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의 단상 : 글쓰기에 대하여..(3) 좋은 글 한 편 예시

연어입니다. 우연히 뉴비이신 @happyworkingmom님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잔잔히 써내려간 글이 무척 마음에 들어 저작권자의 허락 하에 한 번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아 참, 글에 집중하기 위하여 귀여운 아기 사진은 빼보았습니다. ^^ 원문 : https://steemit.com/kr-newbie/@happyworkingmom/6gw8ag


오늘 시누이가 카톡으로 “언니~~ 지웅이가 이런 시절이 있었네요~~”라면서 첫째 어렸을 때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사진 속에 그 아이는 이미 제 기억 저편에 저장되어 버린 큰 아이의 지금보다 훨씬 어릴적 모습이었습니다. 지금보니 제 눈에는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그때는 그냥 지나쳤던 그 모습이 지나고나니 더 예쁜건 지금은 이미 과거라는 시간속에 묻혀 사진으로밖에는 다시 볼 수 없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지금 모습 그 자체로도 충분히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오늘 내일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이기에 앞으로 보여줄 모습도 기대되지만,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을 얼마지 않아 과거라는 이름의 기억속으로 보내야한다는 것에 서운한 감정이 드는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아침 첫째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데 출근을 위해 다시 차로 뒤돌아 가는 저에게 5살짜리 아이가 고사리같은 그 작은손을 입에 모으고 “엄마 조심해서 가세요”라며 소리쳐 주었습니다. 그냥 별거 아닌데도 5살 꼬마 녀석의 입에서 그런 예쁜 말이 나온거에 혼자 감동했더랬습니다.

지금은 아이들의 별거 아닌 행동에도 감동하고 그냥 웃는 모습만으로 예쁘기만 한 고슴도치 엄마, 저입니다. 제가 그런 아이를 보고 예쁘다고 어르고 뽀뽀하고 맘껏 사랑을 표현할라 치면 어른들은 말씀하십니다. 이쁜것도 잠시라고.. 곧 미운짓만 골라할 날이 온다고… 지금 아들이 해주는 볼뽀뽀에도 기분좋아지는데 10년쯤 지나면 볼 뽀뽀를 받을 일도 없어지겠죠. 그건 참 서운한 일일 것 같습니다.

오늘은 그냥 불연듯 커가는 아이들 모습이 웬지모르게 서운하게 느껴지는 그런날이었습니다.


어떻습니까? 이 글은 우리 이웃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 아이의 엄마가 쓴 글입니다. 읽다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은 작가가 딱 ‘아기 엄마’ 만큼의 경험과 감정을 드러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글을 쓸 때 자신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글을 잘 써야겠다는 부담감은 글 내용에 고스란히 묻어나게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오버’를 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자신을 포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수준으로 표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솔한 글쓰기의 기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을 쓰신 @happyworkingmom님께 100점 만 점(=풀보팅)을 드리고 싶군요.


오늘 시누이가 카톡으로 “언니~~ 지웅이가 이런 시절이 있었네요~~”라면서 첫째 어렸을 때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글의 서두를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거두절미하고 단칼에 베듯 시작한 첫 문장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분처럼 자잘한 내용들을 과감히 쳐내고 시작해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오히려 이 분이 전해주고픈 얘기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일 수 있겠죠. 물론, 이러한 방법이 능사는 절대 아닙니다. 필요에 따라서 이런저런 설명을 담담히 적어가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이제 제가 이 글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낀 부분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우리는 글을 읽을 때 ‘타인이 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실은 타인이 글을 화두로 자기 자신과의 대화가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요? 해피워킹맘님께서는 귀여운 자신의 아이를 사진으로 올렸지만, 우리는 그 아이를 대신하여 자신과 관련된 어떤 존재를 떠올릴 것입니다. 나의 아이, 나의 조카, 또는 기억에 남아 있는 어떤 아이.. 우리는 해피워킹맘님의 글을 통해 각자의 경험과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갑니다. 그게 바로 이 글이 보여주는 힘이죠.

결국 이 글이 주는 묘한 감동은 다음 두 가지 사항에서 오는게 아닐까 합니다. 머릿 속에 담아 둘만한 내용이지요. 1. 현재 자신이 알고 경험한 딱 그만큼의 수준에서 얘기해 보자. 당신의 진정성을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2. 독자는 각자의 비슷한 경험과 기억에 의존해 나의 글을 읽어내려갈 것이다. 과잉 서비스는 필요 없다.

