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혹시 콘탱고(contango)라는 용어를 아시는지요? 대개 선물의 가격이 현물의 가격보다 높게 형성되고, 두 가격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같이 움직이는 것이 마치 함께(con-) 탱고(tango)를 추는 것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무슨 뜻인지 조금 쉽게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속칭 ‘나까마’라고 불리는 A 중개상이 있다고 합시다. 어느날 이 A 중개상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을 예측하고는 여기저기 자금을 풀어 메모리를 왕창 매입해 두었습니다. 향후 메모리 가격이 오를 때 물량을 풀면 큰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그 메모리들을 저장 창고에 보관해 둡니다.
반면 금융시장에서 일하는 B 딜러가 있습니다. 이 B 딜러도 향후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을 예측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딜러는 (실물이 오고 갈 필요가 없는) 선물 거래를 통해 롱(long) 포지션을 취합니다. 즉, 반도체 가격이 오를 것에 베팅을 해 두는 것이죠.
자,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두 사람의 바램대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왕창 올랐습니다. A와 B 둘 다 돈을 벌었죠. 우연이 두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둘 다 돈은 벌었지만.. A가 B에게 불만을 토로합니다.
A : 이거 좀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반도체 매집하느라 여기저기 비용 써가며 고생도 했고, 게다가 반도체 보관해 두느라 창고 임대비까지 나갔는데.. B 당신은 너무 쉽게 돈을 번게 아닌가요? 그냥 롱 포지션 좀 취했다고 당신과 내가 똑같이 돈을 번다면 저처럼 고생고생해서 이 짓거리 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B : 일리 있는 말씀입니다. 저는 시장을 믿는 사람입니다. 시장이란 것이 이런 불합리한 부분까지 감안해 시세를 형성하면 될테니 곧 적정점을 찾겠지요.
A : 어떻게 적정점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B : 저같은 선물거래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당신같은 현물에서 형성되는 가격보다 더 비싸지겠지요. 그러면 당신이 차비 들여서 물건을 사고, 임대료를 감당하며 창고에 저장하는 들인 비용, 그리고 굳이 물건을 사지 않고 보증금으로 싸게 선물 거래를 하고 남은 돈으로 이자를 챙길 수 있는 기회비용까지 모두 돈으로 합산된 선물 가격은 당신이 들인 비용과 얼추 같아질 것입니다. 그럼 현물을 하든 선물을 하든 최종적으론 큰 차이가 없어지겠지요. 이제 좀 합당하다는 생각이 드시나요?
A : 음.. 네, 그정도라면 저도 수긍할만 하군요.
네, 이것이 바로 기본적으로 선물의 가격이 현물의 가격보다 높은 이유입니다. 그리고 이런 가격의 균형이 바로 ‘콘탱고’지요. 이 콘탱고의 크기는 현물쪽에서 불리하다고 생각할만큼의 금액을 선물쪽에 더 얹어버림으로써 시장의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여러 이유에 의해 선물과 현물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죠. 비트코인 선물거래가 현실화 된 지금, 이론상으로는 BTC 선물이 BTC 현물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형성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자, 시장에 형성된 가격이란 것은 이렇듯 나름대로 분명 균형점을 찾아가기 위한 결과의 산물입니다. 물론 시시각각 변하고 안정적이기도 하고 불안정적이기도 하지만 말이죠. 어쨌든 이 원리를 수많은 코인에 붙어있는 김치 프리미엄, 즉, 코리안 프리미엄에 적용하면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요?
사실, 코리아 프리미엄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 제도적 통제에 따른 비효율적인 영향에 기인한 것입니다. 때문에 콘탱고냐 백워데이션이냐의 영역이 아니라 한국내 코인 가격과 한국 밖의 코인 가격들이 효율적으로 움직이느냐, 비효율적으로 움직이느냐의 영역인 것이지요. 하지만 이 비효율성이 오랜 기간 꺼지지 않고 지속되는 있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이제 이것은 하나의 콘탱고 현상으로 봐도 무리가 아닙니다. 홍콩이나 미국으로 건너가 코인을 사고, 이를 한국으로 보내 즉각 출금하면 차익이 남는.. 이런 나까마 장사로 차익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냥 한국에 남아 울며 겨자먹기로 프리미엄 붙은 비싼 돈 내며 코인을 산다.. 분명 단기적으로는 금전적 손해로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비싼 돈은 나름대로 비싼 값을 하는 법입니다. 이 코리아 프리미엄이 거래소의 횡포 정부의 제약이 아니라 우리의 열광적인 수요가 만들어낸 것에 기인한다면, 이 열광이 향후 어떤 식으로든 동력이 되어 한국 이용자들에게 큰 메리트를 선사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것이 어떤 식의 메리트가 될지는 저도 구체적으론 잘 모르겠지만 지폐로 셀 수 있는 돈의 형식이 아니더라도 보다 강력한 인프라, 보다 수준 높은 서비스, 한국 코인 시장에 대한 해외 이용자들의 경외와 위상 등등 무형의 가치가 될 수도 있는 것이겠죠.
위기는 기회이고, 불리함은 유리함을 얻기 위한 힌트가 됩니다. 코리아 프리미엄 때문에 비싼 돈 내고 코인을 사는게 억울하다면, 반대로 코리아 프리미엄 덕분에 비싼 돈 받고 코인을 파는 것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굳이 홍콩까지 현금 들고가서 비트코인 사재기 하지 않아도 이 코리아 프리미엄을 부가적인 나의 이득으로 환원시키는 방법은 많습니다. 조금만 아이디어를 짜내본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텐데 말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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