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요즘엔 이더리움의 가격 급등락, EOS ico, STEEMIT hard fork19 등등 여러 이슈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몇 일 후에 중국 거래소에 묶여 있던 제 계정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최근 라이트코인(LTC)의 가격이 절정에 있을 무렵 캡쳐해 둔 사진입니다. 중국 위앤화(yuan) 로 가격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에 보시던 가격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이 사진을 기념삼아(?) 찍어둔 이유는 제가 마지막으로 보유하고 있는 라이트코인 물량을 214위앤에 전부 처분하자 마자 급등을 시작하더니 몇 일만에 저 가격을 찍는 것을 물끄러미 봐야했기 때문입니다. 팔자마자 비트스탬프에서 라이트코인 거래를 개시하겠다는 소식이 뜨더군요. 하하.
여하튼, 저에게는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문제를 떠나 제 계좌를 온전히 돌려 받느냐 마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 사정은 이러합니다. 재작년에 반년 정도 상해에 거주해야 할 일이 있었고, 당시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던 저는 (한국에서) 열심히 비트코인을 모아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마침 상해에 머물고 있던 기간에 중국 주식시장에 큰 폭의 급등락이 있었고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에 대한 뉴스도 심심치 않게 접하던 때였습니다.
한 번은 노점에서 양꼬치를 파는 아저씨가 아이패드로 주식챠트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매 주말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카드놀이를 하고, 길을 지나다 보면 삼삼오오 모여 도박판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주식, 선물, 암호화폐 등 트레이딩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달려들 수 있는 중국의 잠재력(?)을 엿보았습니다. 그런 호기심 때문에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어떤가 살펴보게 되었고, OKcoin과 후오비(火币网) 등 유명 거래소들에 계좌를 트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비트코인(BTC) 위주의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던 때라 라이트코인(LTC)이 대량 거래되고 있던 두 거래소는 제게 큰 흥미를 주더군요.
중국은 엄연한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 계좌를 개설한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그리 만만치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를 의심과 압박감 같은게 느껴지곤 하거든요. ‘너 나중에 도망갈거 아니지?’ 뭐 이런 느낌? ㅋㅋ 저는 먼저 연동시킬 은행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한국 거래소를 통해 모았던 비트코인의 일부를 가져왔지만, 연동되는 계좌를 만들면 직접 위앤화를 입금하여 코인들을 매매할 수 있었거든요.
몇 일간 OKcoin과 후오비 둘 다 사용해 본 결과, 저는 OKcoin쪽이 더 외국인 사용자로서 편한 점들이 있어서 OKcoin을 중심으로 거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투자(존버?)가 목적이었고, 일부는 트레이딩 목적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라이트코인은 중국인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한 특정 국가가 거래 상품을 좌지우지 한다는게 그리 좋아 보이는건 아니지만 당시 시가총액 2위를 달리던 라이트코인은 때로는 비트코인과 연동되면서, 때로는 중국내 이슈에 반응하면서 움직이곤 했습니다. 굳이 OKcoin에서 보이던 두 코인의 차이라면 LTC 쪽이 좀 더 화끈하다는 점이었지요. 비트코인이 선물의 움직임 같다면 라이트코인은 옵션처럼 움직였습니다. 파생 거래의 구조를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감마효과가 엄청난 상품이었습니다. (만기가 없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감마 효과는 아닙니다 ㅎ)
헌데 어느날, 점심을 먹고 나서 앱으로 보니 OKcoin의 챠트가 잔뜩 망가져 있더군요. 시세가 꺾였다는 의미가 아니라 거래소 기록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저는 라이트코인을 주력삼아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분명 후오비(火币网) 쪽에는 라이트코인 거래가 온전히 이루어지고 있어 정확한 가격과 거래량이 명시되고 있는데, OKcoin쪽은 실거래가 데이터로 반영이 안되고 있는건지, 거래가 안되고 있어 챠트가 망가지고 있는건지 여하튼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당시 직업상 가격이야말로 가장 정확해야 할 데이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서비스에 문제는 있었습니다. 다만 거래소의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외부로 나타나는 표시에 문제가 있는거라면 좀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이틀이 지나도 별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후오비(火币网) 쪽을 봐서는 라이트코인 시장 자체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OKcoin 자체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Okcoin의 자료(?)들이 복구 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거래가 먹통 상태이던 기간 동안의 챠트가 아주 이쁜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위에 현재 볼 수 있는 챠트를 한 번 올려 보았습니다. 챠트란 것은 실제 거래된 가격을 연장하여 직관적인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 망가진 챠트를 보여줬다면 그 또한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정상이죠. 그런데 그 흔적은 어디에 있나요? 이것은 분명 복구가 아닌 조작입니다.