한 편의 글은 그 자체로 읽고 감상하는 것이 최고입니다. 글을 쓸데 없이 분석하고 해체해 봐야 좋을 것이 없는거죠. 그래서 설명드리고 싶은 것들도 많지만, 저도 한발자욱 뒤로 물러서서 여러분과 함께 잔잔히 이 글을 한 번 더 감상해 보려합니다. 왠지 선선한 저녁 무렵 읽으면 더 어울릴 것 같은 좋은 글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글을 제공해주신 @happyworkingmom님께 감사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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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단상 : 글쓰기에 대하여..(2) 드리블 효과

연어입니다. 이번엔 글쓰기의 ‘드리블 효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드리블 효과’는 제가 한 번 지어본 표현인데요, 공을 몰고 다니듯 이야기를 전개해 가는 기술을 말합니다. 독자에게 시간가는 줄 모를 정도의 재미를 줄 수도 있지만, 독자를 현혹시켜 판단력을 흐리게 하거나 자칫 산만하고 가벼운 글로 전락할 우려도 있으니 그야말로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죠. 이것을 직접 설명하긴 좀 어려울 것 같고, 제가 예를 한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멀리서 찾을 필요 없이 제가 지난 번에 썼던 글을 한 번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https://steemit.com/kr/@jack8831/1 제 글이니 저작권 문제는 피해갈 수 있겠군요. ㅎㅎ)

작업은 간단합니다. 우선 모든 문단을 각각 한 문장으로 압축해 보는겁니다. 제 글이 꽤 길긴 했는데, 이렇게 정리를 해보면 전체적인 flow(흐름) 역시 한 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 좀 긴 내용이지만 쭉 한 번 볼까요?

  •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해 보려 한다.
  • 전공과 별개로 글을 많이 쓰며 살았다.
  • @leesunmoo님과의 인연도 글과 관련되어 있다.
  • @leesunmoo님은 내 글의 증인이 되기를 자청했다.
  • 많은 종류의 글을 써 보았다.
  • 작가가 될 기회를 차버렸다.
  • 예전엔 쓰고 싶은 글만 썼다.
  • 써야만 하는 글을 쓴 기간이 있었다.
  • 글쓰는 실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 이에 대한 나의 결론은 무엇일까?
  • 분명 천부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있다
  • 그와는 다르지만 글을 상당히 잘 쓰는 사람들 또한 있다.
  • 뉴비분들은 (스팀잇에서 )글쓰는데 부담을 느낄 필요는 없다.
  • 글쓰기를 타고 났다면 맘껏 능력을 표출하라! 단, 힘의 배분을 잘 해야 한다.
  • 타고난 글쓰기 실력이 아니라도 전략적으로 잘 쓸 수 있다.
  • 법조계 사람들이 글을 잘 쓰는 이유가 있다.
  • @leesunmoo님의 글쓰기를 살펴 보자.
  • @leesunmoo님의 글쓰기는 간결하고 짜임새가 있다.
  • 차분한 글로 시작하면 위험이 적다.
  • 앞으로 글쓰기에 대해 연재해 보겠다.

자, 어떻습니까? 아마 이전 글을 재미있게 읽으신 분들도 이렇게 각 문단을 압축한 내용을 읽으면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전체 글을 읽으면 왠지 빠져드는데, 요약된 내용을 보니 별거 없지 않나요? 이 문장들 중에 쓰잘떼기 없는 것들을 다 제거하고 나면 몇 가지 남을까요? 제가 군더더기처럼 보이거나 중복된 내용들을 삭제하고 뼈대만 한 번 남겨보겠습니다.

  •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 전공과 별개로 글을 많이 쓰며 살았다.
  • 글쓰는 실력은 타고나는 것일까?
  • 분명 천부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있다
  • 그와는 다르지만 글을 상당히 잘 쓰는 사람들 또한 있다.
  • 글쓰기를 타고 났다면 맘껏 능력을 표출하라! 단, 힘의 배분을 잘 해야 한다.
  • 타고난 글쓰기 실력이 아니라도 전략적으로 잘 쓸 수 있다.
  • 법조계 사람들이 글을 잘 쓰는 이유가 있다.
  • 차분한 글로 시작하면 위험이 적다.
  • 앞으로 글쓰기에 대해 연재해 보겠다.

자, 이정도가 아닐까 합니다. 밑부분에 @leesunmoo님의 글을 예시로 든 이유가 있는데, 그 이유만 다른 곳에 붙이고 문단 자체는 지워버리고자 했습니다. 어쨌거나 20문장을 10문장으로 줄였습니다. 어떤가요? 글의 핵심이 훨씬 잘 보이시는지요? 그럼, 이번엔 이 10개의 문장을 살짝 버무려 짧은 요약본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약간의 편집을 가미하겠습니다)


