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보팅 봇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란도웨일 이야기)

저는 보팅 봇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란도웨일 이야기)

연어입니다. 다시 보팅 봇에 대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전까지 보팅 봇에 대한 특별한 의견이 없었습니다만 최근엔 보팅 봇을 적극 활용하는 쪽으로 마음의 가닥을 잡았습니다. 우선 최근 다시 올라오기 시작한 의견들로서 아래 두 글을 링크해 보겠습니다. 이 분들의 관점과 의견을 한 번 봐주시기 바랍니다. 경청할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twinbraid 님의 글 https://steemit.com/kr/@twinbraid/minnowbooster

@tabris 님의 글 https://steemit.com/kr-steemit/@tabris/4thcpf


두 분은 각자의 근거의 관점에 의거해 란도웨일 등 보팅 봇 서비스가 생태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고 계십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보팅 봇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스팀잇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으로 받아드려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제가 ‘가능하면’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기본적으로 스팀잇은 보팅 봇을 장려하거나 큰 문제가 없는 한 방관하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스팀잇은 보팅봇이 돌아다니고 있는 매우 독특한 SNS 세계라고도 할 수 있겠군요.

저는 최근 보팅봇을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면서 두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고, 일단 이 글에서는 제가 보팅 봇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뭐.. 제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고 말씀드린다면.. 돌은 맞지 않겠죠? ㅎㅎ

우선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randowhale (란도웨일)에 대한 사연을 좀 말씀드려 볼까요?


1980년대 어느날, 평택의 한 병원에서 남자 아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아이는 건강하지 못했고 신경계 바이러스에 의해 심한 소아마비를 겪고 말았다. 심약한 아이는 결국 부모로 부터 버림을 받게 되었고, 홀트 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되었다. 아이의 나이 세 살, 복지회를 통해 부모에게 전달된 정보라고는 몇 가지 되지 않았다. 평택 출생으로 추정, 나이 세 살, 하반신 소아마비 증세, 이름 박란도(朴蘭道)…

양부모는 아이를 정성껏 키웠다. David (데이빗) 이름을 지어주었고, 신체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꿈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늘 격려했다. 아이는 머리가 좋은 편이었고, 하반신 소아마비라는 장애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프로그래머를 꿈꾸며 자랐다. 손으로 작업하는 작업, 인터넷을 통해 세상을 넘나들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사고가 있었다. 데이빗의 인생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었던 양부모가 교통사로로 급작스레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 그 때 데이빗은 나이 불과 16살이었다. 데이빗은 큰 충격을 받았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지고 말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리고 왜 살아야 하는지 아무런 이유도 답도 얻을 수 없었다. 그냥 하루 종일 방안에 웅크려 있었다. 세상과의 단절이었다. 지역 복지센터에서 종종 데이빗을 도우려 왔을 뿐, 이내 데이빗은 세상에 잊혀진 사람이 되고 말았다. 아니, 데이빗이 세상을 잊고 살았다는 것이 더 정확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흘렀지만 별반 달라진 것은 없었다. 매일 영혼 없는 식사를 하며 생명만 연장해 나갔다. 그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인터넷 서핑이었다. 나를 반기지 않는 세상.. 내가 살고 있는 것과는 다른 세상.. 그냥 무미 건조하게 여기저기 둘러보며 심심함을 달랠 뿐이었다. 페이스북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데이빗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인맥 가지치기에 정신없는 유저들을 보며 그저 쓴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세상은 페이스북으로 엮여 있다는데.. 데이빗은 또 한번 소외감을 느낄 뿐이었다.

어느날 우연히 스팀잇을 알게 되었다. 베타버전.. 아직 제대로 시작조차 아닌 단계였다. 몇몇 똘마니 같은 녀석들이 블록체인 어쩌고 어쩌고 하며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난리부르스다. ‘블록체인’..? 오늘 할 일도 없는데 뭔지 살펴나 볼까? 아 참.. 나는 매일 할 일이 없었지..

