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급 논란거리가 시작된 것은 별개로 하고 최근 제 주변에 일어난 일과 관련하여 짧막하게 생각을 좀 정리해볼까합니다.
문득 군생활 때 ‘좋은 생각’이란 이름도 왠지 좋은 주간지에서 읽은 사연 한편이 생각납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여성의 사연이었는데, 그녀는고등학교 때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나이 어린 남동생을 챙기며 생활을 해 나가던 직장 초년생이었습니다. 회사에 나가면 막내로서 귀여움도 많이 받고, 함께 회식겸 맛있는 음식도 먹으러 다니고, 분위기 좋은 찻집에서 커피 한 잔씩 하며 담소도 나누고.. 이렇게 일과 일터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지만 정작 집에 돌아오면 배고프다고 보채는 동생을 돌봐야 하고 추위를 견디기 위해 연탄불을 갈아야 하는 자신의 모습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회사 생활 속에서 조금은 넉넉하고 밝은 모습과 집에 돌아오면 현실 속에서 하루 하루를 버텨 나가야 하는 또 다른 모습 속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었지요. 그녀가 질문합니다.
“어떤 모습을 제 자신으로 받아들여야 하나요?”
이 질문에 상담가가 어떤 대답을 해줄지 저도 너무 궁금하였습니다. 일상사에서 언제든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었지요. 상담가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물론 두 모습 모두 당신의 참 모습입니다. 그러니 모두 인정을 해보시면 어떨까요? 하지만 당신이 원하는 삶이 어느쪽에 있는 것인지만은 분명합니다. 두 상황을 모두 인정하되 당신이 원하는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 만큼은 잊지말고 그 길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도록 노력하시길 바랍니다. 그러면 어느 순간부터 당신의 모습은 하나로 귀결되어 있을겁니다.”
스팀잇에서 느끼는 희망과 현실 사이의 감정이 비단 그때의 저 아가씨와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지금 이 시각 마카오 친구 @yangyang이 부산의 모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울, 경주, 대구, 부산을 거친 여정이었고 오늘 부산 바다를 끝으로 귀국을 할 예정이지요. 주말에 짬을 내서 여행의 일부는 함께 해줄 수 있었지만 저도 직장에 매여있는지라 그 친구는 많은 시간을 혼자 여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회사에서 휴가 기간으로 인정하는 여름이 아닌 가을에 맞춰 오기위해 일부러 주말 당직을 서기도 하고 다른 급한 볼일이 생긴직원의 대타로 근무를 서기도 했었지요.
그런 스토리를 넌지시 알다보니 한국 여행을 온 친구에게 제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김밥집과 족발집을 고르는데 실패하기도 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들어갔다가 뭔가 섹슈얼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곤란해 하기도 하더니, 어제부터는 회사 사장님이 좋아하는 한국산 와사비 아몬드 과자를 구해느라 여기저기 보이는 편의점마다 들어가서 한봉지씩 모으고 있더군요. 이 모든 것들이 다 친구에게 재미난 추억이 되길 바랍니다.
사실 친구의 가을 여행을 위해서 여름 전부터 준비해 준 것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활동은 중단한 상태이지만 친구 또한 재미있게 스팀잇 활동을 해왔었고 그렇게 쌓아둔 스팀과 스팀달러를 일부 다른 투자처에 묻어두기도 했든데, 또 일부는 (저의 반 강요에 의해) 현금화 한 후 한국 계좌에 적립해 두었지요. 사실 환전한 금액을 좀 속여 얘기한 후 돈을 더 보태어 꽤 두둑히 넣어둔 후 현금 카드를 마카오로 보내두었습니다. 친구는 한국에 와서 그 카드로 버스나 택시 결제도 하고 쇼핑도 만끽하고 있었지요. 현금보다 안전하고 편하기도 하니까 매우 좋아하더군요.
어쨌든 그 돈이 친구가 그간 열심히 포스팅도 하고 투자도 한 결과의 일부라는 것을 한 번쯤은 어필하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한국여행과 스팀잇 활동이 연계되어 있다고 느끼면 다시금 힘을 얻어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하네요. 물론 그렇지 않더라도 그건 친구의 선택이고 우리의 우정은 변함없을 겁니다. 그나저나 그 와사비맛 아몬드가 어떤 맛인지 정말 궁금하네요. 오늘 한번 먹어보도록 해야겠습니다.
댄인지 네드인지 누가 스팀잇 미래에 더 큰 방향키를 쥐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보다 더 긴 호흡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생각하기 전에는 이 친구들이 대체 일은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가고 있는 방향이 계획대로 잘 풀려가고 있는건지 도통 헷갈리만 하지요. 투자 측면에서 암호화폐의 장점이자 단점 중의 하나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무지막지하게 빠른 성장 사이클을 보여줬다는 점입니다. 이런 과거에 눈이 익어버린 탓인지 스팀잇만 하더라도 아직 초기 시장, 베타 버전조차 떼지 못한 상황인데 달콤한 열매가 맺지 않고 있다고 지레 답답해하고 지쳐버리고 있는건 아닐까요? 조금만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 어떨까 합니다.
뭐, 아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얼마전 그간 투자했던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이 담긴 계좌를 그냥 중국에 헌납하고 말았습니다. 말이 좋아 헌납이지.. 사실 갈취나 마찬가지지요. 물론 형식적으로는 제 계정이 살아있습니다. 운이 좋으면 언젠가 그 계정을 돌려받을지도 모르겠지만.. 계정이 중국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기 시작하면서 잃은 액면 금액과 그 기회비용까지 감안한다면 나름 상당한 금액을 훌렁 남긴 셈이지요.
그렇지만 제가 코인 투자를 시작했던 손실 최대치가 -100%였으니 솔직히 말해서 웃어 넘기고 말 뿐입니다. 재미삼아 다른 분들께 아쉬움을 표출할 뿐이지요. 그나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만약 계정을 살릴 수 있었다면 그 또한 스팀잇 쪽에 담궜을텐데.. 뭐 그런 생각 정도? 어쨌거나 전 그런쪽에는 많이 단련이 되어 있는 편인가 봅니다. 그보다는 스팀잇의 미래가 더 중요하니까요. 어느 쪽이든 핵심은 길게 호흡을 가져갈 것, 보다 크고 길게 생각할 것, 쉽게 지치지 말것.. 이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과 같은 소강상태에서는 지치기도 쉽고 자꾸 짧은 기간만을 염두에 두고 생각에 빠지기 쉽겠지요. 운전 강습을 받을 때 배웠던 얘기가 한 가지 생각납니다.
“잘 안 보일수록 몸을 앞으로 숙이지 말고 뒤로 젖혀 여유를 찾으세요. 그래야 조금 더 멀리, 넓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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