이번엔 글쓰기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저는 제 전공과는 다르게 여태껏 글을 많이 쓰면서 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글쓰는 실력이란 것이 타고나야만 하는 것이지 종종 궁금하곤 했습니다. 분명히 천부적으로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뉴비 여러분들도 이런 분들 정도의 실력이 돼야 스팀잇에 글을 올릴 수 있는건 아닌가 걱정이 되십니까? 다행히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분들이 아니더라도 우리 주변에는 글을 상당히 잘 쓰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이 글을 잘 쓰는 이유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 이유들을 알게 된다면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여러분 중에 글쓰는 재주를 타고나신 분이 계시다면 그 능력을 맘껏 표출해 보십시오. 다만 글을 쓰는 것도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일입니다. 힘의 배분이 중요하겠죠? 그런데 타고난 글쟁이가 아니라면 조금 더 전략적으로 접근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글쓰는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법조계 분들의 글쓰기 방식을 한 번 참고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비슷한 방식의 글쓰기를 하시는 분이 @leesunmoo 님이신데 한 번 눈여겨 볼만한 방식입니다.

어떻습니까? 본인 성향에 맞는 나름대로의 방식을 한 번 찾아 볼 수 있겠는지요? 네, 저와 함께 몇 차례 생각을 하다보면 충분히 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그래도 막연한 부분이 있다면 우선 차분한 글을 써보시길 권해드립니다. 글을 차분하게 쓰려고 하다보면 아무래도 의미없는 미사여구는 버리게 될 것이고, 그러다 보면 글이 간결해지고 내용이 충실한 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글쓰기에 대하여 연재해 보려 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네, 사실 이전에 적은 글에서 제가 하고자 하는 내용만 충실하게 담으면 이러합니다. 그런데? 저는 엄청난 에피소드와 자잘한 내용들을 여기저기 퍼 부었습니다. 하지만 꽤 그럴듯하게 구성을 했죠. 이건 기술이기도 하고 재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상당히 위험한 스킬이기도 하지요. 자칫 이 작업을 서투르게 했다간 글이 매우 이상하게 변질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갖다 붙인 (쓸데 없는) 부분들을 잘 보시면 여러분이 흥미를 잃지 않을만한 요소를 적절히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를 회상하기도 하고, 다른 분과의 인연을 전해드리기도 하고, 이런 저런 경험들도 적절히 넣고.. 여러분이 전체 맥락을 보는게 아니라 문장 하나하나 따라가다보면 마냥 재미있기만 합니다. 그러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냥 드리블일 뿐입니다. 핵심적인 내용에서 이쪽저쪽 많이 벗어나기도 하다가 아슬아슬하게 중심으로 돌아오죠. 그래서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여러분이 쓰셨던 글을 이런식으로 한 번 분석해 보시면 본인의 글쓰기 스타일이 뼈대를 중심으로 써가는 묵직한 스타일인지, 저처럼 이런저런 드리블로 현혹(?)시키기도 하는 화려한 스타일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물론, 글의 성격이나 내용에 따라 양쪽 글쓰기를 다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요. 그러나 사람의 재주엔 한계가 있으니 한쪽 부분에 능숙해지도록 연습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다음에 이어서 연재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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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단상 : 최근 KR 커뮤니티 내 분란을 보며..

연어입니다. 최근 KR내에 그간 잠재되어 있던 불만들이 핫이슈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제 기준으로는) 격한 싸움으로까지 치닫지는 않는 것 같네요. 그간의 문제점들을 점검해 보거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로 삼는 분위기입니다. 어느 공간이든 사람이 모여있다 보면 분란은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수습을 어떻게 해 나가느냐가 문제겠지요 적어도 스팀잇 KR은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군대 생활을 경험해 보신 분들께서는 공감하실텐에요, 내무 생활을 하다보면 어떤 패턴이 감지되곤 합니다. 평화가 지속되면 되려 불안해질 때가 있죠. ‘곧 터질 때가 오겠구나’.. 크고 작은 사고나 규율이 깨지기 전에는 대개 나태한 분위기가 있기 마련이고, 그런 분위기는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싹트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너무 좋은 분위기는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곤 했습니다. 결국 얼차렷이 시작되면 몸과 마음이 바짝 긴장되며 어떤 해소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이 고비(?)만 넘기면 한 동안 평화롭게구나..’ 하고 말이죠. 하하. 이번 고비 또한 그간 잠재되어 있던 불만과 의문점들을 어느 정도 해소하며 다시 마음을 잡아가는 계기들이 되지 않을까요?

제가 반 년 이상 잠수를 타기 전과 물 밖으로 다시 나온 전후를 비교하자면 정말 극과 극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구요. 당시 제가 잠수를 하게 된 제 나름대로의 이유들이 있긴 합니다만, 어느 누구에게나 스팀잇 활동을 꾸준히 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보상’이라는 당근이 있더라도 이것이 새로운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보상이 없는 순수한(?) 목적의 커뮤니티도 시끄러워질 때가 있는 법인데 온 세계 사람들이 드글거리는 스팀잇은 오죽하겠습니까? 그래도 이만큼 점쟎게 운영되고 있는 것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줘야하지요.

