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입니다. 새벽 2시쯤 잠들어 4시 반쯤 깬 후 지금껏 침대에서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 시간이든 이곳 이태리 시간이든 생일인 것이 분명합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외국땅에서 생일을 맞이한건 처음이더군요.
제가 있는 카프리(Capri) 섬은 나폴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섬입니다. 이 섬에서나 항구가 있는 쏘렌토란 위치에서 보면 나폴리와 베수비오 산이 모두 보일 정도지요. 위 캡쳐 사진은 쏘렌토 항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을때 위치를 확인해본 겁니다. 맷 데이먼 주연의 리플리란 영화 배경으로 잘 알려진 곳인데, 아마 그리스-스페인과 마찬가지로 이태리 남부도 옛부터 귀족들의 휴양지로서 각광받는 지역이었나 봅니다. 제가 머물고 있는 숙소의 이 방도 그 옛날 유명했던 (저도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있네요) 프랑스 배우 브리짓 바르도(Brigitte Anne Marie Bardot)가 머물렀던 곳인가 봅니다. 제 침대 옆에 곱게 놔둔 액자가 있네요.
지금 제가 묵고 있는 숙소는 대반전이더군요. 호텔 예약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사진으론 워낙 허접(?)한데 딱히 숙박이 가능한 곳도 거의 없던지라 개중 가장 좋은 방으로 예약해야 그나마 잠이라도 잘만하겠다 싶었던건데, 방을.. 아니 이걸 방이라고 해야할지 집이라고 해야할지.. 남부 유럽식 별장을 통으로 빌린것 같은 기분입니다. 침대가 좀 블링블링한데.. 차마 남자끼리 여기서 자기도 좀 우습던 차에 친구가 방이 춥다고 라디에이터 옆에 긴 소파를 두고 눕더군요. 덕분에 (꽤 추운 침대였지만) 혼자 뒹굴뒹굴 귀부인처럼 잘 수 있었습니다. 앤틱하고부띠크하며 엘레강스한 방의 모습과 소품들을 찍어봤는데.. 영 색감이 살지 않아 그냥 침대 사진과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뷰만 좀 남켜봅니다.
이 곳 카프리 섬에 와서보니 지금은 비수기 중의 비수기라 대부분의 숙소와 상점들이 문을 닫은 상황입니다. 몇몇 가게는 4월 부터 장사를 시작할 준비를 위해 한창 인테리어 공사중이구요. 이용할 수 있는 숙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도 예약이 다 차서가 아니라 대부분의 숙소가 운영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영어를 전혀 못하시는 할머니 분께서 주인이시던데 그래도 친절히 잘 응대해 주시네요. 옆의 방엔 혼자 놀러온건지 손녀딸 쯤 되는건지 대학생 정도로 보이는 미모의 아가씨가 저희 방에 거리낌 없이 들어오길래 깜짝 놀래기도 했습니다. 숙소에 숙박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건지 뷰가 가장 좋고 넓직한(50~60평쯤 되는거 같아요) 이 방을 제 집 드나들듯이 다니고 있었나 보더군요. 왠 동양 아저씨(?) 둘이 들어와 있어서 놀랄법도 했을텐데 정작 당황한건 저희쪽이었네요.
섬 전체가 비수기 모드라서 그런지 밥 먹을 식당을 찾아 다니는 것도 곤욕이었습니다. 이러다 생일밥은 커녕 쫄쫄 굶을 판이었는데.. 간신히 항구쪽에 문을 연 레스토랑을 찾아 요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태리 파스타 맛은 참 괜찮네요. 스테이크는 뭐 그닥..
아래는 쏘렌토 항구에서 부터 카프리 섬까지의 여정을 사진 몇 장에 담아 봤습니다. 날씨가 춥고 많이 흐려 볼품없지만 함께 감상해 보셨으면 합니다.
음.. 2장 이후 사진 게재가 잘 안되네요. 대신 자정이 되어 제 생일을 맞이하던 순간 자축하며 불렀던 노래를 링크해드릴까 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버전입니다. 이글스 원곡의 어코스틱 버전.. 그리고 여러분들도 좋아하실 임재범씨의 버전입니다.
https://youtu.be/qzNVoCn3EOo
https://youtu.be/cmLJJKok3n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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