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딱 10년 전 여의도에서 근무했을 때 있었던 일화입니다. 매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전투적으로 일을 하다보니 온 몸이 쑤셔대는 통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동료 분들께 양해를 구하고 점심 전후 시간을 넉넉히 잡아 국회 의사당 앞에 새로 오픈한 스포츠 마사지 샵을 가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타이 마사지가 대세지만 당시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비틀고 꺾어대는 스포츠 마사지 샵이 꽤 있었는데, 뜨뜻미지근한 강도가 아닌 극한의 강도를 선사하는 스포츠 마사지야 말로 저와 딱 맞아 떨어지는(?) 힐링 서비스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마침 저처럼 극심한 근육통으로 고생좀 하고 있던 동료 후배가 있길래 함께 데리고 갔는데, 이 친구가 187cm로 해병 의장대 출신의 건장한 몸이다 보니 두 명의 남자 마사지사 중 키가 183cm인 분이 그 친구를 맡고 나머지 한 분이 저를 맡게 되었습니다. 가뜩이나 욱신 거리는 몸을 죽어라 비틀어 대는 통에 저와 후배는 끙끙 신음을 내며 가쁜 숨을 몰아쉬기 일쑤였습니다. 헌데 후배와 담당 선생님이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와.. 기럭지가 장난 아니시네요. 저보다 키 큰 분을 해드리는 것도 오랜만이에요. 키가 얼마나 되세요?
187인데요. 선생님도 상당히 크시쟎아요.
이야.. 187! 저도 크긴 하죠. 아깝네요. 고등학교 때 담배만 안 피웠더라면 저도 187까지 될 뻔 했는데 말이죠.
저는 중2 때부터 담배 폈는데요? 그럼 흡연이랑 키 크는거랑은 별 상관이 없는거 아닌가요?
저는 이쯤에서 재미삼아 나누는 이야기가 매듭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담당 마사지사 분이 한 5초 쯤 골몰히 생각을 하더니 이런 말을 툭 던지시더군요.
- 원래 195까지 자라실 수 있었는데 중2 때부터 담배를 피는 바람에 187까지 밖에 못 자라신 것일 수도 있어요.
저는 우스개 소리처럼 들리는 이 대화가 어쩌면 꾸준히 스팀잇을 달구고 있는 여러 논쟁들과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자,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요? 흡연이 청소년 건강과 성장 발육에 좋지 않다는 항간의 상식이 맞는 걸까요? 그런 사례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사실상 흡연과 성장 발육은 따로 국밥인 것일까요? 설령 둘 중 어느 한쪽의 의견이 맞는다 하더라도, 의장대를 나온 훤칠한 이 친구의 경우에는 중2 때부터 뻐끔뻐끔한 담배와 무관하게 187cm가 될 때까지 무럭무럭 잘 자란 걸까요? 아니면 농구나 배구 선수를 해도 될 만큼 더 크게 자랄 수 있었는데 흡연의 병폐로 고작 187cm까지 밖에 못 자라고 만 걸까요?
제가 알쏭달쏭한 이 화두를 꺼내본 이유는 바로 어제 kr trending에 올라온 @tabris님의 글을 읽고 잠시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https://steemit.com/kr/@tabris/2rt3ey 우리 모두 고민의 보았을 화두였을테니 한 번 일독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실 저는 이 주제에 대해 논쟁을 하기 보다는 그저 저와 같이 생각하고 고민한 흔적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좀 알려주고 싶어서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tabris님과 비슷한 의견들이 틀리다거나 저의 의견이 맞다는 것이 아닙니다. 굳이 정립한다면 저의 의견은 ‘가치 중립적’이라기 보다는 ‘가치 판단 유보적’이란게 맞나 싶기도 하네요. 딱히 결론 내리기 어려운 문제이고, 과연 결론이란 것을 내릴 수 있는가에 대한 인식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이미 스팀잇 생태계는 input과 output의 관계를 일정한 패턴으로 도식화하기 어려운 복잡성을 띠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아직 초기 단계일지도 모르지만 비유하자면 이 곳은 이미 여러 입장과 사인들이 얽히고 섥혀 돌아가는 도시와 같은 상황이 된 것이지요. 그 때문에 대략적인 흐름을 인지할 수 있을지는 모르나 그 흐름의 인과 관계가 딱히 어떻다고 정형화하는 것엔 많은 부담이 생긴다는 것이지요.