그렇다면 우리는 이 시점에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면 좋을까요? 저도 정답은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한 가지는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자’ 입니다. 그간 의심이 있었다면 의심하고, 해명할 것이 있다면 해명하고요. 주장할 바가 있으면 주장하고, 반론할 바가 있다면 반론해야 합니다. 물론 근거와 매너는 필수겠지요. 명쾌하게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짚어보며 정리해갈 수 있을겁니다. 서로 마음에 상채기가 없을 순 없겠지만 빨리 치유될 수 있을 선에서 잘 마무리 되길 바랍니다. 필연적으로 맞딱드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 작은 것을 잃고 큰 것을 얻읍시다.

여러모로 KR 커뮤니티에 대한 관심과 평가가 잔잔한 이슈가 되고 있던 때인데요, 이번 기회에 스팀잇 시스템에서 기인한 문제들을 풀어나가는데 KR이 하나의 모범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일인가요?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커뮤니티가 극도로 소강 상태에 빠지나, 지금과 같이 급격한 속도로 활성화 되면서 생기는 일이나 KR이 한 번쯤은 다 거쳐봐야 할 통과의례가 아닐까요? 우리 모두 중지(衆智, 가운데 손가락 절대 아님 ^^;;)를 모아서 차근차근 수습해 가도록 합시다.

KR 파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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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단상 : 중국 OKcoin 거래소를 통해 경험한 문제점들

연어입니다. 요즘엔 이더리움의 가격 급등락, EOS ico, STEEMIT hard fork19 등등 여러 이슈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몇 일 후에 중국 거래소에 묶여 있던 제 계정을 온전히 돌려받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최근 라이트코인(LTC)의 가격이 절정에 있을 무렵 캡쳐해 둔 사진입니다. 중국 위앤화(yuan) 로 가격이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평소에 보시던 가격과는 조금 다르게 보이실 겁니다. 이 사진을 기념삼아(?) 찍어둔 이유는 제가 마지막으로 보유하고 있는 라이트코인 물량을 214위앤에 전부 처분하자 마자 급등을 시작하더니 몇 일만에 저 가격을 찍는 것을 물끄러미 봐야했기 때문입니다. 팔자마자 비트스탬프에서 라이트코인 거래를 개시하겠다는 소식이 뜨더군요. 하하.

여하튼, 저에게는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문제를 떠나 제 계좌를 온전히 돌려 받느냐 마느냐가 더 중요했습니다. 사정은 이러합니다. 재작년에 반년 정도 상해에 거주해야 할 일이 있었고, 당시 암호화폐에 관심이 많던 저는 (한국에서) 열심히 비트코인을 모아가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마침 상해에 머물고 있던 기간에 중국 주식시장에 큰 폭의 급등락이 있었고 과도한 레버리지 사용으로 패가망신한 사람들에 대한 뉴스도 심심치 않게 접하던 때였습니다.

한 번은 노점에서 양꼬치를 파는 아저씨가 아이패드로 주식챠트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매 주말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공원에 모여 카드놀이를 하고, 길을 지나다 보면 삼삼오오 모여 도박판을 벌이는 것을 보면서 주식, 선물, 암호화폐 등 트레이딩 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달려들 수 있는 중국의 잠재력(?)을 엿보았습니다. 그런 호기심 때문에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어떤가 살펴보게 되었고, OKcoin과 후오비(火币网) 등 유명 거래소들에 계좌를 트게 되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비트코인(BTC) 위주의 거래소가 운영되고 있던 때라 라이트코인(LTC)이 대량 거래되고 있던 두 거래소는 제게 큰 흥미를 주더군요.

중국은 엄연한 공산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 계좌를 개설한다는 것이 심리적으로 그리 만만치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왠지 모를 의심과 압박감 같은게 느껴지곤 하거든요. ‘너 나중에 도망갈거 아니지?’ 뭐 이런 느낌? ㅋㅋ 저는 먼저 연동시킬 은행 계좌를 개설했습니다. 한국 거래소를 통해 모았던 비트코인의 일부를 가져왔지만, 연동되는 계좌를 만들면 직접 위앤화를 입금하여 코인들을 매매할 수 있었거든요.

