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이곳 이태리까지 와서 눈발을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 하루 종일 강한 바람과 가슴을 파고드는 추위를 견뎌야 했던 피렌체에서의 하루였습니다. 한 달 전까지만해도 반팔 입는것이 가능할 정도로 온화한 날씨였다는데…급격히 쌀쌀해진 날씨는 근래에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고 합니다. 지중해 나라의 따사로운 햇살은 대체 어디로 사라진걸까요? ㅜㅜ
애초 피렌체에 대해 자세히 공부하지 못한채 온 여행입니다만, 오전부터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보고, 책과 인터넷, 그리고 현지 가이드의 이런저런 설명을 종합해 보니 제가 지금 발디딘 이곳이 어떤 역사와 문화의 숨결이 남아있는 곳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틈틈이 여러 역사 다큐멘터리를 봐둔 것도 큰 도움이 되었네요.
사실 피렌체란 도시는 관광지 풍경으로서만 바라보면 체코 프라하나 같은 이탈리아 내에서의 베네치아보다 매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탈리아란 나라의 매력 자체가 도시와 마을의 외형적인 요소보다는 사람들에게 풍기는 독특한 요소에 끌리는데 있지요. 이곳 피렌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르네상스의 발상지란 평가답게 피렌체 곳곳을 누비다 보면 많은 천재들의 작품과 역사적 인물들과 엮인 도시의 스토리에 마음을 빼앗기게 되네요.
지금껏 피렌체란 명성을 쌓아오는데 메디치 가문의 기여는 절대적이었나 봅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모 광고에 등장해 유명해진 바로 그 메디치 가문이지요. 미켈란젤로, 다빈치, 갈릴레이, 단테 등등 중세 시대를 거쳐 오늘날까지 명성을 떨치고 있는 수많은 천재들이 이곳 피렌체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데에는 메디치 가문의 어마어마한 지원과 관심, 그리고 독려가 있었지요. 귀족이 아닌 상인중심의 메디치 가문의 엄청난 보팅(?)과 리스팀(?)으로 중세 르네상스의 문을 열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작년 유럽 여행때 패션의 도시 밀라노와 물의 도시 베네치아 등을 여행했지만.. ‘이탈리아’로 통일된지 150년 남짓한 역사이기에 어디든 각기 다른 전통과 역사를 간직한 이탈리아 도시들의 매력은 하나씩 하나씩 각개 방식으로 접해나가지 않으면 그 매력적인 요소를 십분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인들의 매력은 알듯말듯 풍기는 패션 감각과 왠지 모르게 발산되는 자신감에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태리인들은 독특한 영어 발음때문에 처음엔 좀 어색하지만 이내 한명 한명 개성있고 멋이 풍기는 사람들이란 것을 알게됩니다. 이런 점은 라틴 사람을의 공통적인 요소가 아닐까 합니다만, 아시아의 이태리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한국 사람들의 기질에도 은근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닐까 합니다.
다만 너무 관광적 요소가 크게 차지하는 나라다 보니 우리가 만나고 접하게 되는 대부분이 그런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란 점이 조금은 아쉽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장인정신과 역사적 작품을 차근차근 만들며 쌓아온 선조들의 업적에 기대며 살고 있는 후손들에게 왠지 좀 더 진취적인 모습을 기대하고픈게 저의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고대 그리스에 대한 로마의 모방을 뛰어넘고 중세 속에서도 르네상스를 꽃피워낸 이탈리아 선조들에겐 진취적인 도전 정신으로 충만했었을테니까요. 그런 점에서 여기저기 볼 수 있는 ‘페라리’ 로고는 참으로 인상깊다 할 수 있었습니다. 기계공국 도이치를 따돌리고 있는 진취적인 이탈리아의 장인 정신의 현대판 작품이니까요. 아직 르네상스를 일구어 낸 유전자가 어렴풋이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피렌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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