제가 @tabris님의 의견에 상당히 크게 공감가는 부분은 바로 ‘힘이 빠진다’는 언급이었는데요, 일단 좀 정리해 보겠습니다.
자, 일정한 SBD를 주고 보팅을 요청하면 이에 화답(?)하는 비드봇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비드봇이 활성화 되는 데는 기꺼이 스달을 주고 이용을 하는 유저들도 있지만, 이런 비즈니스가 돌아갈 수 있도록 자금을 대주는(스파를 임대 해주는) 스폰서들이 함께 있으며, 특히 이런 스폰서들의 행위는 크게 보면 우회적인 셀프보팅과 다를 바 없는.. 엄밀히 말하면 비즈니스라는 명목으로 좀 더 진화된(지능화 된) 셀프보팅과 다를 바 없다는 논지입니다. 그리고 이 모델은 상당히 왕성하게 돌아가고 있으며, 특히나 스폰서나 운영자가 스팀잇 내의 대표적인 고래들인 경우가 많아 스팀잇 활동의 후발 주자이면서 대체로 순수 포스팅에 의존해 활동을 지속해 나가는 유저에게 큰 회의감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입니다.
아마 이렇게 정리하면 얼추 @tabris 님과 기타 비슷한 의견을 갖고 계시는 분들께서 얘기하시는 골자는 담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솔직히 이에 대한 반박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어렵다는 얘기는 위 논조가 정말 맞는 것인지 명쾌하게 답을 낼만한 실증 자료가 정말 있느냐의 문제이기도 하고, 반대로 전혀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대변할 만한 증거 자료 또한 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위험한(?) 일이란 문제는 대부분 @tabris님과 비슷한 입장일 수밖에 없는 다수의 유저들이 활동하고 있는 공간에서 섯불리 상반되는 의견을 내는 것에 대한 커뮤니티 내 입지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스파가 많으신 분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해 이쪽 의견, 저쪽 의견, 또는 가치 중립적인 의견 등등 본인의 판단에 따라 제각각인게 현실이기도 하지요. 그러니 이 문제는 학술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면서, 진짜 발을 내딛고 활동하고 있는 유저들의 생존권, 재산권, 활동 자유권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와… 이렇게 풀어보니 정말 복잡 다단하군요!
이걸 첨부터 거대 담론으로 풀어가기엔 저도 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저와 관련된 부분부터 과감히 도출하며 하나씩 접근해 가면 어떨까 싶네요. 우선 모든 자료가 공개되어 있거나 조금만 관심과 능력이 있으면 자료를 끄집어 낼 수 있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몇몇 분은 미리 알고 계셨을 수도 있으니 제가 먼저 스스로를 화두에 올려볼까 합니다.
저의 경우 총 가용 스파는 약 38,000 SP입니다. 최근까지 28,000이었다가 얼마전 10,000 SP를 더 사들여 와서 38,000까지 채워진 것인데, 구매 평단이 3,550원인가 했으니까 3,550만원이란 돈을 더 들여 스팀을 구매해 온 셈이 됩니다. 우선 이 행동부터 칭찬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지탄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대개 커뮤니티에선 아직 스팀잇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이나 기존 활동 유저가 스팀을 더 사들여 입성하는 것에 대해선 우호적이니 위 팩트에만 한정해 본다면 비교적 환영받을만 한 일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 매입 시점을 전후로 저에겐 좀 복잡한 상황이 전개됩니다. 저의 최대 가용 스파가 38,000이라는데 제 계정만 까보면 딱히 38,000 SP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략 28,000 SP쯤 되지요? 그렇담 10,000 SP정도 되는 양은 어디에 있는 건가요? 바로 제 외국인 절친 계정 @yangyang 님에게 있습니다. 그럼 연어란 사람과 양양이란 사람의 관계를 떠나 @jack8831 계정과 @yangyang 계정은 대체 어떤 연관성이 것일까요? 어디까지가 @jack8831의 자금이고 또 어디서부터가 @yangyang님의 자금인걸까요? 양측 계정 간에 스팀임대와 회수, 스팀과 스달의 송금 내역이 있었고, 여기에 대만 친구인 타 계정까지 어우러져 @jack8831 계정으로의 스달의 송금은 물론, @jack8831에서 주로 업비트 거래소를 활용한 스달 인출까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이는 모든 기록이 공개되는 암호화폐 장부가 보여주는 가장 기초적인 raw-data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쉬 이런 추측이 가능하겠군요.