몇 일간 OKcoin과 후오비 둘 다 사용해 본 결과, 저는 OKcoin쪽이 더 외국인 사용자로서 편한 점들이 있어서 OKcoin을 중심으로 거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부는 투자(존버?)가 목적이었고, 일부는 트레이딩 목적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라이트코인은 중국인의 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한 특정 국가가 거래 상품을 좌지우지 한다는게 그리 좋아 보이는건 아니지만 당시 시가총액 2위를 달리던 라이트코인은 때로는 비트코인과 연동되면서, 때로는 중국내 이슈에 반응하면서 움직이곤 했습니다. 굳이 OKcoin에서 보이던 두 코인의 차이라면 LTC 쪽이 좀 더 화끈하다는 점이었지요. 비트코인이 선물의 움직임 같다면 라이트코인은 옵션처럼 움직였습니다. 파생 거래의 구조를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감마효과가 엄청난 상품이었습니다. (만기가 없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감마 효과는 아닙니다 ㅎ)

헌데 어느날, 점심을 먹고 나서 앱으로 보니 OKcoin의 챠트가 잔뜩 망가져 있더군요. 시세가 꺾였다는 의미가 아니라 거래소 기록에 뭔가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당시 저는 라이트코인을 주력삼아 거래를 하고 있었는데, 분명 후오비(火币网) 쪽에는 라이트코인 거래가 온전히 이루어지고 있어 정확한 가격과 거래량이 명시되고 있는데, OKcoin쪽은 실거래가 데이터로 반영이 안되고 있는건지, 거래가 안되고 있어 챠트가 망가지고 있는건지 여하튼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마찬가지겠지만 저는 당시 직업상 가격이야말로 가장 정확해야 할 데이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서비스에 문제는 있었습니다. 다만 거래소의 윤리적 문제가 아니라 외부로 나타나는 표시에 문제가 있는거라면 좀 지켜보자는 입장이었습니다.

이틀이 지나도 별 다를 바 없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후오비(火币网) 쪽을 봐서는 라이트코인 시장 자체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OKcoin 자체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Okcoin의 자료(?)들이 복구 되더군요. 그런데 문제는 거래가 먹통 상태이던 기간 동안의 챠트가 아주 이쁜 모양으로 그려져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위에 현재 볼 수 있는 챠트를 한 번 올려 보았습니다. 챠트란 것은 실제 거래된 가격을 연장하여 직관적인 그림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 망가진 챠트를 보여줬다면 그 또한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있는 것이 정상이죠. 그런데 그 흔적은 어디에 있나요? 이것은 분명 복구가 아닌 조작입니다.

이 문제는 저한테 매우 큰 문제였습니다. 단순히 OKcoin 거래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필 Okcoin을 선택하여 당한 경우였지만 후오비(火币网) 쪽이라고 해서 이런 문제가 안 생긴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럼 중국, 또는 중국 거래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윤리적 또는 판단 착오의 문제일까요? 그 또한 모르겠더군요. 한국 거래소라고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 또한 없습니다.

저는 @leesunmoo님께서 과거 마운트곡스(Mt Gox) 사건 때문에 비트코인을 훌러덩 날리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거래를 완벽히 보증하지만, 사람이 운영하는 거래소 같은 문제들은 많은 윤리적 기술적 문제에 맞딱드릴 수 있습니다. 다행히(?) 저는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그 리스크를 계산해 두었던 터였습니다. 어떻게? ‘최악의 경우 다 날린다’ 였죠. 제가 비밀번호를 잊어버리거나, 해킹을 당하거나, 거래소가 사라지면 제 코인들은 어떻게 받아낼 수 있습니까? 이 점이 제가 생각하는 리스크를 ‘몽땅 날릴 수 있다’로 규정짓게 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개인지갑들이 넘쳐난다 해도 말입니다. 뭐, 다 날릴 수도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어든 거래라 제 행동은 담담한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OKcoin을 통해 거래를 하면서 이런저런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죠. ‘중국에 있을 때 이런거 해보지 언제 또 해보겠냐’ 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 한국으도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데, 이 번엔 두 번째 문제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작은 문제였습니다. OKcoin에 가입할 때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인증을 받는 절차가 있었는데, 당시 중국에서 사용하던 핸드폰을 통해 처리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오게되니 그 중국 핸드폰은 쓸모가 없었죠. 그래도 혹시 몰라 1년치 사용료를 선불로 내고 한국으로 가져왔습니다. 로밍서비스가 있긴 했지만 그냥 여차하면 중국으로 건너가 처리한다는 (지금 생각해보니 신중치 못했던) 생각 때문이었죠. 저는 한국과 중국 거래소 모두를 이용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때 부터인가 중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한 규제가 시작되었더군요. 제가 만약에 일종의 international 계좌를 이용했다면 별 문제가 아니었을텐데, 전 local 즉, 중국 내에서 가입하는 사용자로 등록을 했고, 이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분명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local로 가입이 가능했는데, 이제 외국인이 사용하는 계정은 코인이나 자금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묶어버렸던 겁니다. 아뿔싸.. 저는 OKcoin에 사정을 설명하고 제게 코인이든 현금이든 인출할 수 있는 권리를 돌려 달라고 사정했습니다. 때로는 제가 직접 통화하기도 하고, 중국 친구들을 통해 하소연을 해보기도 했죠.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같았습니다.

