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해가 질 무렵 본격적인 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친구2였고, 저는 조수석에 앉아 도움을 주었습니다. 사실 도움을 주는 척 하면서 독일 여자들은 얼마나 이쁜가 창밖을 쳐다보기 바빴습니다. 음.. 독일 여자 예쁩니다. 한국 여자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지는 독일 여자의 매력이 어디 있는지는 아우토반 이야기 시리즈가 끝날 즈음 번외편으로 적어보겠습니다.
피곤함이 적은 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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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을 빠져나온 후 바로 외곽도로에 진입하여 숙소가 있는 마인강 주변까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먼저 주목한 점은 도로와 주변 환경이 얼마큼 정비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었는데, 어느 도로를 달리든 시인성이 좋고 꼭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여 운전의 피로감이 매우 적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에 보이다 시피 광고판 같은 것들이 거의 없고요, 안내표지판도 꼭 필요한 지점에 필요한 만큼의 정보만 글이나 기호로 표시되어 있더군요. 게다가 독일은 마치 도로와 건물이 들어서 있는 구역을 철저히 구별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시내를 벗어나면 도로 주변에 지어놓은 건물들은 당췌 볼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고속도로만 하더라도 도로 주변에 공장, 모텔, 심지어 아파트 단지까지 온갖 건물들을 떼로 보기 마련인데 말이죠.
게다가 우리 나라에서 여기 저기 볼 수 있는 규정속도 위반 카메라,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보안용 카메라 등등도 (교묘하게 숨겨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이지 않고, 속도 무제한 구역을 벗어나면 나타나는 규정속도(제 생각에는 규정속도라기 보다는 추천속도의 개념이 강한 것 같았습니다) 표지판 정도만 빼놓고는 시야에 들어오는 운전 간섭이 거의 없어 정말 정말 운전이 편안하다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실제로 운전을 해 보아도 이에 따른 피로감은 거의 없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과속을 하든 어쩌든 네비게이션에서 규정 속도를 지키라고 땡땡거리는 잡소리(?)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독일에서도 규정속도 위반이라는게 있긴 하겠지만, 제 경험상 독일 운전자들은 도로표지판에 적혀 있는 제한 속도보다는 전체적인 도로상 흐름을 더 중요시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한 속도가 ‘80km/h’로 적혀있어도 그 이상 달려도 전혀 문제가 없는 흐름에 있으면 모두가 그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대개 제한 속도를 넘기며 달리고 있으면 어쨌든 ‘잠깐 속도 위반하고 있는 것 인정한다’란 기분이 드는데 말이죠.
아, 가능하면 앞으로 D-tube를 통해 틈틈이 찍어둔 주행영상을 같이 올려보려 합니다. 위 사진도 영상에서 캡쳐한 장면이거든요. 어떤 영상을 올리던 여러분이 보실 수 있는 장면은
(1) 절대 우측으로 추월하지 않는다 (2) 안전 거리를 칼같이 지킨다
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입니다. 제 운전 습관은 철저히 독일식이었을까요? 사실 저는 운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거리 유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설령 과속을 한다고 해도 안전거리만 잘 지켜진다면 위험도는 매우 낮아진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에서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거리를 두게 되면 누군가 꼭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옵니다. 그것도 칼치기로 말이죠. 제가 독일의 운전자들을 사랑하게 된 계기는 바로 철두철미한 안전거리 유지! 저는 평소 운전할 때 앞보다는 뒤를 더 자주 보는 편인데, 한국에서는 뒤에서 달려드는 차량들 때문에 끔찍할 정도입니다. 특히 신호 대기를 하고 있으면 뒤에서 달려드는 차가 정말 정차를 할 것인지 내 차 뒤를 박을 태세인지 구별이 안 될 때도 많지요. 그렇지 않나요? 하하하. 헌데 독일 도로에서는 뒤에 오고 있는 차량들 모두 저와의 안전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주니 그렇게 마음이 안정되고 편할수가 없더라 그 말씀이죠.
참고로, 일주일 가까운 기간동안 도로에서 칼치기 하는 차량을 단 한대도 볼 수가 없었으니, 혹시 여러분께서 칼치기 하는 차량을 독일에서 보게 된다면 독일로 갓 넘어온 한국 운전자가 아닐까 추정해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친구2의 소심한 성격을 거듭 확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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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사람의 성격을 의외의 상황에서 발견할 수 있게 마련인데요. 당구를 친다거나, 바둑을 둔다거나, 술을 마신다거나 말이죠.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도로 위를 달리다 보니 각각의 운전 습관이나 성격이 더욱 도드라지게 발현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운전할 때 나타나는 친구2의 성격이 ‘조심스럽다’라고 생각했는데.. 음.. 아무래도 ‘소심하다’ 쪽에 가까운 것 같았습니다. 지나친 ‘과감’ 못지않게 ‘소심’ 또한 운전 상황에서는 위험를 초래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운전 또한 결국 현재 인지할 수 있는 데이터와 상황을 총합하여 최선의 행동을 신속하게 결정하고 밀고 가야하는 행동의 연속이 아닐까요? 충분히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는데 뭔가 결정한 듯 하다가 순간 머뭇거리게 되는 찰나 내 자신을 위험 속으로 빠뜨릴 수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중요한 포인트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친구도 운전엔 베테랑이고, 나름 운전병 출신에 여러가지 운행 차량을 다뤄본 경험이 있으니 그런 위험 상황까지 빠지게 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머나먼 타국에 와서 친구의 일면을 알게된 것도 여행의 재미중 하나가 아니었나 합니다. 사실 친구2는 그리 오래 알게된 친구는 아니다보니 아직 서로 잘 모르는 부분이 있긴 하지요. 당구 칠때는 꽤 과감하던데.. 운전은 음.. ㅋㅋㅋ
한국에서의 160km와 독일에서의 16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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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아니, 알수는 있되 그 이유가 매우 복합적입니다. 앞에 보여드린 캡쳐 사진은 160km/h의 속도로 ‘가볍게’ 달리고 있을 때 찍은 사진인데, 보시다시피 2차선 주행속도가 그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100km/h 정도로 달리고 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지요. 저만 하더라도 여러가지 이유로 한국 고속도로에서 가급적 130을 넘지 않으려 하는데 이 곳 독일에서는 160km/h 정도의 속도가 그다지 빠르게 느껴지지도 않고, 심지어 위험하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캐기 위해 독일 아우토반에서의 운전 포인트를 하나 하나 캐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즉 하드웨어의 측면과 소프트웨어의 측면이 있었습니다. 하드웨어로는 도로 설비 포장 및 정비 기술, 자동차의 성능 등을 꼽을 수가 있겠고, 소프트웨어의 측면으로는 자동차 운행을 돕는 인도 방식과 전반적인 운전자들의 운전기술, 습관, 규칙 등을 말할 수 있겠지요. 자, 이제 아우토반 운전에서 속도 무제한 구역을 신나게 펌프질하며 달릴 수 있는 비밀에 접근할 차례입니다. 제가 이런 점을 파악한 후 얼마나 신나게 달릴 수 있었는지 상상이 가시나요?
다음 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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