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 따뜻한 봄이 올 것 같습니다

스팀잇에 따뜻한 봄이 올 것 같습니다

연어입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KR 태그 순위가 3위까지 올라가 있습니다. 솔직히 대한민국이 동계올림픽에서 3위를 한다해도 이만큼 놀랍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 조상님들은 한 겨울 춥디 추운날에 ‘입춘(立春) ‘이라 칭하고 봄을 맞이할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기도 전에 말이죠. 어쩌면 KR의 3위 등극은 추운 겨울에 미리 봄을 맞이할 채비를 하는 한국 유저분들의 열성 덕분이 아닐까 합니다.

얼마전 예전에 다니던 금융회사 회장님과 식사를 함께 하였습니다. 사실 그 분은 제가 회사 재직 당시 이미 비트코인 거래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투자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모르시던 상황이었습니다. 펀드매니저에겐 투자에 대한 이런저런 제약 사항들이 많은데 (지금도 별 차이가 없겠지만) 당시 대개의 금융 관련자는 물론 정부 부처 누구도 비트코인의 개념조차 잘 모르던 때였습니다. 그러니 고객과 이해상충이니 뭐니 다툴 것도 없었죠. 다만 회사를 위해, 그리고 고객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오명은 쓸만 했습니다. 일종의 ‘한눈 팔이’랄까요? 그런데 식사자리에 회장님께서 제게 해주신 말씀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지금 내 주변에 코인 거래로 돈을 꽤 번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내가 아는한 네가 가장 먼저 거래를 시작했던 것 같다. 여기저기 다 물어봐도 네가 거래를 하고 있을 당시 비트코인 같은걸 알고 있던 사람은 한 명도 없더구나”

“하지만 뒤집어 얘기한다면 저는 회사 직원으로서 일찍이 한 눈 팔고 있던 셈인데요? 차마 말씀드리기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였습니다.”

“뭔소리? 그게 무슨 상관인가? 내가 높이 평가하는건 바로 너의 그 ‘지적 호기심’이야. 어떤 경로를 통해 그쪽 세계를 알게 되었는지는 잘 몰라도 넌 항상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호기심이 가득한 청년이었으니깐”


솔직히 저에 대해 많은 것을 꿰뚫고 계신 분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가 정치권에 발을 디뎠던 이유도, 또 다시 금융권에 몸을 담았던 이유도.. 모두 지적 호기심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권력욕과 금욕보다 호기심이 앞섰던 이유로 늘 일반적인 참여자들과는 사뭇 다른 행보를 벌여왔던 것도 그 때문이었겠죠. 제가 제대한지 일년 쯤 되었을 때던가? 한 번은 어머니께서 삼부자 (아버지, 저, 남동생)에게 열을 받다 못해 폭발하신 나머지 꽤 오랜 기간 케이블 티비 방송을 끊어버린 적이 있었습니다. 뭐.. 여러분 가정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릴 이야기지만.. 어머니 말씀은..

“맨날 오밤중에 거실로 나오면 네 아버지든, 너든, 네 동생이든 누군가 꼭 쇼파에 드러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더라. 그러니 이 엄마가 화를 안 낼 수가 있겠니?”

뭐.. 안봐도 그림입니다. 아버지는 맨날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경기를 보셨을거고.. 남동생은 맨날 영화.. 그리고 저는 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보았을테니까요.

한 때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가 되고 싶다고 꿈꿨을만큼 저는 늘 다큐멘터리를 좋아했습니다. 책을 통해 지적 호기심을 채울 땐 상상력을 동원하는 맛이 있다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는 다른 가공자(생산자)들을 통해 새롭게 해석된 내용들을 보는 것이 너무나 재미있었습니다. 많은 자극도 되었고요.

제가 책 읽기를 좋아했던 이유와 다큐멘터리를 좋아했던 이유는 모두 같았습니다. 바로 끊임없이 올라오는 지적 호기심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그런 재미가 많이 시들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시점 이후 부터는 그 책이 다 그 책이고.. 다큐가 다 거기서 거기라고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 말이죠. 헌데 그런 지루함을 탈피시켜 준 새로운 영역이 바로 블록체인이었습니다. 아마 블록체인이란 것이 그냥 이론으로만 존재하거나 했으면 그렇게 까지 재미를 못 느꼈을지도 모르겠지만 블록체인은 태생부터 비트코인이란 첫 아이와 함께 존재했으니 이 얼마나 재미있는 영역이었겠습니까? 특히 투자와 거래란 전쟁터에서 살아온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러했던 것이죠.

그런 와중에서도 스팀잇과의 만남은 매우 특별했던 것 같습니다. 스팀잇은 제게 지적 호기심을 메워주는 정도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거꾸로 제게 계속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화수분이었죠. 여기 저처럼 유저로 활동하고 계신 모든 분들이 그런 호기심을 매일 매일 불러일으켜 주고 계십니다. 뭐랄까.. 어릴적 종합백과를 앞에 두고 눈이 휘둥그래해 진 아이가 된 것 같거든요. 스팀잇을 접속할 때 마다 오늘은 또 어떤 분들이 어떤 주제와 화두를 남겨 두었을까.. 매일 매일 선물 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입니다. 그런 재미때문에 저도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 이 화폐시장의 엄동설한에 KR의 3위 입성.. 이 역주행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전 아까 말씀드린대로 추운 겨울에 피어나는 새순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왠지 긴 엄동설한이 아닌 한 시절 한파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기분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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