑계거리는

‘한국에서 이웃 스티미언이 참가하러 옵니다’

저런, 그것도 일본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이웃이 말이죠! 어디든 해외에 가는 김에 짬을 내어 관광을 겸하는 것이 현대인의 기본.. 그러나 저는 그냥 주말 1박 2일의 짧은 일정만 잡아두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방문하는 오사카에 대한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거든요. 바로 출장차 오사카를 두 번 다녀온 친구 때문이었습니다. 두 남자의 시크릿한 대화를 공개합니다.

“오사카 어떠냐? 여자들 예쁘냐” / “ 별로”

“안 예뻐? 그럼, 음식은? 맛있냐?” / “그닥”

지금 같아선 친구를 고소라고 하고픈 심정입니다. 저 두 대답 때문에 오사카에 대한 흥미를 미리 접었던 저였으니까요. 게다가 작년에 처음으로 일본땅 후쿠오카를 밟아봤던 저의 경험이 더해졌었지요. 후쿠오카란 곳을 통해 저의 선입관은 더 단단해져 있었습니다. 후쿠오카가 일본에서도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곳 중 한 곳이라는데.. 정작 둘러보니 생각보다는 그다지..흠… 그리고 음식도 하나 하나 맛보면 다 맛도 있고 괜찮은 것 같더니만, 막상 한국에 돌어와서는 딱히 강렬할 만큼 그리운 맛이 떠오르지 않았던 이유가 컸던 것 같습니다. 헌데 이런 선입관이 이번 오사카 방문을 통해 산산히 부서지고 말았네요.

일본어 거의 모름. 오사카에 대하 아는 것 거의 없음. 약간의 역사적 지식과 관서 지방에 대한 상식.. 그 정도가 전부. 아는 곳? 오사카 밋업을 진두지휘 하신 @miho 님의 추천으로 우메다(Umeda)라는 곳에 호텔을 잡긴했는데, 우메다란 곳이 어떤 곳인지도 전혀 모름. (오사카 역 쪽이니 서울의 명동쯤 되나보다.. 라고 추측만 했습니다) 미업 장소? 모름. 참석자? @miho 님 블로그에 몇 분 리스트가 있던 것만 확인. 그래도 참석자 분들에 대한 인적사항은 눈치 채고 가야할 듯해서 한 분 한 분 블로그 들어가 보고 번역기를 통해 취미나 근황 등 내용 파악. @miho님의 추천으로 공항에서 버스를 타기로.. 이 정도였지요.

행선이 일본인지라 비행기 표는 어렵지 않게 끊을 수 있었고, 마침 무료 숙박이 가능한 호텔 멤버쉽 포인트가 남아있어 호텔도 후다닥, 후쿠오카 여행때 남겨둔 엔화가 있어 환전도 무시. 옆으로 매는 작은 가방에 여권이랑 몇 가지 소지품만 챙긴 후 훌쩍 떠난 여정이었습니다. 저런.. 명색이 kr 대표격(?)으로 참석하는 건데 말이죠? 정말 어쭙쟎은 영어 실력 하나와 스팀잇에 대한 열정 하나 믿고 떠난 자리였습니다. 공항 면세점에서 선물차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한국 김(のり) 한 바구니 사들고 말이죠.


무더운 오사카, 간사이( 関西地方) 내음을 느끼다

한 시간 반쯤 날아가니 어느덧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일본답게 아기자기한 모습들로 가득한 간사이 공항만으로 오사카의 모습을 추측했던 건 저의 큰 착각이었습니다. 오사카는 그런 사이즈가 아니더군요. 경제대국 일본의 무게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만큼의 위용이 있었습니다. 그럼 도쿄는 또 어느 만큼일지.. 별 관심없던 도쿄까지 급 궁금해진 순간이었습니다.