@jack8831을 중심으로 특정 한 두 계정이 서로 엮여 빈번한 스파 임대와 회수, 그리고 스파 재분배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서로간에 모종의 스달 왕래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 중 특정 @jack8831 계정으로 스달 전송이 이루어지며 최종적으로 @jack8831 계정에서 거래소로 자금을 송출하고 있다.
이 팩트를 기반으로 추론을 하신다면 여러분은 어떤 1차 결론을 내 보시겠습니까? 굳이 명 탐정가 @lekang 님의 소견이 없더라도 대략 이것과 비슷한 결론을 내리지 않을까요?
“오! 연어님이 쩐주인가 보네?”
오.. 이런. 졸지에 연어는 면을 좋아하는 면어를 넘어 쩐주가 될 처지에 놓이고 말았습니다. 그것도 국경을 넘나드는 국제적 쩐주 쯤 되겠네요. ㅠㅠ. 하지만 아마 저라도 이런 거래 내역을 해석해 본다면 비슷한 결론을 도출했을 것 같네요. 아마 지금껏 누군가는 저의 흔적을 차근차근 추적해 저에 대한 자신만의 평가를 해두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닐수도 있고요. 그런데 설령 그런 작업과 뒷조사(블록체인에선 앞조사?)가 있었다 하더라도 쉬 너머갔을 수도 있겠군요. 왜냐하면 커뮤니티 상에서 ‘연어’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jack8831에 대해 면밀한 포스팅 조사를 해 나가다 보면 일정 부분 이런 기록들이 남겨 있는 이유를 이해할 수도 있었을테고, 만약 이해가 어려웠다면 비교적 잘 이미지가 관리된, 커뮤니티 내 행동거지에 특별한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 이력에 비추어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상황에 놓였을 겁니다. 그렇다면 반응은 둘 중 하나겠지요.
- 뭔가 스토리가 있는거겠지. 거기 까지는 난 모르겠다.
- 와, 이중적인 사람이네. 그렇게 안 봤는데.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까요? 우선 저에겐 그간의 모든 스토리를 일일이 보고하고 해명할 의무는 없습니다. 하지만 @tabris 님께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올려두신 포스팅에 관하여 조금은 다른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선 일부라도 제 자신의 스토리를 미리 밝힐 수밖에 없는 것 같아 굳이 이야기를 꺼내 본 것입니다. 이 글을 통해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논지는 ‘복잡성’의 특성상 어떤 사안이나 흐름에서 추론되는 가설이 때로는 심플하게 맞아 떨어질 수도 있지만, 때로는 전혀 의외의 결론을 끄집어 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결론이 좋다/나쁘다, 또는 옳다/그르다의 가치 판단의 문제라던가.. 도움이 된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 유익성 문제로 끌고 나가게 되면 자칫 본질에서 매우 벗어난.. 또는 진짜 내막과 나중에 도출될 최종 결론과 상당히 동떨어진 판단을 낼 수 있는 있는 것입니다. 제가 노파심에서 우려하는 바는 바로 이것입니다.