‘정부에서 지시 사항이 내려와 우리도 어쩔 수 없습니다.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얼마전에 들은 바로는 이 규제를 6월 30일에 풀어준다고 합니다만, 솔직히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인출은 막고 거래는 허용해 둔 상황이라 홀딩으로 끌고 가려던 라이트코인들은 중간 중간 처분하기 시작했습니다. 라이트코인을 대량 모아가던 시점에서 10배 이상 오른 상황이지만 저는 오직 중국 거래소, 그리고 중국 거래 시장에서 철수한다는생각 뿐이었습니다. (사실 이전에 중국 파생시장에서 외국인 거래자로서 차별을 당한 어이없는 기억이 있어 이에 대한 트라우마가 좀 있습니다) 결국 저의 최초 거래 계획은 접고 야금야금 물량을 털어가서 사실 라이트코인 급상승 동안 그닥 재미를 본건 없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쥐고 가던 마지막 물량은 6월 30일 이전에 털어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압수를 당할 확률이 현금 보다는 코인쪽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죠. 어차피 코인이든 현금이든 중국 정부로 부터 영원히 압수 당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이제 몇 일 남지 않았습니다. 제가 라이트코인 거래를 위해 담궜다가 중국 정부에 붙잡혀 있던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없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저는 중국 사람들과 좋은 교류를 해 왔지만 유독 제가 좋아하는 트레이딩과 투자 세계에서는 중국으로 부터 두 번 물을 먹었습니다. 법위에 공산당이 있는 나라,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 버릴 수 있는 나라에서 금융투자는 생각보다 큰 리스크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리 크지 않은 비용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그냥 주저리 주저리 글을 끄적여 보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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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감상 : 한택 식물원

갑자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군요.. 문득 사진 감상을 하면 어떨까 싶어.. 잠시 펜을 놓고 사진을 올려 봅니다..

오랜 가뭄을 씻어줄 비가 오고 있네요..

한택식물원에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함께 감상해 보실까요?

형형색색의 꽃들로 만발해 있군요..

개인적으로 이런 노란 꽃을 좋아합니다.. 기분이 화사해 지거든요..

하얀 꽃은 마음을 맑고 차분하게 해줍니다..

고귀한 느낌의 보랏빛…

종종 화려한 무늬를 뽐내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꽃에 빠져 푸른 하늘을 놓칠수야 없죠..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어수선했던 하루였습니다.. 대개의 월요일이 그러하듯.. 오늘도 무사히 넘겼구나.. 생각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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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단상 : 글쓰기에 대하여..(1)

연어입니다. 새로 가입해주신 분들께 자그마한 도움이라도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쓰기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들을 얘기해볼까 합니다.

저는 이공계 전공자입니다. 그러나 전공과는 별반 상관 없는 일들만 벌이며 살아왔습니다. 헌데 신기하게도 어떤 일을 맡든 항상 글을 쓰는 일을 도맡게 되더군요. 글 쓰는 것을 전담하다시피 한 적도 있습니다. 결론은? 아무래도 글재주는 인정 받고 살아왔나보다.. 입니다. 쩝.

그러다 보니 저에겐 글쓰기와 관련된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leesunmoo 님과의 개인적인 인연 역시 인터넷에 올렸던 글 한 편 때문이었습니다. 15년이 더 지난 그 인연이 여태껏 이어져오고 있지요. 잠깐 곁가지로 말씀드리자면 @leesunmoo 님께서 제게 건넨 첫 말씀은 바로 이러했습니다.

“연어님이 올려두신 글에 대하여 향후 저작권 문제가 발생한다면, 제가 최선을 다하여 증인이 되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지극히 @leesunmoo 님다운 코멘트이지만, 생면부지의 사람이 처음 건네온 댓글치고는 참으로 독특하다는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댓글 하나가 인연의 시작이 된 셈이지요) @leesunmoo님은 제 글에 대한 가치를 가장 먼저 공식적으로 인정해준 분이셨고, 혹시나 제가 글쓰기로 유명해 진다면 그 누구보다 그 가치를 먼저 알아본 사람이 되길 바라셨습니다. 뭐.. 제가 이런저런 다른 일들에 더 관심을 쏟다보니 그런 영광은 멀어졌지만 말이죠. ㅋㅋ

어쨌거나 이야기를 원점으로 돌려보자면, 저는 때로는 제 스스로, 또는 @leesunmoo님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자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제 글을, 때로는 타인의 글을 쓰곤 하였고 정말 온갖 종류의 글이란 글은 죄다 써보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인터넷을 뒤적이거나 서점을 돌아다니다보면 그 흔적들을 발견하곤 합니다.

