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낮에 잠깐 짬을 내어 KR 카테고리에 올라와 있는 Trending(대세글)들을 살펴보니 놀랍게도 특정 계정으로 부터 보팅받은 것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평소 뵐 수 있던 이웃분들도 있었는데, 보유 스팀파워로 볼 때 대세글로 올라가기 쉽지 않았던 분들인데도 불구하고 당당히 자리 한 켠씩들 차지하고 계시더군요. 아시다시피 자신의 계정에 든든한 파워가 유지되고 있지 않으면 대세글을 물론이고 인기글(Hot) 코너에 등재되기도 어려운 것이 스팀잇의 현실입니다. 저만 하더라도 Trending에 오르기 쉽지 않으니까요. 그나마 글을 등재하면 어지간히 Hot 코너까지 진입하긴 하는데, 이렇게 되기까지 저도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다시 대세글 등재로 옮겨볼까요? 실로 오랜만에 우리 KR 커뮤니티에 고래분이 입성해 주셨습니다. @gopaxkr 계정의 등단… 오늘은 개인적으로 이 사건이 무척이나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를 한 번 적어볼까 합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KR에는 큰 고래급 유저가 사실상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팀잇 초기에 증인이신 @clayop님의 영향력이 막강했긴 했지만 영어권 유저들 중에 워낙 파워가 강한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KR은 거의 찌그러져(?) 있다시피 했으니까요. 특히 지금과 같은 ‘선형 보상’이 아닌 ‘제곱 보상 ‘을 근간으로 했던 초기에는 고래급 분들의 영향력이 더욱 막강해서 모두들 그 분들에게만 목을 매야하는 처지였으니 특정 한 두 고래의 큐레이션 활동만으로 다수인 유저들을 챙긴다는 것도 현실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제 기억으론 @clayop님 같은 경우 (미국 시각으로) 거의 아침녘 부터 KR 챙기랴, 채팅을 통해 소통하랴 부단히 움직이셨던 같습니다. 그래도 그 때 그 시절(?)이 정겹고 좋았던 것 같네요. 가끔 그립기도 합니다.
왠지 아날로그틱한 그 때의 분위기는 몹시나 그립기도 합니다만, 그 당시 보상 체계는 고래가 아닌 처지에선 매우 가혹할 정도여서.. 이건 뭐 몇 천 만원에서 억대의 자금을 쏟고도 보팅으로 찍히는 금액은 정말 보잘 것 없기 짝이 없었습니다. 여러 의견들이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전 어쨌거나 지금의 ‘선형 보상’이 당시의 ‘제곱 보상’ 보다 월등히 낫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왜냐하면 선형 보상으로 말미암아 기존의 파워 고래와 피래미 사이에 드디어 중산층 다운 중산층들이 발을 디딜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19번째 하드포크였던가, 20번째 하드포크였던가 이제 가물거리지만.. 그 때의 혁명에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사람들이 바로 저와 같은 ‘돌고래’ 급들이었습니다. 실제 저 정도 되는 유저들의 혜택은 다름아닌 고래분들의 이익을 포기하는데서 왔다는게 정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개인적으로 새로운 부담이 생겼던 것도 사실입니다. 정말 믿으실런지 모르겠지만, 당시 저의 보팅으로 발생되는 금액은 지금의 약 1/100 정도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그간 발생된 수익을 지속적으로 파워업 하기도 했고, 틈틈이 스파를 더 사들이기도 했지만 어찌하였든 스파 총량이 늘어난 것에 비해 발생시킬 수 있는 보팅파워는 실로 엄청나게 늘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니 새로운 책임감이 생겼던 겁니다. 그 책임감이 바로 새로운 부담이었지요.