우선 비드봇에 문제에 대해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tabris 님의 글과 @tabris님께서 블로그에 리스팀해 둔 글들을 보면 이 비드봇 비즈니스을 대상으로 한 상당한 수준의 분석글들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도 대부분 동의하는 바입니다. 다만 이 비즈니스를 스팀잇 생태계 내에서 유용하냐, 또는 옳은 것이냐, 해악성이 있는 것이냐의 문제에 대한 결론에는 반대표를 던집니다. 반대표를 던진다는 것은 그 의견이 ‘그렇지 않아요’가 아니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도, 또 그렇게 맞다가도 아니 될 수 있으며, 아니다가도 그렇게 되기도 한.. 정말 말장난처럼 들리는 ‘판단 유보’ 또는 ‘결론 불가’의 포지션에서 온전한 찬성표를 던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반대입니다’가 아니라 ‘딱히 다 맞다고 찬성하기엔 어려운 입장입니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휴.. 설명하는 저나 읽고 계신 여러분이나 빙글빙글 도는 느낌일 겁니다. 그래서 서두에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했고요.
어떤 가치 판단을 내기기엔 이미 스팀잇은 매우 복잡한 생태계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모든 사안이 윤리적 평가에 벗어난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쨌든 그렇습니다. 억지스러운 얘기 같지만 가정을 한 번 해보겠습니다. (억지습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제가 어떤 분의 진솔한 포스팅을 읽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동하여 풀보팅을 드리고 감사의 댓글과 @tipu를 이용해 소정의 감사팁까지 드리고 옵니다. 전 착한 일을 한 걸까요? 나쁜 일을 한 걸까요? 권장하고 독려할 만한 일을 한 걸까요? 제지하고 비난 받아야 할 일을 한 걸까요? 스팀잇 커뮤니티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한 걸까요? 해악을 끼칠 일을 한 걸까요?
만약에 제가 그 분 글에 보팅했던 파워나 팁으로 드린 스달이 봇사업이나 임대 사업과 연관되어 얻게 된 전부이거나 일부를 차지한다면 저의 풀보팅 행동을 그 분은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 걸까요? 그래도 자신의 컨텐츠 가치를 알아봐 주고 후하게 평가해 준 것이니 고마워 해야 할 것인가요? 찜찜한 마음이 드는 걸 삭혀야 할까요? 아니면 일고의 가치를 볼 것 없이 되돌려 주는게 맞을까요?
제가 순수히 포스팅으로 차곡차고 쌓아올린 스파와 스달로 풀보팅과 팁을 드렸는데, 정작 그 분이 페이아웃 된 수익으로 보팅봇 비즈니스에 투자를 감행한다면 저는 정작 스팀잇 생태계를 파괴하는 씨앗을 뿌린 셈인가요? 그 분은 저의 순수한 마음과 스팀잇 생태계를 ‘올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한 선의적 행동(또는 제 자신의 이익을 위한 비교적 정석적인 이타적 행동)을 왜곡된 방향으로 끌고 간 것일까요?
이 모든게 궤변 같지만 결국 따지고 들어가면 매우 알쏭달쏭해지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게 바로 복잡성의 특징이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커뮤니티의 특성상 윤리적 문제나 발전적 생태계에 대한 담론에서 벗어날 순 없겠지만, 확실히 우린 모둔 사람인지라 이런 저런 문제를 모델화 해서 가치 판단의 체계로 올려 놓고 보면 자꾸 서로 논지가 꼬이며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그렇다고 마냥 묵과하면 방치하면 안 될 것 같은데 적정한 답을 내리긴 역시 매우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후아..