친절한 안내인들의 도움으로 표를 끊고 버스에 탈 준비를 했습니다. 어찌나 습하고 무더운 날씨던지.. 건물 그늘 아래서 줄을 서 기다리는데도 땀이 흥건이 배어 나옵니다. 찐득거리는 몸을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달래며 기다리고 있으니 마침내 버스가 오는군요. 여러 승객을 실은 버스는 공항을 벗어나 오사카 시내까지 달리기 시작합니다. 맨 먼저 바닷길을 따라 도로가 펼쳐지고, 간척지로 추정되는 평야엔 반듯 반듯 공장이나 물류 창고가 들어서 있었으며, 여기 저기 항구와 항만에 배들이 정박해 있는 광경이 펼쳐지더군요. 흡사 홍콩과 비슷해 보이면서도.. 정말 누가 봐도 ‘일본이네’라고 감탄할 만큼 깨끗하고 잘 정돈된 모습들이었습니다.

어느 나라에 가든 그 나라의 첫 모습을 느낄 수 있는 포인트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간판 글자라든가.. 교통 시스템 같은 것들이 있죠. 확실히 일본의 교통 시스템은 유럽(특히, 독일)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독자적인 모습을 갖춘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에 뿌리를 둔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교통 시스템과는 확연히 다르죠. 슬슬 시내로 들어오면서 부터 또 한가지 포인트가 두드러 집니다. 항만에 펼쳐져 있는 공단에서 부터 느낀 것이었지만.. 일본 건물들이 자아내는 색채는 뭔가 어둡고 무겁습니다. 기분을 가라 앉게 한다고나 할까요? 대개 옅은 회색이나 베이지색을 베이스로 해서 크게 튀지 않는 색깔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더군요. 이게 건축법상 규제에 의한 것인지.. 선호도가 그런 것인지.. 그저 이웃 건물들과의 색 배치를 따지다 보니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한국이나 중국 등에 비하자면 과감한 색채 사용을 자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와이도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는데.. 하와이와 오사카는 그런 측면에서 매우 유사한 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가장 놀랍게 하는 부분은 생각보다 높고 웅장하게 지은 건물들입니다. 심지어 고가도로도 제가 생각한 높이 이상에 위치를 잡았더군요. 후쿠오카처럼 일본 내에서 지진이 많이 안나는 편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본은 일본인데.. 보란듯이 ‘여긴 오사카쟎아!’라고 뽐내듯 건물들을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두었습니다. 당연히 모두 강력한 내진 설계가 바탕되었겠지요.(..라고 믿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정말 오사카, 간사이 지방에 와 있구나’라고 처음 느끼게 된 것은 버스 안에서 기사님이 말씀하시는 안내 방송을 들었을 때였습니다. 아무리 일본어를 못한다고는 해도 그동안 들어온 일본어 억양이란 것이 있는 법… 엥? 이건 대체.. 무슨 억양이 이렇지? 제가 익숙하게 들어오던 표준적인 억양하고 사뭇 다른 억양이 들려왔던 것입니다. 억양이 달라지면 말도 전혀 다르게 들리는 법입니다. 예전에 상해에서 상해 사투리(동쪽 말)를 들었을 때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할 때 중국 서쪽 귀주성(마오타이주를 만드는 쭌위) 출신의 지방어를 들었을 때 만큼의 기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유명한 간사이 말투! 우리로 치면 경상도 말쯤 될까요? 서울말에 익숙했던 외국인이 갑자기 부산말을 들었을 때의 기분이 이렇지 않았을까 합니다. 와.. 이게 바로 간사이 말투구나! 간사이 말투는 일본에서도 여러 예능의 단골 소재가 될 만큼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하니까요. 그렇게나 궁금했던 간사이 언어를 처음 실감한 순간이었습니다.


하지메마시떼, 미호상~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실(안 오시면 저는 국제 미아가 될 판..) @miho.. 즉, 미호상(미호님)과의 접선(?) 장소는 숙소인 웨스턴 호텔이 아닌 역에서 더 가까운 힐튼 호텔 로비였습니다. 사실 제 사진을 미리 보내드린 적도 없고, 미호님의 얼굴도 ‘스노우’인가 하는 앱으로 편집된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지만 사람 찾은거야 뭐 어려운 일이겠습니까? 미호님은 @sakurahana (벗꽃)라는 절친분과 함께 나오셨습니다. 벚꽃님도 일본 스팀잇 활동에서 자주 뵐 수 있었던 분이지요. 나중에 알고보니 두 분은 어릴적 친구가 아닌 영어 수업을 같이 들으며 친해진 분들이라고 합니다. 3년 정도 우정을 쌓았다고 하더군요. 두 분은 ‘스노우’ 앱으로 편집된 모습보다는 훨씬 미인인 분들이였습니다. 일본 커리어 워먼 특유의 스타일리쉬한 패션도 엿볼 수 있었지요. 그러나..

