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스팀잇을 떠날까 망설이시는 분들께..

[단상] 스팀잇을 떠날까 망설이시는 분들께..

연어입니다. 마음이란 참으로 강력한 힘을 갖고있나 봅니다. 마음이 한 번 멀어지면 좀처럼 회복하기는 어려운 법이니까요. 저는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블로그에 정성을 쏟았다는 이야기들은 많이 들어봤지만 스팀잇처럼 ‘애정’을 쏟았다는 표현을 들어본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대체 스팀잇이 무엇이길래 사랑하는 연인처럼 애증의 관계로 승화되어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 하지만 저 또한 스팀잇을 대하는 감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네요.

혹시나 갈등 중에 있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마음 속 갈등 중에 있으다면 아직 확신을 못 갖거나.. 결정을 못 내리거나.. 아님 미련이 많이 남아서일 겁니다. 어쩌면 아직 애정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감정 주머니를 잠시만 내려 놓고 차분한 마음으로 스팀잇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최근에 제가 겪은 일을 한 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스마트폰 네이버 앱에 종이 하나 그려져 있더군요. 알림 신호였습니다. 대체 뭔가 싶어 살펴보니 정확히 10년 전 남겼던 어느 까페 글에 누군가가 댓글을 달아둔 것이었습니다. 까페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꾸준히 운영이 되고 있는 것 같았는데, 그렇다면 10년 전에 쓴 제 글은 이미 한 참 지난 페이지 속에 묻혀있을 법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글을 읽고 제게 답글을 달아두신 것이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지요.

그리고 같은 날, 저의 스팀잇 계정은 누군가로 부터 이상한(?) 팁을 받게 되었습니다. 바로 @soosoo님이 포스팅 하시는 ‘어문학(languages) 강좌 강의실’에서 배분된 강의 보상이었지요. 작년에 스팀잇에 가입한 후 40여편에 걸쳐 연재하였던 ‘다시보는 영어’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어쨌거나 일종의 저작권료라고나 할까요? 금액은 크지 않았지만 그간 10여 차례에 걸쳐 꾸준이 입금이 되어 있었으니 이 또한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시다시피 스팀잇에 대한 여러 불만중에 늘 오르내리는 얘기가 바로 7일만에 닫혀버리는 보상입니다. 일주일 안에, 아니 사실상 하루 이틀 안에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영영 묻혀버리거나 보상을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것이 스팀잇이 고집하는 기본 포맷이다 보니 대부분의 포스팅은 어느 정도 짧은 순간의 소모품이 될 것을 감안한 상태에서 제작되기 마련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스팀잇의 보상은 ‘저작권료’처럼 상당히 긴 기간을 보장 받을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취급을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 수수님께서 어찌어찌하여 그런 구조를 만들어 낸것이 할 수 있죠. 이는 곧 한 멤버가 펼친 창작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찬찬히 살펴보시면 아시겠지만, 분명 스팀잇은 오늘과 한달 전이 다르고, 올해와 작년이 다릅니다. 서로의 아이디어와 포스팅이 더욱 얽혀있습니다. 유저들의 관계가 더욱 얽혀있습니다. 이해관계 또한 더욱 얽혀있습니다. 저는 올해 KR 커뮤니티에서 론칭하려는 여러 프로젝트에 투자를 해 두었기 때문에 스팀잇 내에서 수익과 관련한 저의 이해관계는 더욱 복잡해져 있는 상황입니다. 작년엔 그냥 글을 올리고 보팅에 대한 보상을 받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올해는 팁도 받고, 저작권료도 받고, 상금도 받고, 투자 수익도 (아마) 받을 것이고, 배당도 (아마) 받게 될 것입니다. 분명 언제부터인가 스팀잇 안의 생태계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는 것입니다. 네, 바로 이것이 @oldstone님께서 종종 언급하시는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요?

무언가가 ‘복잡’해지기 시작하게 되면 서서히 이전엔 예측할 수 없었던 특성들을 나타내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자체로 더욱 더 ‘예측할 수 없게’ 바뀌기 시작합니다. 제가 작년에 영어에 대한 강연을 올린 땐 그 결과기 비교적 예측이 되었습니다. 보팅이 오고, 팔로어가 생기고, 인지도가 생기고.. 하지만 그 다음 해인 올해에 제가 그로 인해 꾸준한 강의 보상을 받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 내년이 되면 최고 강의로 선정되어 상금을 받을지도 모르겠으나 그 또한 지금의 제 머리로는 예측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언급하고픈 ‘예측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 이런 예시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점점 더 정답을 찾기 애매한 ‘비선형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산수는 선형적인 계산식의 표본이었을겁니다. 선형(linear)이란 것이 대체 무엇일까요? 단어를 찬찬히 살펴보시면 그 안에 선(line)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선은 곧고 답을 내기 용이합니다. 상관관계가 비교적 명확하고 공식화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너무 어려운가요? 쉽게 말씀드리자면,