제가 활동했을 시작했던 2016년은 스팀잇 초기중의 초기였는데, 스팀잇 론칭 후 4개월 쯤 지나 가입했을 때만 해도 (제 기억이 맞다면) 하루 인플레이션률, 바꿔 말해 스파 보유자에 대한 스테이킹 이자가 무려 1.5%나 되었습니다. 10,000 SP 정도 있는 사람에게 매일 150 SP 정도가 그저 스파를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어진 겁니다. 조금씩 줄어드는 그 이율이 아마 0.5%까지 떨어진 걸 보고 몇 개월간 잠수를 탔던거 같은데.. 어쨌든 잠수를 끝내고 보니 그 스테이킹 이자는 이미 거의 0%에 수렴된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상황에서는 일반 소액 유저들이 과도한(?) 스테이킹 보상에 대한 부분을 푸념하고 있었겠지요? 네, 아마 그래야 했을 겁니다. 다만 제 기억엔 그 부분을 푸념하는 사람은 별반 없었던 것 같은데.. 왜냐하면 그 부분 보다는 몇 $씩 벌기도 버거웠던 KR 커뮤니티에 비해 수백, 심지어 수천 $씩 보팅씩 너끈히 받아내는 영미권 유저들이 수두룩 하다 보니 그쪽으로 관심사가 더 쏠렸었기 때문이지요. 이건 언어의 장벽일 수 있어서 대부분의 한국 유저들이 그냥 감내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정말 여기저기 푸념이 나올만한게 스파에 할당되는 스테이킹 이자는 하루 1% 내외의 고금리였고, 파워의 제곱에 비례하는 보팅파워 때문에 스파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것도 10만 이상 정도는 되어야 보팅다운 보팅 파워가 발생하니 부익부 빈익빈, 아니 엄밀히 얘기하면 스파가 많은 분들의 자본금 확장 속도와 적은 분들의 확장 속도가 너무 크게 차이가 나 스팀잇 개천에서 포스팅 용나라 거의 불가능한 지경이었던 것이죠. 저는 스팀잇 가입 시기에 이 상황을 인지하고 조금이라도 설움을 덜 받기 위해 제 나름의 돈질을 하고 활동을 시작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스팀잇은 기본적으로 매우 자본 종속적이며, 생태계 성장에 있어 자본의 파워가 엄청나게 작용한다는 것을 늘 잊지 않으려 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시면.. 초기에 채굴에 해당하는 보상을 넉넉히 챙겼거나 일찍 큰 자금을 담궈 고금리의 스테이킹 이자를 챙기신 분들, 또는 초반에 어떤 경로든(빠른 정보라든가) 유리한 조건으로 스파를 챙길 수 있던 분들 대부분이 그 때부터 지금까지 공고한 스파 상위권 위치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2016년 후반과 2017년 초반에 있었던 스팀 암흑기에 과감한 결단 (또는 미친셈 치고?)을 통해 스파를 (저렴하게) 대량 매입한 분이 아니라면 아무리 포스팅으로 글빨 이름빨을 날린다 하더라도 사실 스팀잇 내 지위는 잘해야 제자리 걸음인 것이 사실입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엄연한 현실 같군요.
이렇게 초기부터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고 있는 고래 계정들이 변화된 생태계, 변화돈 룰에 발맞추어 점진적으로 자신들의 활로를 개척해 나간 측면이 큰데.. 바로 지금 논란의 중심에 종종 서고 있는 봇 사업, 봇 비즈니스는 그들 나름대로의 생존(?)과 이익 확보를 위한 자구책인 면이 큽니다. 그렇데 이게 커뮤니티에 꼭 악영향만 있는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선 조금 더 긴 호흡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사회라는 것이 참 아이라니한게, 선의의.. 또는 가치 상승을 위해 행하는 행동이 되려 요상한 결과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 다소 지저분해 보이고 생태계 자신을 갉아 먹을 것 같은 행동이 되려 유익한 결과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는데.. 저는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결국 확실성과 불확실성에 대한 에너지는 키우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스팀잇은 처음부터 복잡했고, 또 더더욱 복잡해져 가고 있습니다. 이게 발전인건지 진화인건지 형태만 바뀔 뿐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인지, 자기 모순에 의해 소멸되어 가기 위한 전조인 것인지 아무도 확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봇 비즈니스의 경우 금융 경제가 안착해 가는 것처럼 하나의 인프라가 되어가고 있으며 이건 하나의 사업군으로서 계속 자리를 잡아갈 것만은 분명합니다. 대개 프로그래밍에 의해 기계적으로 돌아가다 보니 매우 냉엄하고 비인간적이며 상대적으로 인간의 자연스러운 활동 영역을 갉아먹으며 치고 들어오는 듯하지만 이것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좀 더 냉정한 시각으로 평가해 보고 바라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설령 어떤 결과치가 나왔다 하더라도 그건 그 때까지의 결과일 뿐 이것이 또 어느 쪽으로 파장 되어 나갈지는 또 다른 영역인 것입니다. 마치 끝없이 회전하는 고속열차와 같지요.