“우린 오사카 여자랍니다!”

쾌활하고 당찬 간사이 피를 물려 받은 여성분들! 음식도 잘 드시고.. 말도 빠르고.. 성격 쾌활하고.. 무엇보다 걸음걸이의 속도가 후덜덜… 여하튼 엄청난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는 분들인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오사카 밋업에 참여하면서 오사카 지방에 대한 특별한 지식이나 계획 사항이 없었던 데도 불구하고 여느 방문객들 보다 더 인상 깊은 관광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해주신 점이 고마웠습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뒤에 하도록 하지요.


처음 경험한 국제 밋업, 의사 소통은 어떻게?

아마 가장 궁금해 하실 부분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바로 의사 소통의 문제이지요. 저는 현지 언어이 일본어를 할 줄 모르니까요? 그런 점에서 @ramengirl 님이나 @steemitjp 님 같은 분이 참으로 부럽습니다. 흠.. 일단 저로서는 ‘고쳐쓰는 영어’의 기획자 겸 강연자로서 영어 하나 믿고 참석하는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천만 다행인 것이.. 오사카 매니저인 미호님의 직업이 어학(영어)과 큰 관련이 있다 보니, 참석자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미 미호님과 영어란 언어로서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었지요. 벚꽃님(@sakurahana)님도 그렇고, 이미 어학원에서 알게된 분들이 함께 스팀잇 활동에 참여해주신 덕을 크게 보았습니다. 저를 포함에 1차 모임 때 7명, 나중에 두 분이 더 참석해서 2차 때는 9명이 되었는데.. 한 분 정도만 영어를 잘 쓰지 않으셨을 뿐 나머지 분들은 모두 영어로 대화하는 것을 즐기거나 시도해 보려 노력해 주셨습니다. @norikei 님같은 분은 손녀가 있으실 만큼 꽤 연세가 있으신 분이었는데, 꾸준히 배워왔던 영어를 써볼 수 있는 기회다 싶었나 봅니다. 제 옆 자리에 앉아 계속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싶어하시더군요.

영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해외에 여행을 가게 되면 그리 말을 많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 저것 궁금한 것만 좀 물어보거나.. 이런 저런 항의할 것이 있지 않고서야.. 같이 간 일행 빼고는 타인과 그리 많은 얘기를 나눌 이유가 없지요.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러다 보니 이 분들 중에서도 외국에 여행을 자주 가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영어가 잘 통하는지, 계속 영어로 얘기를 나눠볼 수 있는지… 상대방의 반응은 어떨지 등이 무척 궁금해 하셨던 것 같습니다. 영어 수업을 해주는 선생님이 있긴 하지만, 아시다시피 이런 선생님들은 제자들의 어눌한 영어도 그냥 통밥으로 다 이해하고 넘겨버리니 실제 외국 사람과의 대화가 어떨지 궁금하고 떨리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그분들을 차지하고라도 일단 제 상황이 예상되실 것 같습니다. 한국 사람은 저 혼자 뿐이고, 아무리 한국에서 넘어온 참여자가 있다는 공지가 있긴 했지만 저를 중심으로 담소를 나눌수만도 없고 말이죠.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를 이겨내고 유익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가 큰 관건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분들이 보았을 때 저는..