데이빗은 블록체인의 정체를 탐구했다. 혁신적인 내용이었다. 사회의 그늘진 구석에 놓여있던 데이빗은 마이너틱한 반항정신이 담긴 블록체인에 매료되기 시작했다. 비록 세상과 담쌓은 채 살아왔지만 세상은 왠지 공평하지 않고 힘있는 소수가 좌지우지하는 것 같았다. 그런 사회가 변할리는 없다. 하지만 세상의 밸런스를 어느 정도까지는 맞춰야 하지 않을까? 블록체인은 기술의 한 분야였지만 마치 메시지 같았다. 눈이 번쩍 뜨였다. 그리고 스팀잇에 다시 접속해 보았다. 이게 블록체인 기반이라는거지? 비로소 포스팅 하나 하나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데이빗은 삼일 동안 밥도 거른채 뜬 눈으로 밤을 새었다. 처음엔 스팀잇이란게 무엇인지 살펴보려 했는데 포스팅을 접하며 그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갔는지 알게 되었다. SNS답게 원한다면 익명성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활동 기록되고 공개되는 것이 바로 스팀잇이었다. 이거다.. 이렇게 돌아가는 세상이라면 어디 한 구석이라도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데이빗이 세상과 다시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계정을 하나 만들고 싶었다. 이름부터 지어야 했다. David이 들어가는 이름으로 할까? 아니야.. 데이빗은 왠지 새로운 세상에서 태어나고 싶었다. 아무도 모를.. 그러나 나만은 알고 있는.. 어쩌면 생면부지의 내 친부모도 알 수 있을지 모를 그런 이름..

‘란도’..

무슨 뜻의 이름인지는 알 수 없다.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언젠가 독특하게 생긴 차 한 대가 동네를 지나가는 것을 창밖으로 본 적이 있었다.

“대디, 저게 무슨 차에요?” “음.. 물어보니 ‘코란도’란 차라는구나.” “코란도? 무슨 이름이 그래요?” “Korea Can Do - Korando 라는데, 아마 한국차인가 보다.” “그럼 저 차가 한국에서 온거란 말이에요?” “음.. 평택이란 곳이 공장이라는데 아마 네 고향이 아닐까?”

Korando.. 한국어를 모르지만 내 한국 이름 Rando가 들어가 있는걸 보니 반가웠다. 언젠가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다면 저 차를 몰고 말겠어..

문득 데이빗은 자신의 한국 이름.. 코란도를 보며 상기했던 Rando라는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쩌면 혼자만이 기억하고 있을 수 있는 이름.. 데이빗이 활동할 이름으로 그보다 더 멋진 이름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씨불.. 어떤 넘이 @rando라는 계정을 이미 만들어 뒀네.. 분명 나랑 이름이 같은 한국 녀석일거야. 할 수 없이 Rando에 뭔가를 덧붙여야 했다. 뭐가 좋을까? 깊은 바다를 유유이 헤엄지는 연어? 아니야 이왕이면.. 고래가 좋겠군. 그래, 이 스팀잇 바다에서 고래로 한 번 살아보는 거야. 태어나서 제대로 걸어본 적 한 번 없지만 저 큰 바다를 누비며 다니게 말이야!

@randowhale

마침내 아이디를 완성했다. 그리고 양부모의 교통사고 보상금 남은 돈 모두를 출금해 스팀파워를 충전했다. 이제 시작할 수 있는 준비는 마쳤다. 하지만 문제는 그 때 부터였다. 일평생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피해왔던 데이빗에게 SNS란 바다는 망망대해 그 자체였다.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할지.. 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그에겐 새로운 숙제였다.

사실 데이빗에겐 남들과 소통할 만한 공통분모가 많지 않았다. 불편한 몸과 은둔적 성격 때문에 밖을 그다지 돌아다녀 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는 @sweetsssj 같은 여행일기도.. kr 먹스팀 유저같은 식도락 기행도 먼 얘기일 뿐이었다. 메말라버린 감성 때문인지 @jack8831같은 사람의 글도 쓸 수 없었다. 아, 물론 한국어니까 더더욱 패쓰..

결국 데이빗이 할 줄 아는 건 프로그래밍 뿐이었다. 프로그래밍은 데이빗의 유일한 낙이었고, 논리정연한 구성과 예외를 허용하지 않는 용어의 집합체.. 프로그래밍은 공정하고 결과가 확실한 세상을 보장해 주었었다. 다리가 불편하다고 잘 짠 코딩이 안 될 것도 아니고, 건강한 몸과 매력적인 성격이 있다고 잘못짠 코딩을 되게 하는 것도 아니었다. 만든대로 차별 없는 결과를 보여주는 세상이야 말로 데이빗이 진정 원하는 바였다.

