μ‹œν¬λ¦Ώ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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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입니다. 벌써 7~8년 쯤 된 얘기니까 투자 회사에 근무하고 있을 때의 일이군요. 하루는 상해 법인장으로 계신 분이 회의차 서울 본사로 오늘 길에 왠 책을 한 보따리 들고와 직원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뭔 책인고 보아하니 ‘시크릿 Secret’이란 그즈음 세계적으로도 꽤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책이더군요. 이 ‘시크릿’이란 마법의 주문은 책 뿐만이 아니라 동영상 강연으로도 상당히 퍼져나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닥 마음 속에서 땡기지 않는 부분이 있었으니 일종의 신비주의랄까.. 뭔가 영적인 요소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엔 왠지 거리감을 좀 두고 싶은 본능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선물 받은 책인데다가 제 앞에서 책을 건네 주며 꼬옥 읽어보라고 신신 당부를 하기에 마지 못해 책장을 넘겨보기 시작했습니다. 두어 페이지를 읽어보다가 문득 어떤 감이 좀 와서 뒷 부분을 대충 훓어 넘겨 보니..아 하~ 그보다 10년 전 쯤 거의 똑같은 맥락으로 저술한 책을 읽은 기억이 났습니다. 군 제대 무렵 읽었던 것 같은데 제목만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는데.. 바로

‘커피 한 잔의 명상으로 10억을 번 사람들’

이란 제목의 책이었지요. 제 기억이 맞다면 일본 사람이 쓴 책이었고, 유태인과 더불어 세계에 큰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앵글로 색슨’ 민족에 주목을 하며 이야기를 그려냅니다. 이 앵글로 색슨족이 켈트족을 밀어내며 영국 중심부를 차지하고, 다시 또 미국으로 뻗어나가며 지금의 영미권 파워를 과시할 수 있던 정신적 배경이 무엇인지 탐구한 것이지요. 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이런 아카데믹한 접근과 책에 담겨 있는 내용이 진짜 연관성이 있느냐..하는 부분에 자못 회의적이었습니다.

어쨌든 저자가 책을 통해 어필하고픈 맥락은.. 앵글로 색슨족에겐 자신이 원하는 바를 늘 마음속에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리듯 그려두면 시간이 거듭되면서 그 상황이 운명처럼 현실로 다가오게 된다는 경험과 믿음이 충만해 있다는 것입니다. 뭐랄까 자신이 그려낸 에너지로 그 운명을 끌어 당겨왔다고나 할까요? 그런 내용을 증명하는 사례집 같은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ㄴㄱ다. 어찌보면 기적 같기도 하고 놀랄만큼 희박한 경우의 경험들 말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참으로 얄궂은 것이 이 책 저 책 많이 뒤적거려 본 제 손에 이와는 전혀 다른 관점의 내용이 담긴, ‘세상에 이런 일이’ 프로와 같은 놀랄만한 이야기들도 수학적인 확률과 통계로 파고 들어가면 제법 어렵지 않게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주장이 담긴 책을 쥐어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드물긴 하지만 몇 번의 시행이 일어나면 확률상 충분히 실현될 수 있고, 세상의 인구가 얼마나 많을진대 이들이 지속적인 활동을 하다보면 어디선가는 걸려들만한, 게다가 특정 조건 자체를 기본 조건으로 산정하면 더더욱 걸려들(실현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실증적인 사고관으로 점철된 이론이었지요.

저는 상반된 의견을 게진한 두 책을 접하면서 후자쪽, 확률적 계산을 통해 우리가 기적, 또는 서프라이징 하다고 느끼는 많은 일들이 표본만 충분하다면 어느 누군가에겐 충분히 현실로 일어날 법한 일이라는 주장에 한 표를 던졌습니다. 시크릿이란 책을 접하기 10년 전 쯤 말이죠.

이제 ‘커피 한 잔의 명상으로 10억을 번 사람들’이란 긴 제목의 책과 ‘시크릿’이란 책을 비교해 본다면.. 전자가 비교적 담담한 입장으로 여러 서프라이징 사례를 언급하고 전체적으로 모두 앵글로 색슨 족의 ‘긍정적’이고 ‘꿈과 바램을 놓지 않고 구체적으로 그려내는’ 태도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이 진행될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친다는 정도(?)에 그쳤다면, 시크릿은 상대적으로 ‘기적을 일으키는’ 영적 힘에 더 포커싱을 두고 더 신화적이고 운명적인.. 이쯤이면 종교적이기까지 한 분위기를 자아내려는 쪽에 초점을 두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의 책이 ‘한 번 생각해 볼까요’ 쯤에서 멈췄다면 후자 쪽은..흠.. 여하튼 제 타입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실증적인 사고관을 갖고 있거나 그런건 아닙니다. 저도 생활 곳곳에서 나름 서프라이징하고 신기한 경험을 하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소원이 성취되는 일련의 영적 반응이라거나 하는 신비주의로 빠지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그저 잠시 재미를 느끼고 소소한 경이로움을 맛보는 정도로 충분하니까요. 그냥 운? 그 정도로 바라보는 게 딱 적당한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문득, 우디 앨런의 화제작 ‘매치 포인트’라는 영화가 떠오르는 군요. 굳이 여러분께 추전 드린다면 ‘시크릿’이란 책 보다는 맥주 한 캔 따고 ‘매치 포인트’를 감상해 보는게 훨씬 쌈박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아 참, 남자분들은 각오하고 보셔야 할 겁니다. 스칼렛 요한슨의 매력이 너무 치명적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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