영어 잘하고, 유쾌하고, 매너 있고, 이야기 거리를 잔뜩 안고, 낯설 법한 모임 자리에도 잘 적응하는

썩 괜찮은 한국 남자로 인식된 것 같습니다. 자화자찬이라 할수도 있겠습니다만.. 결국 같은 스티미언으로서 공감할 수 있고, 우정을 쌓기에 충분한 외국인 이웃이 되어줄 수 있었느냐의 관점에서 본다면 저는 최선을 다했고, 소기의 성과도 이룰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단 시간이 지날수록 제 일본어 실력이 늘더군요. 저도 한국 사람인데… 대개의 한국 분들처럼 저도 일본어 몇 마디, 단어 어느 정도는 들어온게 있지 않겠습니까? 처음엔 영어를 쓰다가 가끔씩 튀어나오는 중국어.. 특히나 중국어와 일본어가 애매하게 믹스되어 ‘아리가또~’ 대신 ‘씨씨에~’란 말이 저도 모르게 나올 정도로 죽도 밥도 아닌 상황이었는데요, 조금씩 시간이 지나면서 앞에 계신 분들의 일본어도 좀 들리고.. 이래 저래 소소하게 알고 있는 일본어 단어와 문법 상식을 총동원해서 말을 만들어 갔지요. 물론 대개는 영어로 얘기를 했습니다만,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고 맛깔나게 끌어가기 위해서 적절한 타이밍에 일본어를 쓰는건 하나의 재치가 되곤 했습니다. 덕분에 말과 언어에 대하여 상당히 센스있는 사람이란 인상을 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연신 함께 농담도 하고 웃어가면 얘기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마치 한국에서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온 사람과 영어로 대화할 때, 이 사람들이 영어 네이티브는 아닐지라도 나의 영어가 잘 통하나, 또 상대는 어떤 식으로 영어를 사용하나 궁금해 하는 것처럼.. 참석해주신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저를 통해 본인들의 영어 실력, 영어를 통해 나누는 대화법 등을 체크하고 싶어하는게 보이더군요. 그래서 한 분 한 분과 대화를 해가면 ‘~ 님께서 말씀하시는 영어 제가 다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영어 잘하시네요’라고 자신감도 심어드리고, 좀 어눌하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으면 재치있게 받아서 좀 더 깔끔하게 가다듬어 드리고.. 이렇게 실전으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신감과 실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경험을 좀 안겨드렸습니다. 미호님이나 벚꽃님 같은 분들은 영어 대화에 임하는 수준이 이미 상당하시더군요. 정말 별 어려움 없이 서로 나누고픈 얘기를 다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역시나..

‘연어의 고쳐쓰는 영어’는 꽤 쓸만 하구나..

하는 자부심을 오사카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의외의 소득이었네요. ^^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까?

우선 서먹할 수 있는 분위기를 깨야겠지요. 당연지사 여성 앞에서 펼치는 한국 남자 특유의 썰(?)이 큰 위력을 발휘했습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진중한, 격이 없으면서도 매너있는.. 그 균형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나누는게 정말 중요한게 첫 순간이죠. 이건 비단 연어란 개인에 대해서 뿐만이 아니라 한국 스팀이언, 더 나아가 한국 사람에 대한 인상을 좌우할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뭐, 대화의 주제는 넘쳐 납니다. 오사카에 대한 이야기, 한국에 대한 이야기.. 최근 스팀잇 활동에 대한 이야기.. 서로 궁금해 하는 것들도 주제가 될 수 있구요.

한 가지 쇼킹한 것은.. 전에도 글에 남긴 적 있었지만.. 왜 중국이나 대만 사람들이 저만 보면 일본 사람 같다고 이야기 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두 여성분이 저를 보자마자 대뜸..

“엇, 얼굴이 일본 사람처럼 보이세요”

라고 충격적인 발언을… ㅠㅠ 이건 뭐, 일본 분들이 그렇게까지 말씀해 주시니.. 저는 영락없이 적어도 아시아에선 일본 사람처럼 보이는 얼굴임이 확인된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논의(?)끝에 우리가 내린 결론은.. 일본 전국을 통일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오사카가 터전이라고 하더군요)가 조선을 침공했고… 그 무리중 일부가 조선에 남았는데.. 제가 그 후손일 수도 있겠다는 가설이었습니다. 족보를 보면 저도 나름 뼈대(?)있는 집안인데.. 뭐, 중국과 일본 사람들이 모두 인정하는 일본형 얼굴이라니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이참에 저도 DNA 검사를 한 번 신청해 보려 합니다. 과연 저의 조상들은 어느 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었는지 평소에도 궁금하던 차니까요.