이 문제는 저한테 매우 큰 문제였습니다. 단순히 OKcoin 거래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필 Okcoin을 선택하여 당한 경우였지만 후오비(火币网) 쪽이라고 해서 이런 문제가 안 생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럼 중국, 또는 중국 거래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윤리적 또는 판단 착오의 문제일까요? 그 또한 모르겠더군요. 한국 거래소라고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 또한 없습니다.
저는 @leesunmoo님께서 과거 마운트곡스(Mt Gox) 사건 때문에 비트코인을 훌러덩 날리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를 완벽히 보증하지만, 사람이 운영하는 거래소 같은 문제들은 많은 윤리적 기술적 문제에 맞딱드릴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그 리스크를 계산해 두었던 터였습니다. 어떻게? ‘최악의 경우 다 날린다’ 였죠. 제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거나, 해킹을 당하거나, 거래소가 사라지면 제 코인들은 어떻게 받아낼 수 있습니까? 이 점이 제가 생각하는 리스크를 ‘몽땅 날릴 수 있다’로 규정짓게 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개인지갑들이 넘쳐난다 해도 말입니다. 뭐, 다 날릴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어든 거래라 제 행동은 담담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OKcoin을 통해 거래를 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죠. ‘중국에 있을 때 이런거 해보지 언제 또 해보겠냐’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 한국으도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데, 이 번엔 두 번째 문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작은 문제였습니다. OKcoin에 가입할 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인증을 받는 절차가 있었는데, 당시 중국에서 사용하던 핸드폰을 통해 처리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오게되니 그 중국 핸드폰은 쓸모가 없었죠. 그래도 혹시 몰라 1년치 사용료를 선불로 내고 한국으로 가져왔습니다. 로밍서비스가 있긴 했지만 그냥 여차하면 중국으로 건너가 처리한다는 (지금 생각해보니 신중치 못했던) 생각 때문이었죠. 저는 한국과 중국 거래소 모두를 이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중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었더군요. 제가 만약에 일종의 international 계좌를 이용했다면 별 문제가 아니었을텐데, 전 local 즉, 중국 내에서 가입하는 사용자로 등록을 했고, 이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분명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local로 가입이 가능했는데, 이제 외국인이 사용하는 계정은 코인이나 자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묶어버렸던 겁니다. 아뿔싸.. 저는 OKcoin에 사정을 설명하고 제게 코인이든 현금이든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돌려 달라고 사정했습니다. 때로는 제가 직접 통화하기도 하고, 중국 친구들을 통해 하소연을 해보기도 했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같았습니다.
‘정부에서 지시 사항이 내려와 우리도 어쩔 수 없습니다.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얼마전에 들은 바로는 이 규제를 6월 30일에 풀어준다고 합니다만, 솔직히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인출은 막고 거래는 허용해 둔 상황이라 홀딩으로 끌고 가려던 라이트코인들은 중간 중간 처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라이트코인을 대량 모아가던 시점에서 10배 이상 오른 상황이지만 저는 오직 중국 거래소, 그리고 중국 거래 시장에서 철수한다는생각 뿐이었습니다. (사실 이전에 중국 파생시장에서 외국인 거래자로서 차별을 당한 어이없는 기억이 있어 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좀 있습니다) 결국 저의 최초 거래 계획은 접고 야금야금 물량을 털어가서 사실 라이트코인 급상승 동안 그닥 재미를 본건 없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쥐고 가던 마지막 물량은 6월 30일 이전에 털어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압수를 당할 확률이 현금 보다는 코인쪽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어차피 코인이든 현금이든 중국 정부로 부터 영원히 압수 당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이제 몇 일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라이트코인 거래를 위해 담궜다가 중국 정부에 붙잡혀 있던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없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저는 중국 사람들과 좋은 교류를 해 왔지만 유독 제가 좋아하는 트레이딩과 투자 세계에서는 중국으로 부터 두 번 물을 먹었습니다. 법위에 공산당이 있는 나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릴 수 있는 나라에서 금융투자는 생각보다 큰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리 크지 않은 비용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그냥 주저리 주저리 글을 끄적여 보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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