그 때 부터 돌고래들의 활동도 매우 중요해졌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KR 커뮤니티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된 계기 중 하나로서 이러한 이유를 꼽곤 했는데, 일단 하드포크 혁명으로 돌고래 급들이 활동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고, 때마침 파워가 높은 분들의 무상임대, 저렴한 유상임대, 여러 이벤트 등을 통해 돌고래 급들과 연계가 큰 유저들 까지 든든한 체력을 쌓을 수 있게 되어 전체적으로 포스팅과 보팅 활동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활동 유저들의 생활 수준(?)이 높았으면 좋겠다 싶어 ‘중산층 양성’ 시리즈도 기획해 봤던 것이지요.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우리 주변에 제법 파워가 있는 분들이 탄탄하게 배치되어 있고, 그 분들 역시 왕성한 활동을 거듭하면 할수록 커뮤니티가 활성화 되면서 곧 전체의 이익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헌데… 어쩌다 보니 시간이 흘러가면서 제법 든든한 파워를 지니고 계셨던 분들이 조용히 커뮤니티의 뒷켠으로 빠져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상당히 크게 느끼고 있는데,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저의 보유 스파나 보팅 파워가 그닥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턴가 제 글에 저의 셀봇이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실을 체감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제 저 정도 되는 파워면 혼자 알아서 잘 개척도 해 나가고.. 되려 다른 분들께 넉넉한 큐레이팅도 하면서 재미있게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겠죠. 그리고 나름 그렇게 해 왔고요. 하지만 저에게도 넉넉한 인심을 안겨주시던 많은 분들이 하나 둘씩 주변에서 멀어지다 보니 마음 한켠에 쓸쓸함이 밀려오는 것은 어찌할 수 없던 것 같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우리가 언제나 러브콜 하고픈 탄탄한 보팅파워를 소지하신 분들도 하루하루 지탱하기 버겁다는 사실을 이해해 봐야 할 것입니다. 종종 파워가 높은 분들에게 가혹한 ‘노블레스 오블리제’를 요구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실상 그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닐 겁니다. 커뮤니티의 자산이 탄탄하고, 그 안에 중산층 급들이 드글드글하면 고래 분들도 굳이 눈총 받아가면서 셀봇을 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누가 뭐래도 스팀잇을 활기차게 돌리는 힘은 ‘자신의 이익을 위한 이타적인 보팅’들인데, 이 탄탄한 보팅들이 높은 파워를 유지하는 분들에게도 달려들면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이지요. 헌데, 저같은 돌고래 급들이 탄탄하게 바닥을 다지기도 전에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만 것입니다.
독자였던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 쪽은 형제가 많으셨습니다. 제 어머니보다 연배가 높으신 외삼촌, 이모들은 어머니와 비슷한 때에 시집 장가들을 가셔서 저에겐 제법 비슷한 나이대의 외사촌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어머니보다 어린 외삼촌들과 이모들은 저와 나이차가 꽤 나는 사촌들을 안겨주셨는데, 기실 조카벌 쯤 되는 나이차가 되기도 합니다. 헌데 문제는.. 많은 집안이 그렇겠지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형제 끼리도 그리 친근한 사이가 되지 못하였고, 제 또래급 외사촌들과도 그닥 마음이 맞지 않아 별로 왕래가 없다 보니 제대로 된 모임 같은 것도 사라지고 말았지요. 그런데 어린 사촌 동생들하고는 그래도 아직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어쩌다 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고 저 혼자 이 많은 동생들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입니다. 명절때 용돈을 챙겨주려고 해도 저 혼자 많은 아이들을 챙겨야 하니 정말 만만치 않게 돈이 들고요. 무엇보다 이 애들에게 좋은 일이던 안 좋은 일이던 친척들이 십시일반 하면 쉬 해결 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할텐데.. 그러지 못한다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한 번은 외사촌 동생에게 이런 얘기도 한 적이 있었네요.
“오빠가 너희들한테 참으로 미안하다. 사촌형들이랑 다 같이 모임도 하고 그러면 너희들 뭔가 하고픈게 있을 때 팍팍 밀어줄 수 있는데 말야. 그런 상황을 지켜내지 못한게 제일 미안하구나”
문득 오랜 스팀잇 지기이신 @oldstone 님께서 남긴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 분 나름대로 이런저런 오해거리에 마음이 답답해서 푸념처럼 하신 얘기겠지만.. 저는 이 말씀이 요즘들어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곤 합니다. 조금 제 방식대로 해석해서 옮겨보자면..
“어쩌다 보니 KR에 상처를 입고 등을 진 파워 유저들이 생겨나고 말았다. 이 사람들을 그저 KR에 등을 돌린채 자신 만의 세상에 갇혀 있도록 방치해야 하는 것인가?”
