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지난 연말에 만났던 옛 동료들은 각각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함께 일했던 분들이었습니다. 전혀 다른 영역에 몸담고들 있었지만 공통점은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분들 뿐만입니까? 저도 그렇고 모르긴 몰라도 여러분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이분들은 아직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 아예 모르거나 잘 모르는 상황이다보니 제게 이런 저런 조언을 요청했고, 저는 동지애로(?) 이런 저런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코멘트를 달아 주었지요.
“가급적 신속하게 판단하고 결정하길 바랍니다”
자, 그리고 한 주 이상이 지난 지금 이 두 분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묘하게도 마침 두 분 다 주식 투자에 자금이 묶여 있던터였고, 주식투자와 암호화폐 투자를 별개로 진행할 여유까지는 되지 않아 주식을 털어내고 이쪽 바닥(?)으로 갈아타야 할 입장이었습니다. 그리고 각각 하는 얘기들을 들어보면 저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습니다.
A 동료 : 주식에 물려 있는거 반등만 좀 주면 나오려고 했는데.. 아직 못 나오고 있어요. B 동료 : 계속 물려있어 기다리다 털긴 했는데.. 털자마자 20% 급등을 하던데..
자, 한 분은 여전히 본전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채 물려있는 중이고, 다른 한 분은 조금이라도 더 건져보려고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털고 나왔는데 이후 시세가 움직여 아쉽다는 얘기였습니다. 이렇게 상황 정리를 해도 이상하진 않겠지요?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정작 그 한 주란 시간동안 제가 권해줬던 코인들은 2배 이상 올랐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분들이 결정과 행동을 미루는 동안 제가 추천한 것들이 반토막이 났었을 수도 있고, 또 기다리는 동안 조금이라도 금액을 더 건져서 이쪽 세계로 갈아타는데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제가 한 번 같이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은..
이분들의 행동 이면에 깔려있던 투자 심리에 대한 것입니다. 바로 투자 영역에서 많이 다루고 있는 ‘행동 심리학’에 대한 것이죠. 일명 투자자로서의 행동 심리학 (Psychology of Behaivor as a Investor)이 되겠습니다. 그럼 행간에 잘 알려진 이 행동 심리학이란 무엇인지, 이럴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하는지 한 번 생각해 볼까요?
행동 심리학이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이라는 학자가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되면서입니다. 카너먼은 경제학의 영역에 심리학을 접목하였는데, 지금껏 경제학이 추구해 왔던 대전제에 ‘과연 그럴까’하며 의심을 품었던 것입니다. 그럼 그가 의심을 품었던 대전제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사람은 늘 합리적인 결정과 행동을 한다’는 명제였습니다.
제가 투자와 거래에 대해 처음으로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 바로 2001년이었습니다. (카너먼의 수상 발표가 나기 한 해 전이군요) 제가 수리적 지식이 깊었다면 투자란 영역을 좀 더 수학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전공이었던 공학을 등한시 할 정도로 인문학적 소양을 닦는데 심취했던 저는 투자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 이 학자와 조금은 비슷한 결론을 내려볼 수 있었지요. 제가 생각한 것은..
쓰레기가 입력되면 쓰레기가 나온다..
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대전제가 잘 못 되었으니 이상한 결론이 도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었지요. 왜냐하면 투자에 대한 역사를 뒤적이다 보면 상식적으론 납득이 되지 않는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결과들은 ‘상식적인’ 경제학 이론으로는 도통 설명할 수가 없는 것들이었죠. 훗날 이런 일들은 블랙 스완(Black Swan)으로 총칭되어 불리기도 합니다. 어쨌거나 아카데미(학계)를 베이스로 축적되어 온 수많은 이론들은 ‘사람은 이성적이다. 고로 합리적인 행동을 한다’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었고, 내가 앞으로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지 위해서는 이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깨우쳐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던 것입니다. 바로.. 군중심리..
즉, ‘추세’에 대한 통찰이었습니다.
제가 각각 정치권과 금융권을 넘나들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군중 심리가 실제 어떻게 작동하는가? 둘째, 이 현상이 어떻게 최후의 승자를 만들어 내는가?
군중 심리가 가장 적나라하게 작동하는 정치와 금융이라는 현장만큼 저의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영역이 있었을까요? 그런 점에서 저는 행운아였습니다. 한 쪽은 인맥을 쌓을 기회를, 다른 한 쪽은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기회를 함께 노려볼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어쨌거나.. 저는 각각 달라 보이는 두 영역이 모두 같은 원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는 앞으로 제가 살아가면서 거치게 될 수많은 판단과 행동에 있어 큰 자양분이 될 것이 분명했습니다.