사실 @leesunmoo님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작가로서 책을 낼 기회가 있었는데 결국엔 제가 무산시키고 말았습니다. 여전히 그 일에 대해서는 @leesunmoo님께 송구할 따름입니다만, 당시 너무 어렸던 저에게 책을 출판한다는 것에 대하여 묘한 부담감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글이란 크게 보면 두 종류가 아닐까 합니다. 나의 이야기를 쓰던가, 아니면 나의 상상력을 발휘하던가.. 당시의 저는 ‘나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나의 경험이나 지식이 바탕이 된 이야기 말입니다. 하지만 @leesunmoo님께서는 저의 창작력을 높이 평가하며 독려하셨던 것 같습니다.

글을 또 다른 기준으로 나눠보면 이렇습니다. 내가 쓰고 싶어서 쓴 글, 그리고 써야만 해서 쓰는 글. 여러분은 어느 쪽입니까? 저는 처음에 제가 쓰고 싶은 글만 썼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쓰고 싶을 때 썼습니다. 아마 @wony 님같은 프로 창작가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창작을 위해서는 멍~하게, 또는 넋나간 듯 뭔가에 골몰해 있는 과정이 필요하곤 합니다. 뭐라고 표현하긴 어렵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같은 이런 흐리멍텅한 상태일 때 뇌 속의 시냅스들이 뭔가를 엮어내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 해야만 하니까, 언제까지 약속한거니까.. 이런 상황이 되면 창작품을 만드는 것이 어려워지는 것이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글쓰기에서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한 번은 @leesunmoo님 덕분에 신나게 미친듯이 글을 ‘써줘야’ 하는 일을 맡아본 적이 있었습니다. 쓰기 싫어도 써야하고, 피곤해도 써야하고, 뭔지 몰라도 써야하고, 내가 아닌 남이 된 듯 써야하고, 남을 웃겨야 하고, 울려야 하고, 감동을 줘야하고, 냉소로 응대해야 하고.. 정말 이런 상황이 되니 저는 처음으로 ‘써야할 때 쓰는’ 경험을 제대로 한 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니 글쓰기에 대한 공력이 조금은 올라간 것 같더군요. ㅋ

대부분의 경우 주변 분들은 제가 써주는 글에 대해 크게 만족해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게 글재주는 분명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구로 치자면.. 300정도? 그리고 한 참 글빨(?) 오를 때는 500정도는 거뜬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한 번은 이런 호기심을 들더군요. 과연 글쓰는 실력은 타고나는걸까? 아니면 훈련과 노력으로 가능한걸까? 여러분의 의견은 어떠하십니까? 이 질문을 살짝 비틀어 주면 이렇게도 되겠습니다.

“노래 실력은 타고 나는 겁니까? 연습과 노력으로 될 수 있는겁니까?”

이에 대한 대답은 명확히 두 부류입니다.

  1. 박진영 : 연습과 노력으로 됩니다. 그래서 저는 애들에게 하드트레이닝을 퍼붓습니다. 실력이 못 따라온다면 그건 게으름 때문입니다.
  2. 이승철 : 답은 딱 하나입니다. 타고나야 합니다.

자, 만약에 가요계의 카리스마 이승철씨의 의견이 맞다면 참으로 맥빠지는 얘기가 아닐 수 없겠네요. 어쨌든 저는 이 궁금증을 풀고 싶어서 글 좀 쓸 수 있겠다 싶은 젊은 친구들을 선발해 한 동안 글쓰기에 대한 훈련을 시키거나 직접 쓸 수 있는 여러 여건을 제공해 보았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무엇이었을까요? 저의 결론은 이러했습니다.

  1. 글을 맛깔스럽게 쓰는 것은 타고나야 한다. 글을 맛나게 쓰는건 분명 타고난 능력이다.
  2. 글을 잘쓰는 것은 연습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그 맛을 발산하는건 한계가 있다.

물론 잘 쓴 글에는 ‘맛깔스럽게’ 쓴 글이 포함됩니다. 이 스팀잇에도 글을 정말 정말 맛나게 쓰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찰지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게 말이죠. 이 분들은 단어 선택도 완벽하거니와 어떤 선을 넘나드는 재주 역시 남다릅니다. 은어, 속어도 적절히 넣다 뺏다 하면서 혼을 쏙 빼놓습니다. 어감을 표출하는 것도 완벽해서 정말 한 편의 영화를 보는듯 하게 만들지요. 이런 절정의 경지를 감히 따라할 수나 있겠습니까? 정말 하늘이 주신 재능인거겠죠?