잠시 @oldstone님을 마음을 조금 읽어본다면.. 그 때 이분이 커뮤니티에 얘기하신 것엔 그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마음의 앙금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것도 중요한 것이지만, 일단 모두가 자신의 경제적 이익과 보다 나은 기회를 찾아 이곳 스팀잇에 들어온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탄탄한 파워를 지니고 있는 분들이 자꾸 커뮤니티에서 떠나가거나 그 파워를 온전히 커뮤니티 속으로 끌어내지 못하면 서로의 손실은 얼마나 클 것이며 더 발전적인 다음 기회마저 도모하지 못하니 그 얼마나 안타까운 일이겠습니까? 그래도 사람은 마음의 동물인지라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봐 주고, 게다가 근사한 보팅까지 남겨주고 가면 조금씩 조금씩 닫혔던 마음도 풀어질 수 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전 적어도 @oldstone 님의 당시 행동엔 진심이 있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이 분은 여전히 그런 활동을 계속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커뮤니티 안에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관계로 얽혀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사실 세상살이란게 다 그런것 아닌가요? ^^)
헌데 조금 입장을 바꿔서 얘기하자면.. 이런 @oldstone님 같은 분은 누가 먹여 살려야 합니까? 표현이 좀 이상하긴 합니다만.. 저를 포함해 우리 대부분은 자신보다 높은 파워를 지닌 누군가가 내가 올린 포스팅의 가치를 발굴하고 든든한 보상을 남겨주고 가길 원합니다. 그러나 만약 스팀잇이란게 나름대로 파워를 기준으로 한 피라밋 분포라고 본다면 정점에 있는 사람들은 누가 챙겨줄 것인가 하는 딜레마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KR은 탄탄한 고래가 거의 전무한 실정입니다. 안타깝지요. 그렇다면 KR에 숙제는 많군요. 진짜 고래들도 많이 키워야 하고, 돌고래급은 무진장 많아야 합니다.
저는 정말 저 정도 되는 급들의 유저들이 이 KR에 드글거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설령 제가 큐레이팅을 하지 못하더라도 누군가가 열심히 보팅을 해주며 다니겠지요. 그렇게 그렇게 스팀잇의 재미에 빠지는 날은 미친듯이 포스팅하고 보팅하고, 또 좀 쉬어가고 싶을 때는 맘 편히 쉬어가면서 보팅파워도 채워두고.. 아직 그러기에는 KR에 돌고래급도 많지 않은게 엄연한 현실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법인의 힘은 제법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gopaxkr 계정이지요. 친스팀 거래소인 고팍스의 스팀잇 마을 입성을 제대로 환영하고픈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큰 스파를 챙겨 온 것, 그리고 그 스파를 바탕으로 스팀잇 유저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 그 이유 만으로 우리 kr엔 든든한 지원군이자 이웃이 생긴 셈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도 있습니다. 고팍스는 자선 사업가가 아니란 것이죠. 물론 고팍스가 비싼 돈 들여 만든 계정을 수익내자고 고민하는건 아닐겁니다. (음.. 그럴지도 모르지만요.. ㅋㅋㅋ) 그보다는 고팍스라는 거래소 자체를 키우려는게 본심일 것이고, 그에 대한 부가적인 활동으로서 @gopaxkr 계정을 다각도로 잘 활용해 보려는 것이겠죠. 그 과정에서 분명 우리에게 많은 보팅을 선사하리라 봅니다.
나름대로 큐레이팅에 대한 기준도 잡아둔 것 같고.. 자못 활동이 기대가 됩니다. 고팍스의 큐레이팅 덕분에 그간 큰 빛을 보기 어려웠던 양질의 포스팅 작성자 분들, 그리고 꾸준히 좋은 테마로 활동을 지속해 온 많은 분들이 가장 큰 혜택을 입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 든든한 고팍스 계정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첫 디딤돌이 잘 자리를 잡으면 앞으로 제 2, 제 3의 고팍스 계정들이 입성하겠지요. 그러면 우리도 제법 든든한 고래 이웃들을 옆에 둔 스팀잇 마을 사람들이 되지 않겠습니까?
다소 어수선한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This page is synchronized from the post: 새로운 큐레이터 입성, gopax를 지켜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