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미투 운동에 대하여..

[단상] 미투 운동에 대하여..

연어입니다. 잠깐이나마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했을 때 세계 각지에서 많은 게스트들과 친구가 되곤 했습니다. (계속 하우스나 운영하면서 스팀잇에 글쓰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종종 들곤 합니다) 워낙 게스트들하고 어울리는 걸 좋아하다보니 속칭 ‘친구 먹자’ 이런거였죠. 홍콩이나 중국 대륙에서 온 게스트들과는 특히 친하게 지냈는데 그 중 꽤 친했던 한 중국 여학생이 재작년 겨울에 친한 친구를 데리고 다시금 한국에 놀러왔었습니다. 저는 당시 이미 게스트하우스를 접었던 때였는데 주말이라도 짬을 내어 가이드를 해달라는 약속도 지킬 겸 같이 만나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데려온 또 다른 친구는 평소 가장 친하다는 5명의 친구 중 한 명이었고.. 레즈비언이었습니다. 하긴 6명의 멤버들 중에 2명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미리 들은바가 있어 그리 놀랍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저는 모든 사람에겐 각자의 취향과 선택이란 것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일행이 레즈비언이건 게이건 외계인이건 별로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 다만 동성애자와 직접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는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이 아닐까 생각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던 중… 딱히 그 친구의 성정체성이나 그런걸 얘기 나누려던건 아닌데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어 레즈비언 친구에게 직접 궁금한 바를 한 가지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마침 제 친구가 레즈비언 친구의 현재 여자친구와 과거의 여자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던 타이밍이기도 했고요.

“동성애자 비율이 많지는 않은 현실에서 어떻게 상대방이 레즈비언인지 알아챌 수가 있나요?”

“음… 그냥 육감으로 서로 알 수 있답니다. 신기하죠?”

그녀의 답변은 특정한 모임이나 같은 부류들이 많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이런 소수의 성향을 가진 상대를 직감으로 알아낼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현재의 애인과 과거의 애인 역시 그냥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있는 상황에서 서로의 존재를 알아채고 호감을 갖게 되며 시작되었다는 얘기도 해주었구요. 아.. 그렇구나..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녀의 대답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성을 좋아하는 타입이 ‘대다수’인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레즈비언으로서 소수의 상대를 찾아야 하는 그녀에 비해 제가 이성의 상대방을 찾는 것은 비교적 폭넓은 확률 분포 안에 있다고 봐야겠군요. 헌데 남자인 저에게 여자들이 여기저기 많이 있다고 해서 그 중 누군가와 쉽게 마음이 탁하고 맞게 되는 것인가요? 생각해 보면 연인의 관계는 그리 쉽게 성사되는 것은 아닌 것 같군요. 확률적으로 더 유리할 것 같은 제가.. 어쩌면 그녀보다 인연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어쨌거나.. 그녀의 대답을 듣고 들은 생각은.. 조금 어려울 순 있을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은 분명 찾고 노력하면 만날 수 있겠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나 성적 취향은 모두 마땅히 존중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이상한 성향 취급을 받을 수 있더라도 그 또한 대개의 사람들과는 조금 다를 뿐 하등의 문제가 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 어떤 성향이든 어느 정도까지 자신이 원하는 상대방 또한 만날 수 있다고 보고요. 설사 가학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피학적인 성향의 상대를 만나게 된다면 그 또한 잘 어울리는 인연이 될 수도 있지 않나요? 앞의 레즈비언 친구가 얘기해 준 것처럼.. 결국 만날 인연은 어떻게든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런 나름대로의 노력을 해야되겠고…

그런데 ‘미투 운동’의 고발 대상자가 되고 있는 분들은 대체 어떤 상대방을 찾고 있었던 걸까요? 바람을 피고 싶었다면 바람을 피워줄 상대방을 찾아 나서면 될 것이었고, 자신의 특정 욕구를 채워줄 상대가 필요했다면 그런 사람을 찾아 나서면 될 것이었습니다. 멀지 않은 이 세상 어디선가 당신의 상대방이 되어줄 사람이 있을테니까요. 그것이 세간의 평가로서 윤리적이든 윤리적이지 않든 어딘가엔 그런 상대방이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헌데 그분들은 그런 노력을 한 것이 아닙니다. 대신 가까운 곳.. 내 영역.. 나의 힘과 권위가 뻗칠 수 있는 곳 안에서 전혀 엉뚱한 상대를 사냥감 삼아 자신의 욕구를 풀어낼 방편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대체 이것이 폭력이 아니고 무엇인가요?

이들은 자신이 갖춘 힘과 권위를 그저 남자로서의 매력으로 착각했던 걸까요? 아니면 무소불위의 힘으로 모든 것을 점령하고 입막음 할 수 있다고 자신했던 것일까요?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내 영역 안에서는 폭력을, 내 영역 밖에서는 꾸준한 명성과 이미지 관리를.. 이 양면적인 행동때문에 사람들은 이중성과 그 이면에 감춰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하는 욕구에 분노하고 경멸해마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영역에 내 자신, 내 가족, 내 선후배와 이웃들이 언제든 걸려들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두려움에 치를 떨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여기저기 마수가 뻗쳐있는 사회에 있다면 개인의 힘으론 버텨낼 수 없다는 것을 자 알기에 결국 사람들이 뭉치고 조금씩 마음을 모아가며 서로에게 용기를 붓돋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투 운동’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이죠. 저는 이 눈덩이가 이번엔 그리 쉽게 꺼리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작고 큰 용기를 내고 있는 분들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마음을 모아주고 응원해 주는 이 힘들이 조금씩 모여 큰 변환점을 이루어 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제 느즈막히 썼던 포스팅에 많은 분들께서 담담한 의견들을 댓글로 달아주셨습니다. 사실 욕도 좀 먹을 각오를 하고 쓴 글이었건만.. 예상보다 좋게 봐주셔서 오히려 송구할 따릅니다. 모름지기 남을 씹거나 냉소를 날리는 글쓰기가 좋은 것은 아닌데.. 우리 모두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시기에 서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쓴맛 나는 글을 한 번 써봤던 것입니다. 오늘은 맺음글로서 제가 생각했던 바를 조금 기분을 누그러뜨리며 써보았습니다. 이렇게 어제와 오늘 딱 두 편의 글로서 ‘미투 운동’에 대한 저의 생각을 마무리 할까 합니다.

여행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빨리 포스팅을 해야한다는 생각뿐입니다만.. 사진도 정리를 해야하고 이래저래 늑장만 부리게 됩니다. 이번주는 제 때 끼니를 챙기는 것이 힘들 정도로 바쁘고 어수선한 일정이 계속되다 보니 여행의 여유로움을 포스팅으로 담아내는데 좀처럼 손이 가질 않네요. 그래서 고민을 좀 해보았는데.. 조금 늦은 감이 있더라도 여행 보고서?)를 주말로 미루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어떻습니까? 괜찮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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