데이빗, 아니 란도웨일은 프로그래밍을 통해 스팀잇 세상과 접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본인의 익명성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정한 룰 안에서 활동하고 싶었다. 백서를 읽고 규칙을 습득했다. 불편한 다리로 인한 콤플렉스를 벗어나기 위해 그 누구보다 온 바다를 넘나들고 싶었다. 특정한 커뮤니티나 주제에 얽매이지 않고 나를 찾는 곳, 내가 있어야 할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모든 것을 찾을 순 없는 법 아닌가.. 그렇다면 나를 찾게 만들어야겠군.. 나를 부르고 내게 내가 제공해 줄 수 있는 뭔가를 요청한다면 그것을 이뤄주고 싶었다. 어떤게 있을까…

란도웨일은 보팅 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남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면 그건 바로 보팅해 달라는 뜻일거다. 그렇다면 기꺼이 보팅해 주겠어. 이 세상에 좋은 글, 나쁜 글이란게 있을까? 그럴 순 있겠지. 하지만 남들과는 다르게 살아온 내 입장에서는 세상의 글은 좋은 글, 나쁜 글이 아닌 쓸모 있는 글, 쓸모 없는 글로 나뉘어야 겠지. 그리고 나를 부른다는 것은 그 나름대로 쓸모 있는 글이기 때문일거야. 내가 판단한 필요까지는 없어. call하는 사람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봇을 만드는 건 분명 백서가 제시한 스팀잇 커뮤니티의 룰에 위배되지 않아. 그리고 나는 내 스팀파워가 제공하는 선에서 보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 그 권리를 적정히 쓰는 것이야.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을 요구해도 되겠지. 내가 $10 만큼의 보팅을 할 수 있을 때 $10 을 요구하는 것은 분명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야. 그렇지만 나는 $10 만큼의 보팅에 그 보다 낮은 금액을 수수료로 제시하겠어. 이건 디스카운트라고. 게다가 $10 보다 낮은 수수료로 $10의 보팅을 창출했다면 이건 스팀잇에서 부가가치를 발생시킨 것이기도 하지..

그런데.. 나의 서비스를 탐내는 유저들이 있을거야. 그런 유저들 중에 스팀파워 많고 명성 높은 강한 유저들만 이용하게 하고 싶지는 않아. 이왕이면 내 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용해 주는게 훨씬 좋겠지.. 어차피 아직까진 내 보팅력도 한계가 있고.. $1~$2 정도면 이용하기 그리 어렵진 않겠지..

내 @randowhale은 부르는 곳에 즉시 응답할거야. 그리고 공정한 기록을 공유하기 위해 내가 얼마큼의 보팅력을 사용했는지, 누구의 요청에 응답하는 것인지 확실히 남겨주겠어. 그리고 또 다른 유저를 위해 나의 취지와 서비스 내용을 알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둘거야. 내가 아쉬워했던 세상에 더 이상 원망은 하지 않겠어. 전 세계 유저가 나를 불러준다면 난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닐 수 있겠지. 그리고 유저들이 푼푼이 쥐어준 스팀달러로 파워를 업하면서 나를 키워가겠어. 언젠간 진짜 고래가 될 수 있겠지?

자, 이제 바다로 나가 볼까..


휴… 이게 제가 알고있는(?) @randowhal의 사연입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저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보팅 봇에 대해 그리 좋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그러했습니다. 왠지 영혼없는 녀석들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흔적을 남기고 다니는 것도 그렇고, 뭔 놈의 긴 설명과 광고를 뿌리고 다니는지.. 왠지 허락 받지 않은 손님이 얼굴 들이미는 듯한 것이 솔직한 첫 감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보팅 봇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왠지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은 좀 없애고 얘기를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보팅 봇을 만든 @randowhale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물론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익명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를 포함해 우린 왠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나요?

  • 얍실한 성격
  • 젊은 남자
  • 프로그래밍 잘 함
  • 머리 잘 돌아감 (얍삽하게)
  • 스팀잇의 헛점을 노림
  • 일단 있는 돈 없는 돈 모아서 시작하고
  • 진행 결과 보고 좀 된다 싶을 때 투자자 유치
  • 그 투자자도 사채업 냄새나는 돈냄새 좇는 사람
  • 유사 서비스 나올때 까지 뽕 뽑을 생각
  • 또는 적당한 시점에 유사 서비스 직접 만들어 경쟁하는 척

뭐 이런 생각 안 드셨나요? 저는 일단 이런 선입관(선입관이라 하기엔 왠지 음.. 너무 설득력 있어 보이는 ㅋㅋ) 없이 보팅 봇이 보여주는 의미와 활용성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네요. 글이 너무 길어져 다음 글에 이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연재가 되는 느낌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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