저는 38,000이란 가용 스파 중 28,000 정도를 제 계정에 두고 새로운 몸빵 시도를 시작합니다. 아까 앞에 말씀드렸던 ‘연어 물주설?’과 연동 하여 이런 몸빵 테스트가 커뮤니티 발전에 의미가 있는 것인지.. 그저 저의 호기심, 또는 호기심으로 위장한 새로운 이익 전략인지 판단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많습니다. 가뜩이나 긴 글에 제가 다 설명드릴 수는 없지만, 어쨌든 이 28,000 스파 중 절반인 14,000은 많은 분들이 꺼림직하게 여기시는 임대 비즈니스에 스폰서로 참여하며 넣어 둔 상태입니다. 그리고 또 나머지 절반인 14,000은 이 @jack8831 계정이 보유하는 가용 스파로서 포스팅하고 보팅하는 일련의 커뮤니티 활동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네, 그렇습니다. 저는 제 자신의 스파를 양분하여 일종의 배틀에 들어가는 것입니다. 얼마 전까지 옵님께서 진행하고 계시는 스팀마노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던 과정에 제가 임대하였던 스파가 회수되는 상황이 되었고, 스팀마노의 경우 마노 참여자에 비해 이를 지원할 후원이 미진하던 차, 스팀마노에 추가로 참여해 N빵 배당을 더 희석시키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해서 일련의 전략을 바꿔 본 것입니다. 지금 대강의 내용만 말씀드렸지만 스팀마노라던가 임대서비스에 관해 저도 게진하고픈 의견이 상당히 많습니다. 다만 오늘 다 풀어낼 순 없으니 그에 대한 내용은 이쯤에서 정리하고 넘어갈까 합니다.
이야기를 다시 좀 원점으로 돌려본다면.. 저는 @tabris 님께서 제기한 스팀 생태계상의 봇 비즈니스 문제, 그리고 이런 봇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한 임대사업이 좀 더 확장되고 우회된, 그리고 더 진화된 셀프보팅의 문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의견에도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하지만 공감은 공감이고 이 부분의 유용성/유해성 판단과 가치 판단은 또 다른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견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우리가 현실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해악하다고 생각하거나 매우 비효율적인, 또는 설령 비용이 들고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더 큰 발전과 가치 확립을 위해서 제거하거나 줄여나가거나 통제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 영역들이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 하고 있는 줄기가 사회 속에서 서로 엮여 있는지도 모릅니다. 말 그대로 생태계이니까요.
어느 거대한 자연 국립 공원에서 순한 사슴떼를 잡아먹는 늑대들을 대대적으로 학살했던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인간의 가치 판단에 의해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건이고 공원내 동물 생태계 내의 자원(?)을 재분배 한 프로세스 과정이었죠. 그러나 그 결과가 돌고 돌아 얼마나 끔찍하게 돌아 왔는지는 잘 아시리가 생각합니다. 스팀잇의 생태계와 이 국립 공원의 생태계가 결코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왠지 필요악(?).. 아니 ‘필요’자를 붙이기에 참 애매한.. 그렇다고 ‘악’이라고 까지 하기에는 더 애매한.. 하지만 우리의 심리를 위축시키고 실제 이런저런 이득과 권리를 잠식해 나가는 것 같은 봇 비즈니스, 그리고 이른 봇 비즈니스의 자양분이 되는 셀프보팅이란 행위이자 모델에 대한 모델을 평가하는 것엔 조금 더 조심스러웠으면 하는 의견입니다.
설전이나 논쟁을 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분들의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으니 좋은 의견을 주신다고 하면 제 나름대로 좀 더 얘기하지 못한 부분과 제시해 주신 의견에 대한 저의 의견을 게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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