본격적인 밋업에 참여하기 전에 미호님, 벚꽃님 우리 셋은 함께 우메다 시내를 오가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날이 무척 더워 커피도 마시고, 라면도 먹고, 아이스크림도 맛보고요.. 특히 한국의 다방 같은 곳이 있는데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쿨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고 저와 같은 외국인 눈에는 매우 인상적으로 보이는 장소더군요. 맛나 보이는 아이스 크림과 음료를 맛보며 스팀잇과 스팀 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보면 일본 이웃분들은 스팀잇을 투자 대상이라기 보다는 인스타그램처럼 자신의 일상을 기록해 두는 생활 일기형 SNS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짙은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스팀 코인을 하나의 투자 대상으로 보긴 하면서도 깊게 연구하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더군요. 그러다 보니 제가 생각하는, 그리고 많은 한국 이웃들이 바라보고 있는 스팀 시장과 암호 화폐 시장에 대한 이야기, 투자 전략, 거래 타이밍 등등에 대해 흥미 진진한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었습니다. 거래소 챠트라든가 자동으로 리포팅되는 자료들을 보여주면서 하나 하나 이야기를 펼쳐 보았지요.

스팀 가격은 언젠가 크게 오를수 있으니 더욱 활동도 즐기고 보상을 키워 나가는데 재미를 붙여보세요.. 나중에 이 메시지를 미호님이 밋업 자리에서 통역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진짜 오를 수 있을까 반신반의들 하길래 스팀 코인의 차트를 보여주며 과거의 궤적을 이야기 해주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스팀 가격이 폭등한 적이 있었다는 것도 모르시더군요. 그래도 미호씨는 작년 12월과 올 1월에 상당히 가파른 성장이 있었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계셨습니다. 그런 기억까지 더듬어 오사카 이웃분들께 잘 설명해 주셨겠지요.


검소한 그들의 밋업 문화

이거 참.. 제가 가장 궁금했던 것 중에 하나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니.. ㅎㅎ 바로 일본 사람들의 모임 문화 말입니다. 사실 우리도 여러 종류의 밋업을 하지요. 밋업을 하기 전에 미리 그 성격을 규정해 두곤 하니까요. 워낙 사람끼리 어울리는 것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니.. 번개 밋업도 많고.. 요즘엔 여러 테마를 정해 보다 다양한 만남거리를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이번 오사카 밋업도 그런 특성중에 하나였을텐데.. 확실히 제 눈엔 그들의 모임자리는 매우 검소하고 소박했습니다. 모이는 장소는 매우 신중하게 고르시더군요.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장소를 물색(?)하고 예약을 해둡니다. 그리고 모여서.. 주류나 음료수, 그리고 소소한 안주를 곁들입니다.

한국에서는 모임이다 싶으면 일단 술보다는 안주가 아니겠습니까? 맛있는 안주를 풍성하게.. 회비란게 있긴 하지만.. 회비를 조금 더 내더라도, 또는 누가 좀 쏜다 하더라도 안주는 풍성하게 깔고 보자는게 한국형 스팀잇 밋업이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제가 포스팅된 것들을 봤을 때는 그랬거든요.) 헌데 이쪽 모임에선 조금은 다른 기류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어차피 더치페이이기도 하고, 서로 모여서 부담없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선에서 주문하고 깔끔하게 먹어 버리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지 않겠나.. 그런 느낌? 사실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지 먹는게 중요하겠습니까? (그러나 저에겐 안주가 더 중요하다능..ㅋ) 어쨌든, 비록 양은 많아 보아지 않았지만 살펴보면 꽤 오밀조밀 구성된 안주들이다 보니 생각보다 다채로운 맛을 맛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나 방송에서 본적은 있는데 직접 먹어본 적은 없었던 우메보시 한 알이 놓여 있었거든요. 꽤 시큼하면서도 생기있는 알갱이가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분들은 이걸 살짝 살짝 베어 먹는가 본데.. 더는 그냥 한입이 원샷 원킬을… 화들짝 놀라시는 모습을 보니 앗차싶기도..