5 + 2 = 7

이런 깔끔한 관계가 곧바로 도출 되는 세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학창시절에 이런 답을 구하는 공부에 매진했던 것 같습니다. 언제나 정답이 있었지요. 그러니 학창 시절 공부 성적이 우수했던 학생은 적어도 ‘답이 있는 게임’에서 강자들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업을 마치고 세상에 뛰어들면 어디 그렇던가요? 온통 답이 없거나 찾기 어려운 것 투성입니다. 우리는 매일 그런 환경 속에서 관찰하고 고민하고 판단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판단과 결정을 밀고 나가던가 수정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입니다. 이는 스팀잇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스팀잇은 댄이라는 설계자에 의해 ‘설계’ 된 세상입니다. 이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우리가 겪는 논란의 한 편에서는 스팀잇이 설계된 근본 취지나 구조 안에서 정답을 찾으려 합니다. 보상이나 보팅에 대한 문제에서 늘 제시되는 의견이지요. 글쎄요.. 저는 이제 잘 모르겠습니다. 저 또한 스팀잇이 ‘설계’로 창조된 세상이기 때문에 그 설계 구조와 취지를 찬찬히 파악해 나간다면 좀 더 올바른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그런 생각을 어느 정도는 놓아 버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예로 들까요? 분명 설계된 세상입니다. 세 종족간의 온갖 유닛들도 어느 정도 조율과 세팅을 마친 채 탄생한 게임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스타크래프트는 ‘복잡성’을 극도로 활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된 세상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최고로 활개치며 에너지를 발산한 사람들이 바로 한국의 게이머들이었습니다. 이들은 스타크래프트의 세팅 자체에 주목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무한히 조합할 수 있는 경우의 수 중 각 상황별로 최적의 조합을 찾아나가는 창의력을 발산하는데 주력했던 것입니다. 마치 바둑을 두듯 말이죠. 바둑의 룰은 매우 간단합니다. 하지만 조합은 최고의 극치를 이룹니다. 바둑 자체의 세팅은 매우 간단하고 명료하지만 그 안의 세상은 변화무쌍하고 창의력을 맘껏 펼칠 수 있는 새로운 무대인 것입니다. 제가 보는 스팀잇은 이런 성격입니다.


여러분이 떠나신다해도 당분간 스팀잇은 그런 과정을 계속 밟아나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발전’이란 표현이 적당한지는 모르겠지만, 수많은 참여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의견 속에서 찌그락 째그락거리면 지금과는 또 다른 세상을 스스로 구현해 나가지 않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스팀 코인의 가격, 스팀잇 구조의 한계, KR 커뮤니티에서의 잡음.. 이런 것들을 총제적으로 감안하여 내리는 지금의 결정을 이후에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게 될런지는 정말 여러분도 모르고, 저도 모르고, 단언컨데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개 발전하는 커뮤니티나 SNS는 이런 과정을 겪으며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팀잇이 팍팍 성장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그런 모양새를 갖출 조건은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클 수 있으며, 운이 좀 받쳐준다면 금전적인 보상 측면에서도 재미를 볼 수 있을지 모릅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어느정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떠나려는 결정을 내리는 데는 기회비용이란 측면이 있겠지요. 스팀잇에 투자할 자금과 시간, 에너지, 그리고 감정적 소모를 차라리 다른 곳에 투여하겠다는 결정. 충분히 존중할만 합니다. 하지만 이보다는 감정적인 요소가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짜증나서.. 지쳐서.. 속상해서.. 기분 상해서.. 더럽고 치사해서.. 서두에 말씀드렸다시피 사람은 감정에 지배받는 존재니까요. 하지만 아직 버틸만 하시다면, 결정 내리기가 쉽지 않으시다면 조금 더 추이를 지켜보며 참여의 끈을 놓지 않으셨으면 하는게 연어의 바램입니다. 스팀잇은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여러분도 어떤 식으로든지 참여할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스팀파워의 부족을 탓하실 순 있겠지만, 그 또한 극복하는 것은 여러분의 아이디어에 따라 어느정도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스팀파워는 레버리지의 수단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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