자..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제가 붙였던 섹시한 제목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바로 투자에 임하는 우리의 판단, 즉 우리들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엿보자는 것이죠. 이것은 경제학에 심리학이 접목된 이후로 더 나아가 신경학과 뇌과학까지 접목되기 시작하면서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들입니다. 제가 좀 쉽게 풀어 볼게요.
여러분 혹시 학창 시절에 사람의 태아가 발달하는 과정을 나열한 그림을 보신적 있으신지요? 처음엔 어류처럼 생겼다가.. 이후 양서류처럼 생겼다가.. 나중엔 파충류.. 그리고 비로소 포유류.. 막판에 영장류까지.. 태아의 모습은 그렇게 변해갑니다. 그리고 그 나열은 동물이 최초 어류에서 인류로 발전을 해오기까지의 과정을 함축, 암시하기도 합니다. DNA에 담긴 진화론의 증거인 셈이죠.
마찬가지로 사람의 뇌 역시 이런 과정을 거치며 발달하나 봅니다. 영장류에게만 특별히 발달된 영역도 있지만 그보다 더 안쪽에 바로 그 중요한 ‘파충류의 뇌’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죠. 투자를 할 때 저를 포함한 여러분 모두를 지배하는 뇌! 바로 파충류의 뇌입니다. 마침 자료를 찾던 중 잘 정리된 자료화면이 있어 게재해 봅니다.
(발췌 : ‘인간의 뇌는 3층이다’ 서유헌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http://sorb.tistory.com/61)
‘파충류의 뇌’는 우리의 뇌가 파충류와 똑같다는 것이 아니라 파충류의 뇌와 거의 흡사한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뇌의 가장 안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바로 ‘생존 본능’을 관장하는 영역기도 합니다. 여러분 아시다시피 모든 동물은 누군가 갑작스레 쿡 찌르고 들려하면 본능적으로 피하거나 도망가기 마련입니다. 이것이 생존 본능이죠. 나에게 다가오는 그 어떤것이 위험스러운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전에 무조건 피하고 보는 것입니다. 만약 이것이 위험한 무엇일 경우 상처를 입거나 자칫 목숨을 잃을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생존 본능은 ‘뭔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일단 피하고 봅니다. 도마뱀이 꼬리를 자르듯 피하고 보는 것이죠. 이것이 동물이 발견해 낸 가장 원시적인 리스크 관리법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본능이 투자 영역에서 어떻게 작용할까요? 네, 액면 그대로입니다. 피하고 보는 것이지요. 무언가 잘 모르겠다 싶으면 일단 피하고 봅니다. 채권 시장이 크게 발전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죠. 주식 같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상품에 있던 자금들은 앞으로의 상황이 좋을지 안 좋을지 잘 모르겠다 싶으면 대거 빠져나가면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작은 채권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입니다. 흔히들 앞으로의 전망이 좋으면 주식을 늘리고, 좋지 않으면 주식을 줄인다고 생각하시지만.. 엄밀히 말하면 미래가 불투명 할때 주식 자금은 빠져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것을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파충류의 뇌가 작동한 결과이지요.
어쨌든 사람들은 공포에 물들면 이성을 잃게 되고 파충류의 뇌가 작동합니다. 피해라! 피하고 봐라! 그리고 투매를 하게 됩니다. 나중에 가격이 안정되고 반등을 하고.. 비로소 정신을 차리게 됩니다. 내가 왜 그랬지? 이성을 잃었었나봐.. 네, 맞습니다. 이성을 잃었죠. 그 때만은 파충류의 뇌가 당신을 지배했을테니 말이죠.
다음 번에는 포유류의 뇌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파충류와 포유류의 차이는 ‘공포심’이라고 합니다. 진짜인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뱀이 뭔가가 무서워서 벌벌 떠는걸 본 적 있으신가요? 하지만 강아지가 벌벌 떠는 것은 자주 보셨을겁니다. 뭐.. 그런 맥락의 이야기지요. ^^
에효.. 여하튼 제 옛 동료들이 이쪽 바닥에 들어오기엔 더 어려워졌습니다. 왠지 못 들어오거나… 들어오는 비용이 더 커진 셈이죠. 머리로는 다 이해한 것 같아도 행동은 쉽지 않습니다. 행동은 자신의 뇌가 최종적으로 실행하는 것이고.. 적어도 투자의 세계에서는 파충류의 뇌가 자리잡고 있는 한 결코 쉽지 않은 것이죠.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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