술은 많이 마시기 보다는 조금씩 다양한 종류를 맛보시려 하더군요. 나마비루라고 하던가요? 생맥주도 맛이 있어 좋았는데.. 여성분들과 남성분들 각각 선호하는 특유의 칵테일 스타일 주류들이 있어 저도 한 번 맛볼 수 있었습니다. 낮에 두 여성분과 막걸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아쉽게도 일본 특유의 막걸리 칵테일을 맛 볼 기회는 없었네요. 그 술집엔 막걸리가 없었거든요. 토요일이었음에도 일을 마치고 온 듯한 직장인들로 가득했던 술집은 즐거운 분위기로 꽉 차올랐습니다. 오사카란 지방이라 더욱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지만요. 한국 사람들과 기질이 매우 비슷하다고 하는 오사카 사람들 속에서 저도 에너지를 충전해 가고 있었습니다.

밋업에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물론 거창한 행사가 아니었기에 서로간의 안부, 관심사, 하는 일 등등 이야기로 시작이 되었고.. 제가 낮에 해주었던 스팀 투자에 대한 조언도 통역을 통해 잘 전다되었습니다. 저는 더 나아가 한국 이웃분들의 스팀잇에 대한 열정.. 때로는 옥신각신 다투기도 하지만 그렇게 뭔가를 계속 채워나가려 하는 기질이 우리를 멈추게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주었고, 스팀 이외에 다른 코인에 대한 질문이 좀 있어 몇 가지 대답을 해주기도 했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스팀잇이란 대상 코인 투자 차원에서 접근한게 아니라 꽤 신선한 SNS로 인식하고 참여했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스팀잇의 구조, 진행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스팀잇 안에 담아내는 서로의 이야기, 근황 등에 더 관심을 보이곤 하였습니다. 아마 모였던 멤버들의 특성일수도 있고, 가벼운 마음으로 친구 만나듯 모였던 자리라서 그럴 수도 있었구요.

역시나 계산은 더치페이였습니다. 일본인들에게 더치페이 문화가 깊숙히 깔려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더 궁금했던 것은 계산을 단순 N빵으로 하는지, 그 나름대로 더 세세하게 계산을 하는지 자못 궁금했기 때문이죠. 오사카 매니저인 미호님은 과객인(?) 제가 낼 비용을 알아서 처리하시려 했나본데.. 저도 흥미롭게 N빵 더치페이에 참여했습니다. 나중엔 동전까지 거슬러 받았네요.

자.. 안면도 익히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첫번째 술자리에서 끝나나 싶었더니.. 왠걸 2차가 기다리고 있더군요. 바랑 비슷한 분위기의 가까운 술집에 들어가긴 했는데 한국으로 치자면 커피숍에 들어간 기분이었습니다. 이분들 정말 술이나 안주를 주문하는데 담백하게 하시네요. 한국 같았으면 그 몇 배는 주문했을 것 같은데.. 저는 이번에 위스키 스트레이트와 얼음물을 요청했는데.. 정말 앙증맞고 ‘가와이’한 조그만 잔에 다소곤히 담겨 오더군요. 마치 까페에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한 기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이 라이브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와 오손도손 둘러앉은 사람들 속에서 정말 편하고 안락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때로는 1대 1로, 또 때로는 몇몇이 모여 이야기 꽃을 피워나갔습니다. 나중엔 미호님의 직장인 어학원에서 영어를 배우시는 분들이 더 오셔서 함께 자리를 채워주셨습니다. 그날은 갈수록 사람이 빠지는게 아니라 점점 더 사람이 많아지는 특이한 일정이었네요.

첫 자리에서는 제가 자꾸 영어로 얘기하고 대화를 나눠주는걸 즐기시다가, 제가 적응을 좀 잘했는지 이번엔 간사이 사투리를 가르쳐 주는 분위기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외국인이게 부산 사투리를! 그런 기분 아시겠지요? 마침 저도 간사이 지방 언어에 흥미가 있었던 지라 열심히 따라 부르며 익혔습니다. 아마도 제가 배웠던 표현들이 우리 식으로 치자면..