하지만 글을 ‘잘’ 쓰는 사람 또한 많습니다. 물론 ‘어떻게’ 잘 쓰는가는 천차만별입니다. 글을 묵직하게 쓰는 사람, 산뜻하게 쓰는 사람, 발랄하게(귀요미?) 쓰는 사람, 재미있게 쓰는 사람, 유익하게 쓰는 사람, 뭔가를 깨우치게 해주는 사람 등등.. 그 종류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린 이런 것을 모두 ‘잘’ 쓴 글, 글 ‘잘’ 쓰는 사람으로 평가해 줍니다.

서두에 뉴비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시작하였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자, 뉴비 여러분들. 여러 분은 어떤 컨텐츠를 스팀잇에서 나눠보고자 하십니까? 그 중에 글로써 컨텐츠를 꾸려 나가겠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혹시, 와… 들어와보니 장난들 아니네.. 하며 지레 겁을 먹은건 아니신지요? 연어가 감히 한 말씀 드린다면 ‘절대 그럴 필요 없싸와요~’ 랍니다.

본인이 글 쓰는 맛을 안다면 본인의 색깔을 유감없이 나타내 보십시오. 왜냐고요? 당신은 타고난 사람이라니까요! 부모님이 안겨주신 그 축복을 신명나게 펼쳐보시길 바랍니다. 어쩌면 이 스팀잇이란 무대는 그대들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죠. 다만, 글을 지속적으로 쓰기 위해 에너지를 어떻게 충전해 나갈 것인지, 그 부분을 잘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봅니다. 초가 자신을 너무 강하게만 태운다면 어찌되겠습니까?

하지만 그런 재주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신다면 전략적으로 본인 글의 성격을 명확히 정립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일정한 수준의 표현력과 주제를 꾸준히 이어갈 준비를 하시길 권해드리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본인이 소화해 낸 지식과 지혜입니다. 이건 직접적인 컨텐츠가 되는 것이니 그 범위를 명확히 정해 초점을 맞춰줘야 하구요. 아는 만큼 표출하되, 전문가만큼이 안 된다면 경험삘(feel)로 표현하시고, 전문가나 준 전문가 급이 된다면 걱정마시고 타인을 조금씩 이끌어 가십시오. 안내자 역할이랄까요? 많이 앞설 필요도 없습니다. 한 발자욱, 반걸음만 앞서 있으면 되거든요.

저는 법조계 쪽에 계신분들이 은근히 글을 잘 쓰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판사 출신 분들의 글쓰기는 매우 모범적입니다. 솔직히 이 분들의 글은 재미가 없습니다. 글의 맛이란게 없는 편이지요. 하지만 분명 ‘잘 쓴’ 글들이 나옵니다. 지식이 깊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을 고르고, 글에 체계를 잡고 시작합니다. 기-승-전-결, 시작과 끝맺음이 분명하지요. 문장의 연결이 매우 적절하고 전체적인 구성 또한 논리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맛있는 글은 아니지만 글이 단단하고 무게감이 장난 아닙니다. 법학을 전공하신건 아니지만 @leesunmoo님의 글이 그런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leesunmoo 님 글의 내공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몇 가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 글의 서두에 확실한 문제 의식을 제기한다
  • 본문을 뒷받침하는 지식의 폭이 넓고 깊다 (그러나 아는 만큼만 제시)
  • 본인의 의견을 명확히 밝힌다
  • 의견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와 논거를 두 세가지로 깔끔하게 제시한다
  • 전체적으로 단어와 문장에 군더더기가 없다
  • 자신의 의견이 틀릴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타인이 참여할 여유폭을 비워둔다.
  • 전체적으로 매너를 지킨다

아마 이렇지 않을까요? 사실 @leesunmoo 님의 글은 살짝만 압축하면 요약본이자 목차가 될 정도로 구성이 간결하면서도 짜임새가 있습니다. 그걸 포장하는 기교를 최대한 배제하기 때문에 글에 무게감도 실리죠.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 무엇에 대한 얘기를 하려 하는지, 본인의 의견은 어떠한지, 그 근거는 무엇인지를 깔끔하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런 글은 기자들이 받아먹기(?) 가장 좋은 글이기도 합니다. (워낙 타인이 써준 글을 그대로 받아먹는 기자분들을 많이 봐서.. ㅋ 죄송합니다( ;) )

산뜻한 글을 쓰는 것이 어렵다면 진솔한 모드를 선택하십시오. 처음에 시작하는 입장이라면 그것이 리스크가 적습니다. 진솔하게 적다보면 정직한 글이 됩니다. 정직한 글은 무게감이 있고 공감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 내용이 자연스럽게 flow(흐름)을 이루기만 한다면 짧은 글로도 강력한 울림을 줄 수 있습니다. 아마 독자의 보팅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글쓰기 대한 소견을 연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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