“쥑이네~” “뭐라카노~” “욕 보레이~”

이런 느낌을 주는 표현들이 아니었을까합니다. 이웃 나라 사람이 옆에 앉아 이런 소리를 내뱉는게 얼마나 친근하게 느껴졌을까요? 좀 짓궂은 장난도 있긴 했지만 정말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이분들이 @ramengirl 님 얘기도 많이 해주셨는데, 워낙에 지식도 많고 일본어가 유창해서 라멘걸님과는 온전한(?) 대화를 나누셨겠지만.. 저는 뭐 거의 무법자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 다소 투박하게, 그러나 참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앗싸리 일본어를 모르고 간게 더 좋은 효과가 있었네요. 이러다 저는 일본 표준어보다 간사이벤(간사이 사투리)를 먼저 배우게 생겼더군요.


결국 똑같은 사람들, 스팀잇으로 만난 이웃들..

한 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본어를 배우지 않았던 영향도 있었겠지만, 적지 않은 시간 살아오면서도 여러 일본 사람들과 이렇게 함께 어울려 본적이 없었던 제가, 어느날 훌쩍 아무런 준비 없이 바다를 건너와 웃고 술잔을 기울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니요? 처음에 제 옆자리에 앉아계셨던 나이 지긋하신 여성분은 다음번에 오사카에 여행을 오거든 꼭 자기네 집에서 묵고 가라고 여신 당부를 하셨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이나라 저나라 여행다닐 여유가 생기고, 그래서 영어 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미호님을 만나 스팀잇도 알게 되고, 자주는 못했지만 가끔씩 일상의 근황도 포스팅하고.. 그러다 처음으로 다른 나라 이웃과 함께 영어로 얘기를 나누는 이 시간이 너무나 즐겁다는 얘기를 해주셨습니다. 따님이 요새 감기로 좀 아파서 손녀딸을 돌봐주느라 짬이 없으셨을텐데 오사카 밋업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후다닥 나오셨다더군요.

유도를 하고 있는 건장한 청년 이웃분, 방송국 일을 하면서 카누란 취미 활동으로 전국을 누비는 이웃분, 1년에 한 번씩 꼭 하와이를 가보는데 올해는 못 가봤다면서 저의 하와이 여행에 대리만족을 느끼시던 이웃분, 영어를 써먹어 보고 싶었기에 함께 ‘영어 도모다찌’가 되어줘 고마워하는 이웃분.. 주말이라 명품 가방을 파는 매장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다가 모임에 참석해 주신 이웃분까지.. 모두들 하나하나 다를바 없는 사람들이었고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둑해진 밤이 될때까지 꽃피웠던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일본분들 답게 서로 깍듯한 인사를 나누며 헤어진 시간.. 저도 아쉬움을 달래며 빠이빠이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다음에 또 한 번 모이자며 의기투합도 했고요.. 저도 바로 다음번에는 몰라도, 그 다음 다음 다음 번 쯤에는 여러분과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거란 각오를 얘기했지요. 가깝고도 먼 나라 한국에서 건너 온, 양손에 온갖 종류의 김을 선물로 들고온, 일본어도 잘 못하면서 이 얘기 저 얘기 잘 끼어들어 담소를 나눈, 일본인 눈에 일본인처럼 보인다는 얼굴을 한.. 이상한 생선 그림을 포스팅에 올려두는 한국 남자를 위해 많은 배려를 해주신 일본 이웃분들께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제 포스팅이 모두 한글로 되어 있고, 어렵게 번역기를 써도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셔서.. 어느 분은 영어로라도 좀 적어주셨으면 했는데, 뭐.. 제 포스팅은 한글로 막 써내려가는 맛으로 하는거라.. 오늘도 그냥 생각 나는대로 적어보았습니다. 다음 번엔 밋업보다 개인적으로 경험하고 느꼈던 오사카 여정에 대해 한 번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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